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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카노 가즈아키 작가의 데뷔작이면서, 일본 추리 소설 작가 협회가 주는 에도가와 란포상 수상작.

다카노 가즈아키의 비교적 최근작 <제노사이드>를 워낙 재미있게 봐서 찾아본 소설이다.

2001년에 쓴 소설이니, 어언 20년이 되었지만, 소설에서 집필 시기는 중요하지 않다. 여전히 유효한 테마이고, 고민해봐야 할 테마이다.

 

상해치사죄로 2년을 교도소에서 복역하고 출소한 미카미 준이치는 자신의 죄에 대한 합의금으로 집안이 풍비박산이 난 모습을 보고 앞날이 막막한 상황이다. 그러던 중, 준이치가 복역했던 교도소에서 교도관으로 일했던 쇼지 난고가 준이치에게 (곧 형이 집행될 것으로 보이는) 사형수의 원죄를 밝히는 일을 함께 하자고 제안한다. 일을 성공한다면, 거액의 성공 보너스까지 준다는 제안에 준이치는 그 제안을 받아들이고. 둘은 사형수가 범죄를 저지른 나카미나토 군으로 향한다. 나카미나토 군에서 안좋은 추억이 있었던 준이치는 이 일을 맡는 걸 주저했지만, 높은 보수와 집안의 사정으로 함께하게 된다.

과연, 사형수의 원죄를 밝히고, 성공 보너스를 받을 수 있을까? 사형수는 정말 범죄를 저지른 게 아니고 누명을 쓴게 맞는 것일까?

 

심플하지만, 명료한 목표를 가지고 시작한 두 주인공은 추리 소설이 그렇듯, 일이 진행될 수록 목표와 초점의 방향이 계속 바뀌면서 주위의 모든 사람들을 용의선상에 올려놓게되고, 책을 읽는 독자들은 책장을 넘기는 속도가 빨라지게 된다.

<제노사이드>도 그랬지만, 페이지수가 많은 편이지만, 정말 술술~ 넘어가서 금방 읽는 마술을 부리는 책이다.

추리 소설이 단순히 독자의 흥미만을 유발하는 것이 아니라 '사형제도'라는 묵직한 사회 문제에 대해 독자로 하여금 자연스럽게 고민하게 만들고, 사회가 만든 법 제도의 허점들을 스토리 속에 풀어내면서

인간이 만든 법과 그 법으로 정당성을 획득하여 진행하는 살인인 사형제도가 얼마나 허술하게 진행될 수 있고, 얼마나 많은 폐해를 낳을 수 있는지 소설로 풀어내고 있다.

 

이러니, 47회 에도가와 란포상의 심사위원이었던 미야베 미유키가 쓴 심사소감에 공감할 수 밖에 없다.

보통 수상작을 선정할 때는 심사위원마다 의견이 갈리기 마련인데, 47회때는 수상작에 대한 이견은 없었고, 다들 어느 부분에서 감탄하고 팩트를 체크하는 데 시간을 할애했다는...

또한, 미야베 미유키가 쓴 심사소감에서 공감한 부분을 인용하자면,

 

"다카노 가즈아키는 본인이 무엇을 쓰고자 하는지, 어떻게 쓰면 본인의 마음이 독자에게 잘 전달이 될지, 무거운 테마에 휘둘리지 않고 신중하고 냉정하게 스스로를 장악하면서 써 내려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주인공 중 한 명인 미카미 준이치가 단서를 찾아 보호사 두 사람과 대화를 주고받는 장면에서 "제가 추리소설을 무척이나 좋아해서요."라는 대화가 번쩍 빛나는 것입니다. 여기서 보호사인 구보 노인이 왜 준이치에게 도움을 주는지, 장황하게 심리 묘사로 설명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다카노 씨는 그렇게 하지 않고, 노인의 이런 센스있는 말을 통해서 반쪽이 넘는 독백을 적는 것보다 효과적으로, 그 자리의 등장 인물들의 마음의 움직임을 독자에게 전달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독자의 마음이 어떻게 움직일지 정확히 알고 있고 그래서 군더더기 없이 써 내려갈 수 있는 능력이 있는 다카노 가즈아키는 존경할 수 밖에 없는 작가이다.

 

실제로 이 소설을 집필한 기간이 2개월 정도라는데, 그 짧은 집필 기간에 더욱 감탄할 수 밖에 없다.

<제노사이드> 때도 느꼈던 바이지만, 작가의 소설의 재료가 되는 자료들의 농밀함이 무릎을 탁 칠 정도이다. <제노사이드> 때는 신약 개발 관련하여, <13계단>에서는 사법 제도와 관련하여 전문가에 준하는 풍부한 지식을 갖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는 철저한 자료 조사와 그 자료를 자신의 방법으로 활용하는 다카노 가즈아키만의 능력일 것이다.

 

올해는 다카노 가즈아키만의 책만 읽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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