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노사이드] 인간의 본성과 진화한 인간

2018. 3. 9. 15:59BOOK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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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째서

우리는 인간끼리 서로 죽이고 두려워하며 살아가야 하는 것인가."

아프가니스탄에서 용병으로 일하는 예거는 어느 날 보수가 높은 새로운 일거리를 제안받는다. 늘 그렇듯이 업무에 대한 제한된 정보만 받을 수밖에 없는 예거는 아픈 아들을 살리기 위해, 돈이 아쉬워, 새 업무에 참여하기로 한다. 그리고 일본. 겐토는 갑작스럽게 아버지를 여의고 정신이 없다. 아버지를 보내고 며칠 후, 아버지로부터 메일을 받는다. 거액의 돈과 함께 신약을 개발하라는 미션을 받게 되는데...

 

미국과 일본, 콩고 등 대륙을 넘나드는 스케일에 전혀 엮을 수 없어 보이는 이야기들이 끝을 향해 갈수록 서로 촘촘하게 짜여 만난다. 스펙터클한 이야기 속에 인간의 본성에 대한 작가의 깊은 고찰이 이야기 속을 꿰뜷며 관통하고 있다.

 

'대학살'이라는 뜻인 [제노사이드]는 인간들이 전쟁을 하고 서로 죽이는 행위가 인간의 본성 또는 본능일지도 모른다고 이야기한다. 같은 종족끼리 잔인하게 싸우는 종족은 인간밖에 없다고. 인간의 종의 기원인 침팬지 정도 밖에 없다고. 인간의 본성은 그렇다면 원래부터 악한 것일까? 책 속에서 무릎을 탁-치는 대화 한 구절.

 

"인간에게 선한 측면이 있다는 것도 부정하지는 않네. 하지만 선행이라는 것은 인간의 본성에 위배되는 행위이기에 미덕이라고 하는 걸세 그것이 생물학적으로 당연한 행동이라면 칭찬 받을 일도 아니지 않는가."(475p)

 

적어도 작가는 인간의 동족 살육의 역사가 인간 본성이 만들어낸 필연적인 역사로 생각하는 것 같다. 인간은 평화를 주장하며, 동물이 아닌 척 하지만, 결국, 인간은 살려고 발버둥 치고, 약한 자를 짓밟아야 살 수 있는 동물인 것이다.

 

진화된 인간, 현생 인류의 종말

 

네안데르탈인, 호모 사피엔스... 오랜 시간동안 진화를 거듭하며 살아남은 현재의 인간에게 현재 인간보다 더 진화된 인간이 탄생했을 때, 어떤 액션을 취할 것인가? 그 해답이 [제노사이드]에 그대로 시뮬레이션되어 있다. 역사의 흐름에서는 자연스럽게 도태되고 멸종되는 것이 수순이겠지만, 그것은 인간을 객체화했을 때의 표현인 것이고, 그 인간이 나라면? 나는 자연스럽게 멸종당할 수 있을 것인가? 직장에서 명퇴당하는 것만으로도 발버둥 치는 인간인데, 하물며 지구 세계에서 멸종당한다면, 인간은 어떤 선택을 취할 것인가?

 

진화된 인간이 정말 모든 걸 컨트롤 하는 새로운 신이 될 수 있을지, 그 부분에 대해서는 계속 의구심이 들지만, 과학적 배경 지식이 전무한 내게는 어차피 안드로메다 이야기라 스토리 위주로 읽는 내게는 흥미진진할 뿐.

 

700페이지에 가까운 두꺼운 책이지만, 페이지에 대한 부담감없이 술술 넘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