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소소함

자가격리도 수건돌리기인가요? 이번에는 가족 중 제가 당첨이네요.

삼동집 2021. 2. 25.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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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조금 흘렀지만, 지난 1월 총 11일간의 자가격리기간을 가졌습니다.

저희 가족 중에 지난 11월에 큰 아이가 거의 꽉 채운 2주 동안 자가격리를 했고,

지난 달에 제가 두 번째로 당첨되었네요.

열심히(?) 일을 하고 있는 어느 날 오전, 회사 직원 중 한 분이 코로나19 확진자가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걸렸다더라~' 이렇게 소문처럼 들리더니, 이내 관리팀에서 문자를 보내더군요.

사내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으니, 즉시 재택모드로 돌입하고, 집에 가는 길에 코로나19 검사를 받으라고요.

그런데 하필 그 날은 제 생일날이었어요.

생일날 받은 검사대기 스티커! 선물보다 익스프레스 스티커!

참으로 즐거운 날에 이 무슨 변고인고.

사실 저희 회사는 생일 휴가가 있어서 생일날에는 출근을 안해도 되는데, 재택이 계속 이어지다보니

그날 처리해야 할 업무가 있어서 부득이하게 나왔는데, 코로나 확진이라니요.

사내 코로나19 확진자가 월, 화요일에 출근을 해서 회사 직원 거의 전부가 코로나19 검사를 받아야 하고

저 또한 대상자였습니다.

노트북을 싸 들고, 왠지 만일에 대비하여 서류를 싸 들고 집에 가는 길에 코로나 검사를 받으려고 했더니

점심 소독시간이라며, 오후에 다시 오라고. 대신 오후에 올 때는 기다리지 않아도 되는 스티커를 붙여 주셨어요.

그래서 즐거운 생일날 점심에 혼자 라면을 끓여 먹은 후, 오후에 검사를 받으러 갔습니다.

검사 후에 냉큼 집으로 와서 재택을 하는 데 뭔가 슬픈 이 마음을 어찌할 꼬.

다음 날 오전 음성 결과를 받고,

회사에서도 추가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았으니 익일부터 출근을 해도 된다는 안내를 받았습니다.

그래서 출근을 할까~ 하다가 하루 정도는 더 재택을 한 후,

출근하는 게 좋을 것 같은 예감 아닌 예감이 들어 다음 날도 재택을 하는 데,

두둥. 조금 늦게 검사를 받은 회사 직원 중 한 분이 추가로 코로나19에 확진되어

역학조사관이 거의 전직원 자가격리를 해야한다고 말씀을 주셨다더군요.

에횻. 워킹맘으로서, 애들은 아직 손이 많이 가는 2학년, 5학년인데, 과연 밖에 나가지 않고 일이 돌아갈까 궁금했죠.

아이들과 분리되기가 힘든 생활 패턴을 가졌는데,

앞으로 11일을 자가격리해야 한다는 말에 처음에는 정말 아찔하더라고요.

먹을 거야 요즘 마트 배송시키면 되지만, 과연 11일을 안나가도 버틸 수 있을 까 했죠.

그런데, 정말 안나가도 지내지더라고요. 아니, 정확히는 나가지 않아도 일은 잘 돌아가더라고요.

저는 11일 동안 집에서 우렁각시처럼 밥해주고, 일하고, 애들 공부 봐주고,

밥해주고, 일하고, 애들 공부 봐주고. 복붙아니고, 정말 이런 패턴의 반복이었어요.

오히려 직장 나가면서 일하는 것보다 더 평화로웠다는...

아이들도 엄마가 계속 집에 있어서 그런지 더 좋아하더라고요.

월급이 좀 깎여도 상시 재택근무를 하면 좋겠다는 생각마저 들더군요.

밖에 나가지 못하면 엄청 답답할 줄 알았는데, 막상 지내보니 답답함은 별로 못 느꼈어요.

재택근무 중 갑자기 눈이 펑펑 내렸는 데, 나가지 않고 안에서 보기만 하는 것도 느낌이 있더라고요.

당시, 확진자가 급격하게 증가하는 시기였고, 그에 따라 자가격리자도 증가하고 있어서

자가격리 앱을 깔라는 공무원의 연락은 조금 더디게 왔어요.

자가격리 앱을 깔고, 매일 12시간 간격으로 증상 체크를 해서 보내고,

어느 일요일 오전 9시에 느닷없이 잘 있는지 방문도 하시고.

 

자가격리 해제 예정일이 시어머니 기일이어서 원래는 마트에 직접 가서 제사 준비를 하려고 했는데,

결국 이마트와 홈를러스를 다 털어서 온라인 배송 시켜서 제사상을 차렸네요.

11일간의 자가격리+재택근무를 해보니, 시공간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게, 그 부분이 조금 힘들었던 것 같아요.

낮과 밤의 구분이 모호해지고, 항상 수면바지만 있고 있으니 뭔가 나른해지고, 의욕도 떨어지는 것 같고요.

내가 누구였는지도 가끔 헷갈리고요.

그래서 며칠이 지난 후에는 나름의 규칙을 세우기 시작했어요.

아침 9시가 되기 전에 세수를 하고, 머리를 감고, 수면바지는 벗고, 대신 편한 추리닝으로 바꿔 입어요.

옷만 갈아입어도 마음이 바뀌더라고요. 그리고 업무를 하고 오후 6시가 지나면 저녁을 먹고, 씻고 다시 옷을 갈아입죠. 

그리고 가급적 규칙적인 생활을 하려고 했어요. 한 번 패턴이 깨지면, 저도 모르게 시간을 허비하게 되니까요.

그리고 못 나가게 되니 그동안 묵혀두었던 일들을 하기 시작했어요.

집안 정리부터 대청소에 개인 노트북 파일 정리 등등.

묵혀두었던 일들을 하고 나면 뭔가 뿌듯함이 생기면서 기분이 개운해지는 것 같아요.

그렇게 다운되는 기분을 억지로라도 끌어올려놔야 갇혀버린 시공간에서 멘탈 관리가 되는 것 같아요. 

 

지금 자가격리를 하시는 분들 모두 힘내세요!

이제 우리 가족은 더 이상 자가격리 없이 코로나19 탈출했으면 하는 바람뿐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