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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1층에 산지 2달이 거의 다 되어간다. 아직 한 계절이 채 지나기 전에 섣불리 하는 말일 수 있지만, 나름 고층에서 살다가 1층에서 살게 되면서, 보이는 극명한 장단점을 한 번은 정리를 하고 넘어가야지, 싶어서 글을 쓰게 되었다.

처음 딱 이사왔을 때 든 생각은 '반지하 집에 사는 것' 같다는 것이다. 참고로 우리 집은 필로티 1층이 아닌 걸어 다니는 사람들과 아이라인이 맞는 정직한 1층 서남향 집이다. 거실 발코니 창을 통해서 밖을 바라보면, 높은 오피스텔이 보인다. 그걸 보고 있으면, 나는 반지하에 사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런 기분은 2달이 지나도 적응이 안 된다. 1층에 살기로 결심했을 때, View는 포기했지만, View가 내 정신적 건강에 그렇게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었는지를 이사 오고 나서 깨달았다. 틈틈이, 재택을 하면서 거실 발코니를 통해 밖을 바라보는 맛이 있었는데, 지금은 그 재미가 완전히 사라졌다. 대신, 이것은 이 집 특유의 상황이겠지만, 위의 사진처럼 오후에 대나무가 따스한 햇빛을 받아 바람에 흩날리는 바람멍을 할 수 있다. 이 집은 앞에 대나무가 많이 심어져 있어서 한겨울에도 바람에 찰랑이는 잎의 숨소리를 느낄 수 있다. 1층에 산다는 건, 높은 곳에서 바라보는 View는 사라졌지만, 대신 내 집앞 나무를 더 자세히 옆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아직 겨울 밖에 지나지 않아서(여름에 덥다고는 하나 그건 관리비 고지서 8월 전기세 납부내역에서나 확인할 수 있는 사항이기에 일단 접어두고) 1층은 확실히 춥다. 아래층이 바로 땅이다 보니 계속 보일러를 돌려도 실내 온도 20도가 되기가 쉽지 않다. 전에 살던 집은 겨울에 30평대 기준 월 5만 원 정도의 난방비를 냈는데, 여기서는 10만 원이 훌쩍 넘는다. 그래도 여전히 따뜻하지는 않다. 게다가, 웃풍이 있다. 그래서 따수미 같은 난방 텐트는 필수이다. 있고 없고의 차이가 확실히 있다. 이사와서는 심지어 캠핑할 때 쓰던 미니히터도 사용했다. 새벽에 일어나서 노트북을 만지작하고 있으면 발이 너무 시리다.

1층에 이사 오기로 결심했을 때, 사실 결심을 한 가장 큰 이유는 층간소음이었다. 아래층 이사 나가고 들어올 때마다 눈치 보는 게 싫어서 아이들이 조금 더 클 때까지는 그냥 맘 편히 있는 게 낫겠다 싶은 마음이 컸다. 그래서 1층으로 이사 오고 나서는 확실히 아이들에게 소음 문제로 소리 지르는 일이 잦아들었고 나 또한 그런 긴장감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아침 일찍 세탁기를 돌려도 전혀 눈치 볼 필요가 없는 것도 좋았다. 

그런데, 살아보니, 1층의 가장 큰 장점은 살고서 깨달았다. 바로 밖에 나가고, 들어오는 게 정말 편하다는 사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탈 필요도 없고 문만 열고 나갔다 들어오니 내가 느끼기에도 훨씬 편하고, 실제로 시간도 많이 단축되었다. 나중에 이사 가면, 이 부분이 가장 아쉬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또 하나 이야기하자면, 불을 끄면, 정말 깜깜하다. 고층에 살 때는 불을 꺼도 밖의 불빛들로 인해 커튼을 치지 않으면 암흑은 불가능했는데, 1층에서는 내가 불을 끄면, 자연스레 암흑이 된다. 그래서 자연스레 숙면이 가능하다. 다만, 바깥 소음이 없을 때만. 

1층에 사는 건 정말 개취에 따라 장단점이 극명한 것 같다. 나 또한 아이들이 다 큰 다음에 계속 1층에 살라고 하면, 선뜻 산다고 이야기하지는 않을 것 같다. 그런 거 보면, 장점보다 단점이 많은 1층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역시 아이들이 어리다면, 1층에 사는 게 실보다 득이 많을 테고, 아이들이 자라면, 득 보다 실이 많아질 것 같은 그런 느낌?

그리고, 이건 1층 이야기는 아니지만, 집은 무조건 남향, 남향이 안되면 남동향이라도! 서향은 확실히 아침에 해가 안 들어와서 아침 9시가 되었는데도 겨울에는 어둑어둑하다. 그래서 아침에 일어나기가 더 힘들어진다. 애들 깨우기도 더 힘들어지고. 집은 역시 남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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