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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의 청춘은 눈부시도록 아름답지만, 한치 앞을 볼 수 없을 정도로 혼돈의 연속이다.

 

카스미와 마에다

 

<키리시마가동아리활동그만둔대>(이하 <키리시마>)는 큰 사건이 일어나는 영화는 아니지만, 우리의 십대가 그랬듯이, 별 사건도 아닌 것이 사건이 되어 아이들에게 미묘한 감정의 변화를 일으킨다. 작은 감정의 변화는 서로의 감정과 감정이 얽혀갈수록 복잡해지고 커지면서 어느순간 빵- 터지게 된다. 그리고, 우리의 아이들은 그렇게 어른이 되어간다.

 

안경을 벗으면 안되는 마에다

 

<키리시마>는 어느 평온해 보이는 금요일 오후, 배구부의 에이스 키리시마가 동아리 활동을 그만둔다는 소식이 학교에 전해지면서 학교 안이 술렁이기 시작한다.

키리시마의 친구들, 키리시마가 소속된 배구부 친구들, 키리시마의 여자친구 등 키리시마와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친구들은 하나둘씩 도미노처럼 영향을 받기 시작한다.  <키리시마>는 금요일부터 화요일까지 5일간의 이 친구들에게 일어난 감정들을 친구들 각각의 시점에서 보여준다. 하나의 사건을 여러 친구들의 시점으로 보여주니, 캐릭터별 각자의 입장이 잘 살아있어 10대 아이들의 다양한 감정들을 읽을 수 있다.  10대의 나와 내 친구들을 보는 느낌. 키리시마가 연락이 두절되고서 감정을 잘 절제하던 친구들이 하나 둘 균열이 일으키다 와르르 무너지는 감정들이 영화 속에 잘 살아있다. 혼돈의 터널을 지나가고있는 10대의 아이들의 감정을 영화는 그들의 언어를 빌려 잘 표현하고 있다.

 

마에다, 이때만해도 카스미에게 기회가 있는 줄 알았을 텐데.

 

마에다가 놓고 온 시나리오를 가지러 교실로 전력질주로 뛰어간 후, 교실 문을 벌컥 열었을 때의 충격은 균열의 시작이다. 아이들이 잘 참아왔던 감정들을 투두둑 모래주머니 터지듯 터뜨리는 발화점이 된다. <키리시마>는  긴~타이틀만큼이나 끝이 보이지 않는 혼돈의 터널같다.

이제는 30대의 아줌마에게 이러한 감정은 낯설다 못해 오히려 당혹스럽지만, 그시절 우리 모두 한번쯤은 느껴본 감정이기에 그립다.

부러우면 지는 건데.

 

마에다의 울부짓음. 조지로메로의 영화와 오버랩되는 시퀀스는 최고의 명장면.

 

6월말 개봉해 개봉주에는 지방에서 겨우 상영관을 잡더니, 한 주가 지난 후, 7월초에나 서울의 KT상상마당에서 매뚜기 상영을 시작했다.

요즘 워낙 많은 영화들이 개봉을 하니, 개봉관 잡기가 하늘에 별따기 인줄은 알겠는데,

<키리시마>는 나름 일본 내에서 이슈가 된 영화인데, 이렇게도 상영관을 못 잡을 줄은 몰랐다.

차라리 VOD로 극장과 동시상영 정책을 펴는 편이 좀더 많은 관객과 쉽게 만날 수 있지 않았을까.

 

아사이료의 원작을 영화로 만들었다는 데 원작을 읽어봐야겠다.

청춘을 이야기하는 영화는 언제나 가슴시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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