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나부랭이

[옥자] 집에서 보라고 만든 영화이지만, 집보다는 극장을 추천합니다.

삼동집 2017. 6. 30. 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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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감독이 만든 넷플릭스 영화 <옥자>가 드디어 어제 개봉했다. 국내 3대 메이저 영화관에서는 자신들의 밥그릇 사수를 위해 일찌감치 상영 거부를 했는데, 멀티플렉스의 횡포니 뭐니 말들이 많지만, 그리고 그 말들에 공감도 하지만, 밥그릇 문제이기에 앞서 사실 이 문제는 사회가 변화해 가면서 겪는 하나의 진통이자, 통과의례의 부분도 있기 때문에 넘어가는 걸로.

 

영화라고 하면, 무릇 컴컴한 극장에서 보는 게 영화라는 인식이 강해서 넷플릭스 시청층을 겨냥하여 만든 <옥자>를 과연 영화라고 부를 수 있을지, 반면, 영화에 대한 정의는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들어 준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집에서 한 시간이나 걸리는 작은 영화관 아트하우스 모모에서 봤다. 그나마 이 곳이 제일 가깝다. 이렇게 한 시간이나 걸려서 영화를 보러 가는 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이러니, 그냥 안방에서 편하게 넷플릭스로 보라는 거구나. 누워서! 3대 메이저 영화관들이 거부할 때, 넷플릭스는 속으로 웃고 있지 않았을까? 한국에서 넷플릭스 시장 점유율 올라가는 소리가 들리니까? 하하.

 

암튼 봉준호 감독이 이야기했듯이, 넷플릭스에서 몇 백억원을 투자 받아 영화를 만드는데, 자막 하나 고치라는 이야기도 없었다는...

넷플릭스의 크리에이터 존중 마인드는 정말 훌륭하다는 말 밖에는!

 

 

 

개봉날 본 옥자는 봉준호 감독의 영화라고 하는 예상 범주 안에 들어가 있지만, 13년에 만든 설국열차 이후로 4년 만의 신작이다 보니 그의 스토리텔링법이 너무 그리웠고, 기대한 만큼에 부응해주고 있기 때문에 진정으로 즐길 수 있었다.

 

미란다 쿠퍼레이션의 CEO 루시 미란도는 미래의 식량 문제를 해결하고 환경친화적이기까지 한 슈퍼 돼지 26마리를 전 세계 농장으로 보내 각자 자기만의 전통 방식으로 돼지를 키워달라고 한다. 그로부터, 10년 후, 다 자란 슈퍼 돼지를 모아 상품 생산 준비를 하려고 하는 데...

 

문제는 한국으로 보낸 미자네 슈퍼 돼지 옥자는 10년 동안 미자가 키우면서 이제는 한 가족이 되었다는 것이다. 친구이자, 부재하는 엄마와 아빠의 빈자리를 메워주는 존재이기도 한 미자의 친구 옥자를 미자는 다시 뉴욕으로 돌려보낼 수 없다!! 게다가, 우리 미자는 <나는 자연인이다>에 나올 정도로 산골짜기에 사는 소녀이기에 단련된 운동 능력이 있고, 옥자 하나만 바라보고 달리는 돌직구 스타일의 매력을 가진 소녀이기에 정주행 하는 수 밖에!

 

 

 

 

봉준호 감독의 영화들이 항상 사회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듯이, 이번에는 거대한 수익을 남기기 위해 유전자 조작 돼지를 만든 미란다 코퍼레이션을 통해 자본주의의 슬픈 미래를 보여주고 있다. 요즘 많은 문제가 되고 있는 GMO 식품을 뛰어넘어 육류마저 유전자 조작으로 만들어내어 엄청난 이익을 남기려는 기업의 탐욕을 봉준호 감독만의 화법으로 심각하지 않게 보여주고 있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를 보면 항상 드는 생각이지만, 그냥 상업영화가 아닌 자신만의 이야기 방식에 자신만의 비주얼 스타일을 얹고 굵직한 사회적인 메시지를 뿌려 정말 예술로서의 '영화'다운 '상업영화'를 만들어낸다. 그 어렵고 힘든 걸 항상 해낸다. 미란다 코퍼레이션의 사장인 틸다 스윈튼의 캐릭터부터 동물해방 전선 AFL의 멤버들 캐릭터까지, 주조연들의 캐릭터들이 모두 하나 평범하지 않지만, 공감이 가는 살아있는 캐릭터들로 채워져 있다. 관객을 웃게 만들고, 공감하게 만드는 방식이 가벼워 보이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세밀하고 치밀하다.

 

 

 

 

<옥자>의 주인공 옥자는 실제 하는 동물은 아니지만, 정말 옆에 살아있는 동물처럼 자연스럽다. 옥자의 동작, 살결, 눈동자의 움직임까지 진짜 살아있는, 내가 키우는 반려동물처럼 살아 있는 것 같다. 때로는 미자의 엄마처럼, 때로는 미자의 친구 같은 존재이지만, 미자를 위기에서 구해줄 정도로 똑똑하기도 하다. 옥자의 푹신푹신한 옥자 침대에 나도 한 번 누워보고 싶다. 반려동물 키우는 가정이 천만이 넘는다고 하는 데, 애완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이라면, 더욱 공감할 수 있을 것 같다. 옥자의 실감나는 매력을 느끼기 위해서는 방 TV보다는 대형 스크린을 추천한다. 사실, 지금 상영관들이 모두 작은 영화관이라 그렇게 대형 스크린은 아니지만, 집 TV보다는 크고 무엇보다 집중 할 수 있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