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톡톡

다치지마라. 마음아프다.

삼동집 2011. 11. 3. 0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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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년 10월 28일 오후 8시 13분
                                             우리 규서 태어나서 처음 응급실 간 날

식탁 의자에 올라가는 모습을 보고도 늘~ 괜찮았으니 그날도 괜찮을거라고 생각해 버리고 뒤돌아 설겆이 준비를 하려는 데, 으앙! 하는 소리. 그때도 그냥 떨어져서 우나보다 하고
뒤돌아보니 우리 규서 의자에서 떨어져 식탁 다리를 붙잡고 있었다.

요놈 자식. 이 상황에서도 살려고 뭔가를 잡고 있구나. 생각하며, 안아주는데
신랑이 놀래서 소리쳤다.

얘 피봐!
 
그때서야, 그때서야, 무딘 엄마는 규서의 얼굴을 보니 규서의 이마에서 피가 줄.줄 흐르고 있었다.
지혈을 한다고 손수건으로 눌러도 멈추지 않고. 규서는 자꾸 답답하지 그것조차 못하게 하고.
어쩌지 어쩌지 하다가 나였는지 신랑이였는지 모르게 병원을 가야겠다고 말하니, 그제서야 조금 정신이 든 듯. 바로 이대 목동 병원으로 쌩~

피 범벅된 규서 얼굴도 못 닦아주고 속이 훤히 보이는 목이 다 늘어난 흰색 티셔츠를 입은 채로 삼색슬리퍼를 신고 응급실로 뛰어들어가니 간호사들도 상황을 알아차리고 바로 이쪽으로- 하며, 안내했다. 지혈하고 소독하고 나니, 역시나 상처가 깊어 꿰매야 한단다. 그냥 꿰맬 수도 없고 수면마취를 하고 꿰매야 한단다. 이제 돌 갓지난, 이제 걸음마를 막 시작한 아기를. 응급실을 태어나서 처음 간 엄마는 너무나 당황스러웠다.

수면마취를 하기에 앞서 꿰맬 부위에 국소마취를 하는 데, 주사 바늘이 들어가고 약이 투여되니, 규서의 이마가 크게 부풀어오르더니 금새 큰 혹이 생겼다.
세상에. 이렇게 이마의 살이 늘어날 수있다는 것에 새삼 놀랐다. 그리고, 이어진 수면마취. 좌약과 먹는약으로 수면마취 약을 골고루 복용했지만, 바로 자지는 않는다. 한 15분-20분 정도 뒤척인 후에, 겨우 잠든 규서. 막상 잠드니, 흔들어도 모를 정도로 깊이 잠에 빠졌다. 무서운 약발이다. 그 후, 한 20분 흘렀나...

성형외과 전문의가 되기 위해 공부중인 레지던트가 처치실로 내려오고 규서를 혼자 처치실에 남겨두고 밖으로 나오는데 마음이 찡하다.(보호자는 밖에 있어야 했다. 우리 규서는 아직 한 살 밖에 안되서 엄마 품에서 떨어져 본 적이 없는 아기인데.) 세 바늘을 꿰맨다고 했는데, 세바늘을 꿰매는 시간이 마치 한 시간은 걸린 느낌이다.

문 틈으로 보이는 규서가 갑자기 잠에서 깨지는 않을까 걱정하며, 지켜보고 있는데, 의사가 다 되었다고 규서를 데려가란다. 의사가 처치실에서 나오고, 애아빠와 함께 처치실에 들어갔는데, 우리 규서 축-늘어져서 자고 있다. 꿰맨지도 모르고. 축-쳐져있는 아기를 들어 올려 안으니, 내 어깨에 힘없이 고개를 떨구는 데,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가까스로 눈물을 참고, 의사의 주의사항을 숙지하고 약을 받아 집에 왔는데, 입고 있는 흰티셔츠와 규서 옷 곳곳에 피가 배어있다. 그 피를 보니, 다시 한 번 그 상황을 떠오르게 했다. 다시는 기억하고 싶지 않은 아픈 추억. 빨리 잊어버리려고 피가 묻은 옷을 손으로 다 비벼 빨았다. 

규서가 수면마취를 해서 그런지 정말 곤히 잤다. 규서는 그런 아기가 아닌데, 잘 깨고, 소리에 예민한 그런 아기인데. 규서야~ 일어나. 나도 모르게 이름을 불러보게 되었다.

그리고 규서 옆에 나란히 누워 보았다. 규서를 조심히 안아봤다.

규서야. 다치지마. 엄마 너무 아프다.
자식이 아프면, 엄마는 더 아프다더니 틀린 말이 아니다.

의사는 흉터가 남을 거라고 말하지만, 아휴. 흉터야~ 사라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