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잡] 진짜 무서운 영화는 이런 영화이다
세상에나 호러영화나 귀신영화가 무서운 줄 알았지 경제영화가 이렇게 소름끼치도록 무서울 줄이야.
워낙 유명한 영화였는데, 안보고 있다가 이제는 좀 봐야 할 것 같아서 봤다.
보고 나서 후회했다. 왜 이제까지 안 봤을까.
이 영화는 최소 2번 이상 봐야 한다. 그리고, 토론하고, 복기 할 만한 영화이다.
옛날 영화이지만, 보고 나도 시간이 가면 느낌만 남고 내용은 기억이 안나기에
시간이 지나도 내용을 기억하기 위해 주요 내용을 정리한다.
이 영화는 2008년 리먼브러더스 부도로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의 원인을 밝히면서,
사회가 발전 할 수록 점점 비대해지고 강력해지는 금융업계의 위험함을 집중 파헤치고 있다.
5장으로 이루어진 영화는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거품경제, 위기, 책임, 지금 우리는 어디에 있는가로 나누어
금융업계의 생리에 대해 폭로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시발점인 CDO(부채담보부증권)와 연관된 수많은 사람들의 인터뷰로 이루어져있고, 맷데이먼이 나레이션을 했다.
영화는 아이슬란드의 케이스로 시작을 한다. 2008년 9월 아이슬란드가 국가 부도를 선언했을 때,
아이슬란드의 국가 부채는 아이슬란드 GDP의 13배나 달했다.
도대체 청렴하고 재무건전성도 높았던 아이슬란드가 왜 한 순간에 국가 부도 상태에 놓였을까?
이는 금융 규제가 완화되면서, 지역 은행 3곳에서 고객의 돈으로 무리하게 해외 투자를 하였고
은행을 감독하고 관리해야했던 금융감독원은 방관했다.
심지어, 문제가 발생한 후, 금융감독원 직원의 1/3이 은행권으로 이직했다.
아이슬란드 사태로 인터뷰를 하고 있던 아이슬란드 대학 경제학 교수가 말한다.
미국도 똑같지 않나요?
1980년대 레이건 대통령 취임 이후로 금융 규제가 완화되었다.
금융 규제 완화!
현재 문제의 핵심 원인이다.
80년대 이전에는 '투자'의 개념은 희박했고, 은행은 은행 고유의 개념에 충실했다.
그런데, 금융 규제가 완화되면서, 파생상품에 대한 판매의 규제가 완화되고,
투자회사들은 엄청나게 복잡한 구조의 파생상품들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그 중 하나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날린 CDO(부채담보부증권)이다.
예전에는 채권자와 채무자가 있었다. 채권자는 채무자에게 돈을 빌려주고,
채무자는 채권자에게 이자와 원금을 갚는 우리가 아는 방식이다.
CDO는 채무자와 채권자 사이에 투자은행이 끼어 있다. 집, 자동차 등등을 기초로 해서 증권을 만들고 이를 상품화 한 것이다.
투자은행은 CDO를 만들어서 증권사에 팔았고, CDO 상품이 안전한지에 대한 등급은 신용평가사(무디스나 피치 등)에서 매기는 데,
신용평가사는 대부분의 상품에 AAA 등급을 줬다. 부도 직전의 리먼브러더스나 AIG가 AA 등급을 받았다.
90년대에만 해도 AAA 등급을 받은 상품은 몇 개였지만, 2007년도에는 무려 4,000여개에 달했다.
신용평가사들이 등급 장사를 한 것이다.
이는 신용평가사에게 돈을 지급하는 사람이 투자은행이기 때문이다.
투자은행-금융그룹-증권사-신용평가사 등은
먹이사슬 구조를 만들어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하고 있었던 것이다.
사실, 80년대에 금융 규제가 완화된 이후로, 80년대, 90년대 계속해서 금융업계에서는 투자 거품으로 문제를 일으켰고,
그럴 때마다 경제가 휘청거렸지만
금융업계의 계속되는 로비로 규제는 계속 완화되었고, 심지어 파생상품에 대한 규제를 금지한다는 법안까지 통과시켰다.
이 중심에는 엘런 그린스펀, 로버트 루빈, 헨리 폴슨, 래리 서머스 등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등 금융업계와 정계를 오가며,
요직을 맡았던 사람들이 주도한 것이다.
골드만삭스의 CEO였던 로버트 루빈은 과거 정부의 재무장관이기도 했다.
엘런 그린스펀은 파생 상품은 전문가 분야이기 때문에 규제가 불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니 믿고 맡겨보셈? 이런건가...
금융업계는 은행이 거대화되면, 문제가 발생했을 때, 정부로 부터 쉽게 구제받을 거라는 걸 안다.
그렇기 때문에 계속해서 M&A를 통해 몸집을 부풀리려는 것이다.
