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수다
[회색인간] 작가 내림굿을 받았나!? 왜 이렇게 재밌나!
삼동집
2021. 8. 28. 08:30
반응형
옆에서 지켜보고 싶은 김동식 작가, 궁금하다 궁금해
흥미롭고 재미있는 작가가 나타났다. 이미 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고, 심지어 도서관에서 빌린 책에 '베스트&스테디"라는 노란색 표시가 되어 있을 정도로 유명한 작가이지만, 나는 이제야, 뒤늦게, 비로소 알게되어 궁금해졌다. 소설가야 자격증을 취득하고 글을 쓰는 게 아니니 누구나 될 수 있지만, '사람들의 인정' 없이는 오래 지속하기 힘든 직업인데, 8~9권 정도의 책을 쓸 정도로 '지속적인 글쓰기'를 하고 있다면, 김동식 작가는 이미 베스트셀러 작가가 분명하니, 더 궁금해졌다.
작가가 되고 싶어 어디서 글쓰기 교육을 받은 적도 없고, 성인이 되고, 주물공장에서 아연을 달궈 지퍼나 단추를 10년 정도 만들면서, 퇴근 후, 온라인 커뮤니티에 짧은 글을 올리다가 그 글이 반응이 좋아서 계속 쓰게되었다는 정말 소설같은 소설가의 이야기. 작가는 단지 댓글의 반응이 궁금해서 계속 쓰게 되었다는데. 그 분량이 3년 동안 500편 정도 된다니, 2~3일에 한 편 꼴로 단편소설을 완성한 속도감에 놀라울 뿐이다. 이건 뭐 AI 수준으로 글을 '생산'해 내고 있으니 필력이 그저 부럽기만 하다.
소재의 일관성
<회색인간>에는 24편의 단편소설이 수록되어 있는데, 소재가 하나같이 일관성있다. 좀비, 살인, 죽음, 탐욕, 서바이벌, 식인 뱀파이어 등 주로 장르 문학에서 다루는 소재를 활용하여 인간 군상의 모습을 표현하고 있다. 상황이나 공간을 극단적으로 설정하여, 캐릭터를 몰아넣고 그들의 행동을 면밀히 관찰하면서 재미를 주고 있다.
SF적 설정, 그리고 반전의 엔딩
김동식 작가의 단편 소설은 대부분 설정이 독특하다. 알 수 없는 행성에 인물들을 떨어뜨려 놓거나, 손가락이 여섯개인 신인류가 주류가 되는 사회를 만들거나, 하루 아침에 대도시의 만 명의 사람들을 증발시켜 땅속 세상에 떨어뜨려 놓거나 등등 소설의 배경이 극적이거나, 극단적이거나 일상의 범주에서는 많이 떨어진 상황을 설정하여 인물들이 행동하게 만든다.
그런 다음에 마지막에는 꼭 예상을 뛰어넘는 반전을 숨겨 놓는다. 반전의 크기는 제각각이지만. 그리고, 그 반전의 재미를 느끼고 나면, 자연스럽게 인간의 본성에 대한 성찰이 이어진다.
단편의 아쉬움
김동식 작가의 장편이 보고 싶다. 김동식 작가의 독특한 설정과 캐릭터를 장편의 호흡으로 볼 수 있다면, 재미가 배가될 것 같다. 드라마도 16부작 미니시리즈 호흡에 익숙해져 있고, 책도 200-300 페이지 분량의 소설에 익숙해져 있다보니 단편소설의 재미도 물론 있지만, 여운이 짧게 가는 아쉬움이 있어서...
자연스럽게 장편소설을 기다리게 된다. 물론, 김동식 작가의 소설 호흡이 단편에 더 맞기는 하지만, 맨날 밥만 먹다보면, 때로는 빵이 먹고 싶듯이. 단편을 좋아하는 작가의 장편도 때로는 궁금해지는 법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