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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차(변영주감독/이선균,김민희,조성하)] 왜 그 여자는 남의 인생을 훔칠 수 밖에 없었을까.

삼동집 2012. 3. 16. 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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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을 앞 둔 여자가 시댁에 인사를 드리러 가던 도중 잠깐 들른 휴게소에서 사라졌다.
한 통의 전화를 받은 후.

오프닝부터 그 여자의 사연을 궁금하게 만든 <화차>는 영화가 끝날 때까지 한 씬도 의미없이 소비하지 않고 하나의 주제를 위해 모든 씬들을 유기적으로 연결하였다. 한 개인을 통해 우리 사회의 부조리함을 파헤치는 이 스마트한 스릴러는 중반부가 지나 여자의 정체가 분명해지면서 잠시 긴장감이 느슨해지는가 싶지만, 이내 여자의 다음 행동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끝날때까지 긴장감을 가져간다. 시간의 역순으로 구성되어 관객들의 긴장감을 흡수하면서, 곳곳에 뿌려놓은 단서들을 시간이 가면서 쏙쏙 뽑아 먹으며 거대한 실타래를 다 풀어버린다.

(스포일러 포함) <화차>는 극악무도한 범죄를 저지른 여자가 왜 그렇게 될 수 밖에 없었는지를 설득력있게 보여주는 영화다. 그렇다보니, 토막살인이라는 엄청난 범죄를 저질렀지만, 범죄자를 비난하게 되기보다 처연하게 생각하게 되는 그런 영화다. (그렇다고 범죄를 옹호하는 것은 아니니, 오해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이선균 또는 김민희 중 한 쪽으로 쏠릴 수 있는 무게감을 팽팽하게 잡아 두어 두 인물에 균형감있게 감정이입하게 만든다. 김민희는 10대부터 30대까지 다양한 나이대를 소화할 뿐만 아니라 마음이 다 닳아 없어져 버린 외로운 괴물이 된 모습을 오싹하리만치 잔인하게 표현해낸다. 

기억에 오래 남을 스릴러를 만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