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피비린내가 진동하는 추격시퀀스 (스포일러 有)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포스터
"도대체 왜 이렇게 인남을 죽이려고 하는 겁니까?"
방콕의 보스가 레이에게 물었을 때,
"이젠 나도 왜 죽이려는지 모르겠소. 기억이 나질 않아."
사람들이 레이에게
"도대체 왜 이렇게 까지 하는 겁니까?"
라고 물었을 때,
레이는
"공포에 질려서 벌벌 떠는 사람들을 보는 게 좋아"
복수는 핑계고 피 냄새가 좋아서 피를 쫓는 남자 레이
실력좋은 암살자 인남
그 둘의 하드보일드한 추격 시퀀스
<아저씨>를 얼핏 생각나게 하는 키다리 아저씨 감수성은 이 추격 시퀀스를 받치는 힘이고
심장이 오그라드는 긴장감을 잠시 완화시켜주는 박정민의 캐릭터가 토핑
이게 전부인데, 2시간이 순삭하고 사라진다.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스틸컷
캐릭터에 대한 묘사는 최대한 절제하고
처절한 액션은 최대한 부풀리니
액션에도 서사가 담겨진다.
(나라를 위해 일했던) 국가비밀요원은 나라로부터 버림받고 내팽겨쳐져 살인청부업자가 되고
2020년의 비밀요원은 나라에 충성했지만, 꼬라지는 2020년 급이다.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스틸컷
'제이슨 본'이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자 했다면
'인남'은 그저 몰랐던 자신의 아이를 지키고자 한 것일 뿐.
목적은 단순화되고, 목표는 더 뚜렷해졌다.
한국영화인데, 한국 로케이션은 고작 몇 분.
대부분 방콕과 일본으로 채워졌다.
한국의 풍경이 보이지 않는 한국 영화, 낯설지만 새롭다.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스틸컷
황정민도 이정재도 다른 영화에서 비슷한 연기를 봤지만 눈빛이 확연히 다르다.
이 영화에서는 외국인 연기자까지 연기 구멍은 없다는 말. 공감한다.
<반도>도 인물간의 감정선을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처럼
좀 더 드라이하게 가져갔으면 어땠을까.
물론, 두 영화의 톤이 완전 다르니 뭐가 정답인지는 모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