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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립반윙클의 신부] 어쩌면, 세상은 행복으로 가득 차 있어

삼동집 2016. 10. 6.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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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10대를 함께했던 이와이 슌지가 정말 오래간만에 돌아왔다.

가끔씩 이제는 영화를 안찍나? 궁금해하기도 했지만, 생활고에 시달리다보니 이내 잊어버리기 일쑤.

2004년 <하나와앨리스> 이후, 거의 못 본 것 같으니 10년 만이라고 해도 될 정도이다.

 

그사이 2011년에 <뱀파이어>란 영화를 감독했던데, 이제 볼 방법이 없다. 우리나라에 개봉도 안한 것 같고.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소재로한 다큐멘터리 <3.11 : 이와이 슌지와 친구들> 외에 감독을 한 장편영화는 <뱀파이어> 밖에 없었으니

한 10년은 잊어 먹고 산 것 같다.

 

그 이름, 이와이 슌지.

 

언제들어도 마치 첫 사랑처럼 설레이는 그 이름. 이와이 슌지다.

팬심에서 영화를 봤으니 좋은 이야기 밖에 할 게 없다.

나쁜 이야기로는 배급 이야기 밖에 할 게 없다.

도대체! 그래도! 이와이 슌지 이름값이 있는데, 상영관이 시내 일부 영화관에서도 퐁당퐁당 상영을 하고 있으니

도대체 관객에 대한 배려는 눈곱만치도 없는 배급시장이다. 정말 겨우 겨우 시간을 맞춰서 봤다.

 

 

 

이와이 슌지 감독의 감수성과 관심사는 시간이 변했지만, 변하지 않았다.

항상 사회적인 이슈에서 영화의 소재를 찾았던 이와이 슌지답게 이번에는 SNS다.

지금 우리의 삶에 깊숙히 파고든 그 SNS.

 

SNS로 결혼 할 사람을 만난 쿠로키 하루(나나미역)는 인터넷쇼핑을 하듯 쉽게 결혼에 골인하지만,

쉽게 얻는 것은 쉽게 잃는 것처럼

시어머니의 덫에 걸려 결국은 남편에게 버림받는다.

 

꼬여버린 그녀의 인생에 구세주는 SNS 친구 램버랠한테 소개받은 이야노 고(마스유키역).

그는 그녀에게 일자리도 소개해주고 거액의 아르바이트도 소개해준다.

이 남자 이 여자 좋아하나? 그렇지 않고서는! 하고 생각 할 찰나에 반전의 반전이 드러난다.

역시 예상한대로 흘러가면 이와이가 아니지.

 

영화 내내 줄곧 나오는 이름 램버랠은 영화가 끝날 때까지 얼굴도 나오지 않는다.

 

 

SNS의 활성화로 사람들은 이제 실제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하는 것보다 톡으로, 손가락으로 소통하는 것이 더 편해졌다.

같은 공간에 있어도 톡으로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할 정도로.

 

 요즘 시대를 이와이 슌지는 냉소적이지만 따뜻한 시선으로 보여주고 있다.

코코의 말 '어쩌면, 세상은 행복으로 가득 차 있어' 처럼

이와이 슌지는 사람들간의 감정이 메말라가는 요즘 시대에 오히려 따스함을 잊지 않고 있다.

그런 위로가 정이 그리워진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해주는 것 같다.

 

이와이 슌지가 오늘을 사는 사람들에게 보내는 따뜻한 위로. 바로 <립반윙클의 신부>이다.

 

 

쿠로키 하루의 단순함이 때로는 내 가슴을 칠정도로 답답하기는 하지만,

이와이 슌지 영화 속의 여자 캐릭터들은 그런 캐릭터들이 많은지라 그냥 그러려니.

이렇게 넘어가 주는 건 정말 팬심 덕분이다.

다른 영화였으면, 요즘 시대에 저런 답답이가 있나? 했을거다.

 

쿠로키 하루, 이야노 고, 그리고 코코(마시로역)까지 개성이 강한 캐릭터들이 서로 감정을 섞고 위로받는 모습들이 보고 있으면

내가 위로 받는다.

하지만, 이야노 고로 인해 쿠로키 하루의 인생이 꼬여버렸듯이 SNS의 어두운 면 또한 이야기 속에 잘 녹여내고 있다. 

 

쿠로키 하루가 남편에게 버림받고 결혼식 하객 대행 알바를 하면서 만난 가짜 가족들은 진짜 가족들보다 더 편하다.

SNS로 만난 사람들이 때로는 가족보다 더 편하듯이.

 

이와이 슌지는 소통의 방식이 바뀌고 있는 요즘 시대 사람들의 관계 변화에 대해 잘 포착하고 있다.

그러면서 자기만의 연출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여전히 녹슬지않은 연출력으로 자기만의 색깔로 공감가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와이 슌지하면 항상 떠오르는 눈에 담아두고 싶은 영상미도 그대로.

 

소재만 변했지 그의 이야기 스타일은 여전하다.

마음에 든다.

 

나만 바뀌었을 뿐, 이와이는 그대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