[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유쾌한 미스터리 어드벤쳐!!
웨스앤더슨의 영화를 [로얄 테넌바움](2001) 밖에 본 게 없지만,
[로얄 테넌바움]만 봐도 그만의 독특한 캐릭터 연출과 유머감각은 충분히 알 수 있기에 그 유쾌함을 간만에 느끼고 싶어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도 주저없이 선택했다.
웨스앤더슨도 [로얄 테넌바움] 이후로,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외에 8편의 영화를 더 찍었었는 데,
나는 생계가 바쁘다는 핑계로... 몰랐었다. 아, 시간이여...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그랜드...]는 나사가 몇 개는 빠진 듯한 캐릭터들이 어처구니없는 웃음을 주었던 [로얄 테넌바움]보다는
캐릭터들이 좀 더 진지(?)하기에 유머코드가 조금 약한 점이 아쉬었다.
웨스 앤더슨이 자신만의 스타일로 이야기를 구현하는 능력은 여전히 최고다.
전체 영화를 정면이나 정측면 샷으로만 찍어 액자식구성을 더욱 강조했고, 이러한 샷들은 영화에 장난기가 살아 있는 느낌을 준다.
더불어, 주요 배경이 되는 공간들의 강렬한 컬러감이 더해져 생동감있는 미스터리, 판타지 영화가 되었다.
세계 최고의 부호 마담D의 피살사건의 범인으로 몰린 호텔 지배인 구스타브가 누명을 벗기위해 벌이는 이야기를
이토록 무겁지 않고 가볍고 경쾌하게 풀어갈 수 있다는 것이 역시 웨스앤더슨다웠다.
마치, 만화처럼 또는 동화처럼 풀어가기에 캐릭터 사이의 진지한 감정들조차 장난스럽게 느껴지는 게 한계인 것처럼 보이기는 한다.
하지만, 일상에서조차 어깨에 힘 잔뜩 들어간 나에게 웨스앤더슨은 마치 내 어깨를 툭 치며, 힘 좀 빼라고, 인생 뭐 별거있냐고, 얘기해주는 것 같다.
내 어깨에 들어간 뽕을 슬며시 빼게 해주는 그런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