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수다

[오직 두 사람] 씹히라고 있는 게 사장이야. 잘 씹혀주는 게 사원 복지고..

삼동집 2017. 8. 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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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전드 작가였지만, <알쓸신잡>으로 더욱 그 기량을 발휘해 더 유명해진 작가 김영하의 최근 신작 <오직 두 사람>. 처음 출간되었을 때는 20위권이라고 이야기를 들었는데, 김영하 작가가 <알쓸신잡>에 나오고 나서는 <기사단장 죽이기>와 함께 1-2위를 다투는 소설이 되었다니 '미디어의 힘'을 다시 한 번 실감하는 중이다. 원래 김영하 작가의 소설이면, 뭐 1위도 우습지만, <오직 두 사람>이 7년 동안 쓴 단편을 묶은 소설집이라서 파급력이 조금 약한 것이지. 나 또한 단편집은 잘 구매를 안 하는 습관이 있어서 근처 도서관에서 수배를 했는데, 도서관마다 예약 초과가 될 정도로 인기여서 겨우 구해 읽었다. <알쓸신잡>에서 유시민 작가가 책은 읽는 것이 아니라 사는 거라던데...

 

<오직 두 사람>은 앞서 말했지만, 김영하 작가가 2010년부터 쓴 단편 소설 7편을 묶은 소설집이다. <오직 두 사람>은 그중 맨 앞에 실린 단편이라 전체 책의 타이틀을 <오직 두 사람>으로 한 것이다. 문체도, 내용도 모두 다 다른 7편이지만, 7편이 모두 상실감을 테마로 하고 있다. <오직 두 사람>에서는 아빠를 잃어가는 딸이, <아이를 찾습니다>에서는 아이를 잃은 가족이, <인생의 원점>에서는 인생의 원점을 잃은 주인공이, <옥수수와 나>에서는 창작의 열망을 잃은 작가가, <슈트>에서는 아버지를 잃은 아들이, <최은지와 박인수>는 친구를 잃은 출판사 사장이, <신의 장난>에서는 탈출의 희망을 잃어버린 젊은이들이 나온다. 그러고 보니, 요즘 우리의 시대는 뭔가를 잃지 않고는 살 수 없는 시대인 것 같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가 머릿속을 잠시 스치고 지나간다.

 

무언가를 상실한 사람들의 '그 후'의 삶은 상실하기 '전'의 삶과는 확연히 다를 것이다. 그리고 그 상실감은 회복되지 않는다. 그냥 그 시간을 견뎌내고, 무뎌지기를 기다릴 뿐이다.

 

작가도 작가의 말에서 이야기했지만, 이 단편집의 중심은 <아이를 찾습니다>이다. 이 소설이 세월호 사건 즈음에 쓰였다고 하니, 시기와 맞물려 사람들의 상실감이 모골이 송연해질 정도로 느껴진다. 항상 김영하 작가의 책을 읽을 때 느끼는 바이지만, 그의 문체가 너무 재미있다. <옥수수와 나>나 <최은지와 박인수>같은 단편은 왠지 빠른 비트감으로 오디오북을 만들어 이어폰으로 들으면, 길 가다가 혼자 꽤나 키득키득 거릴 것만 같은 그런 문체다. 유머러스하면서도 선명한 주제. 명쾌하고 분명하다. 단편 단편을 읽고 있노라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빠져들다가 뚝! 강렬한 메시지를 주고 깔끔하게 끝내 버린다. 김영하의 소설은 킬링타임용은 아닌데, 부담 없이 넘어가는 페이지의 경쾌함이 있다. 하지만, 주제들의 무게감은 다 다르다.

 

<아이를 찾습니다>를 읽을 때는 가슴이 메일 정도로 분노했다가 결국은 잃어버린 아들 또래의 손자를 손에 안은 주인공의 팔자에 아이러니를 느끼고, <최은지와 박인수>의 출판사 사장이 마지막에 자신의 위선을 훌훌 털어버릴 때는 시원함이, <옥수수와 나>에서는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작가의 기발함에 손뼉을 쳤고, <신의 장난>에서 주인공들이 그렇게 탈출하고 싶었던 방의 현실이 결국은 그들의 일상과는 다르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는 몸에서 전율이 흘렀다. 가장 기억에 남는 대사는 <최은지와 박인수>에서 '박인수'가 이야기한 "씹히라고 있는 게 사장이야. 잘 씹혀주는 게 사원 복지고. 좋은 소리 들으려고 하지 마. 그럴수록 위선자처럼 보여." 촌철살인이다.

 

오래간만에 읽은 소설이 '소설의 재미'를 일깨워주면서, 다시 다른 소설이 얼른 읽고 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