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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신세계] 인간이라면, 인간답게 산다는 건 뭘까.

삼동집 2016. 7. 5.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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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와 함께 암울한 미래사회를 다룬 대표작으로 손꼽히는 <멋진 신세계>는 풍자와 해학이 넘치는 소설이다.

 

때는 A.F. 632년, 미국의 포드사가 T형 자동차를 만든 해를 1년으로 해서 632년을 말하는 것으로 우리가 년도를 이야기 할 때 사용하는 A.D.로 이야기하면, 2,540년의 미래사회를 말한다. 그러니, 지금으로부터 500년 후 쯤의 일인 것이다.

 

이 '멋진 신세계'는 철저한 계급 사회이다. 알파/베타/감마/델타/입실론까지 다섯가지의 계급으로 나뉘어진 미래 사회는 가족의 개념이 해체된 사회이다. 이들은 사람이지만, 엄마 뱃속에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양계장에서 태어난 알이 부화하듯 태아실에서 부화한다. 부화하는 동안 각자의 계급에 맞게 적절한 산소를 공급받고 수면 교육을 받는다. 하층 계급에게는 산소를 더 적게 공급하여 두뇌 발달을 후천적으로 차단하는 것이다. 그래서 각 계급에 맞는 사고를 하게 되고, 미래에 자기가 배정받게 될 일에 맞게 교육 받게 된다. 이러한 행동에 대해 비인간적이다, 비윤리적이다 라는 의문은 '멋진 신세계'에서는 아무도 하지 않는다.

 

'멋진 신세계'의 사람들은 하고 있는 업무가 나에게 안 맞아서, 좀 더 나은 직업을 갖기 위해 고민하지 않는다. 이들 모두는 더 없이 잘 맞는 직업을 모두 갖고 있고 업무 시간 외에는 자유롭게 사랑을 한다. 이들은 연애는 할 수 있지만, 한 사람만 만나지는 않는다. 한 사람을 4개월 이상 만나면 이상한 사람으로 의심을 받는다. 이 사회에서는 모두 카사노바이다. 그래서 아닌 사람들이 오히려 정상이 아닌 것처럼 되어 버리는 그런 사회이다.

 

이들은 업무 외 시간은 '소마'라고 하는 마약처럼 보이지만 뒤끝이 없는 알약을 집어 삼키고 인생을 즐긴다. 소마를 먹으면, 마냥 행복해진다. 이들에게는 육체적 고통도 없고 정신적 고통도 없다. 모든 게 완벽하게 행복하다. 이상하리만치.

 

'멋진 신세계'의 울타리 밖에는 야만인 세계가 있다. 이들은 지금 우리가 사는 것처럼 가족을 이루고 살고 있지만, 경제적으로나 물질적으로나 지금 우리의 삶보다 훨씬 후퇴한 삶을 살고 있다. <멋진 신세계>는 '멋진 신세계'에서 적응을 못하는 버나드가 야만인 세계에 여행을 갔다가 존이라는 야만인을 만나게 되고 존을 신세계에 데리고 오면서 벌어지는 일들이 주된 줄거리이다. 야만인 존의 시선에서 '멋진 신세계'가 정말 얼마나 멋진 세계인지 해학과 풍자를 사용하여 이야기한다.

 

책을 읽은 사람이라면, 이 '멋진 신세계'가 얼마나 무서운 세계인지 모두 다 잘 알테니, 책을 읽으면서 가장 걱정스러웠던 부분은 '멋진 신세계'의 무스타파 총통이 한 말이다. 전체 인구의 8/9은 수면 아래에 있고 1/9만 수면 위에 있을 때, 그 사회는 조화롭게 돌아간다는 이 말. 이 말을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의 지도자들이 공감을 하고 따르려고 한다면, 얼마나 무서울까. 사실, 우리가 그러한 생각을 안하고 살아서 그렇지 사실 이미 우리 사회는 열심히 살면 분명 잘 살 수 있을 것처럼 희망을 포장하지만, 사실 속으로는 보이지않는 계급 사다리를 지키기 위해 무던히 노력하는 그런 사회이다. 기득권층은 자기의 것을 지키기위해 이미 하지 말아야 할 많은 것들을 하고 있으니까.

 

인간이 18세기에 이르러서야 부활시킨 민주주의를 지키기위해 그많은 피를 흘렸는데, 우리의 '멋진 신세계'는 민주주의를 짓밟고 조롱하고 그 위에 인간 로봇 사회를 건설하였다. 마치 AI들이 움직이듯 착착착. 인간은 멋진 신세계에서 하나의 부속품으로 행복을 가장하여 살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풍요로운 사회의 테두리 안에 자신의 의지는 잊어버린 채 살고 있다. 이런 삶이 행복한 삶이라고 무언의 강요를 받으면서. 가족의 의미가 해체되고 있는 요즘 사회의 분위기를 보면, 정말 2,540년 쯤에는 이렇게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그러면서, 이런 신 문명사회가 좋은 사람들은 이 곳에 남을 것이고, 인간의 진짜 의지를 말살한 거짓 사회에 반기를 드는 사람들은 야만인들 사이에 섞여 살겠지. 하는 생각도.

 

<1984>가 다룬 1984년의 빅브라더 사회를 지나 한 단계 더 진화(?)한 또는 더 암울해진, 더 통제된 인간 사회는 요즘 같아서는 정말 2,540년이 되면, '멋진 신세계'처럼 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 아닌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