그래서 결국 2008년에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발생하면서, 리먼브러더스와 AIG가 부도를 맞았고, 엄청난 공적 자금이 투입되었다.
금융업계에서 싼 똥을 역시 국민의 피같은 세금으로 메꾸는 것이다.
공적 갈취이다.
여기서 핵심은 금융업계가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발생할 것을 알았다는 것이다.
골드만삭스는 CDO 상품을 발행하면서, CDO에 문제가 될 것을 우려해 AIG에 보험을 들었고,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예상한 AIG는 사태가 발생하면 보험금을 받는 보험을 들었다.
고객은 손해가 나고, 기업은 돈을 받는 보험을 든 것이다.
1996년에서 2006년 사이 집 값이 두 배로 뛰는 와중에 CDO를 엄청 판 금융업계는 보너스 잔치를 벌였다.
물건을 많이 팔아 이윤이 많이 남아서 열심히 일한 직원들에게 보너스를 줬다! 하면, 기가 막혀도 할 말이 없지만,
더 큰 문제는 문제가 발생하여 사임을 하는 메릴린치 CEO에게 천 억원이 훌쩍 넘는 퇴직금을 주고,
09년에도 모건 스탠리는 직원 보너스로 140억 달러를 쓰고, 골드만삭스는 160억 달러 이상을 썼다는 것이다.
원금을 회수하지 못한 고객에 대한 미안한 마음은 1%도 없고, 자기들은 천문학적인 돈을 받고 유유히 떠난 것이다.
고객들에게만 돈을 안 돌려준 것이 아니고, 전 세계 경제를 불황으로 몰아넣어
많은 사람들의 직업을 빼앗아가고 집을 빼앗아가고 삶을 망가뜨린 건 말할 것도 없다.
금융업계의 보너스 잔치가 결국은 단기간의 이익에만 집착하는 구조를 만들어
금융업계의 성과보상제도를 위험조정에 집중하여 바꿔야 한다고 제안을 했지만,
금융업계는 관심이 없고 심지어 금융업계의 성과보상제도를 엄격하게 하는 개정 법안을 발의했지만,
유럽에서는 통과되었지만, 미국에서는 금융업계에서 고용한 로비스트들의 로비로 통과하지 못했다.
심지어 이들은 은행의 레버리지 비율(은행 보유자본:융자자본)을 낮추려고 했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더 많은 돈을 쉽게 빌려주고 그것에 대한 수당을 받으려는 목적인 것이다.
이러니 글로벌 폰지 사건이라는 말이 나올 수 밖에.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미국 경제가 올 스톱되니,
미국에 물건을 납품하던 중국에 있는 공장들이 문을 닫았고,
싱가폴의 경제 성장률은 곤두박칠 쳤으며
세계 주식은 폭락했다. 바야흐로, 세계화인 것이다.
제 2차 세계 대전 종식으로 핵무기 기술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게 되자,
모든 과학자들이 금융 공학 기술에 올인했고, 그래서 금융 파생 상품이 나왔고 이 결과는 참담했다.
금융 기술은 발전 할 수록 재앙이다.
금융 규제 완화로 인해 중산층은 붕괴되었고 중산층의 돈은 상위 1%로 흘러들어갔고
이제 미국도 젊은이들이 자기 부모보다 잘 살 수 없는 사회 구조가 되었다.
사회주의 국가의 개방으로 많은 직업을 저임금의 사회주의 국가들에게 넘겨주었고,
구글, 페이스북 등 IT기업들이 늘어났지만, 이 기업들에 취업하려면 대학 교육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대학 교육비는 엄청나게 비싸졌다.
금융규제 완화가 몰고온 사회상의 변화이다.
또 하나의 큰 문제는 이 나쁜 먹이사슬 구조가 학계까지 연관이 되어 있는 것이다.
대부분의 교수는 기업들의 이사 직함을 달고 있고, 이들은 기업에게 유리한 자문을 하거나 리포트를
만들어 정부의 정책을 압박하고 정부는 금융업계의 로비를 받아 금융업계가 필요한 정책을 채택한다.
바야흐로, 월가 정부인 셈이다.
금융업계의 CEO들에게 당신들에게 투자한 상품에 문제가 있는 것을 사전에 알았냐고 물었더니
대답이 "누구나 그렇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 월가에서는...
남이 도둑질하니, 나도 했다. 월가에서는 다 그렇게 한다는 것이다.
도덕적 해이의 극치이다.
영화는 여전히 이 대형 사건을 일으킨 주범들이 정부의 요직을 차지하고 있고
이는 싹을 잘라내고 새 출발을 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건강한 사회로 되돌리기 위해
아무리 엉켜있는 실타래라도 풀건 풀고 풀수 없는 건
자르고라도 가야 한다.
그래야 사회가 건강해진다.
누구나 꼭 봐야 할 영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