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5. 26. 06:03ㆍ영화나부랭이
아줌마의 영화보기는 짬 날때 후다닥- 하는 스리슬쩍 찬스다.
모처럼 저녁 약속이 있는 날, 오후에 나갔던 외근이 빨리 끝나 회사로 복귀하기는 시간이 애매하고
약속 시간까지는 두어시간이 남는 그런 날. 찬스다.
5G급의 속도로 폭풍 검색을 해서 영화를 골랐는데...
"로튼 토마토 신선도 99%"
"인종차별을 소재로 한..."
이 두 가지만 봤다.
그리고 혼자 생각했다.
'아, 인종차별을 소재로한 드라마 장르의 신랄한 풍자와 날이 서있는 코미디 영화?'
포스터에서 풍겨오는 느낌아닌 느낌은 그냥 간과했다.
'오 마이 갓!'
오후 4시대에 거의 꽉찬 강남 CGV.
그것도 연인들로.
양옆으로 연인들 사이에 꽉 끼어 나홀로 앉았는데
오프닝만 내 기대에 부응해주고
주인공들이 부모님 댁에 가는 순간부터 어긋나기 시작한 내 기대는
주위에 민망 할 정도로 혼자 엉덩이 들썩이면서 소리를 지르는 행동의 결과를 초래해서...
영화 스크롤 올라가자 마자 뛰어나왔다는...
[Get Out]은 그래, 로튼 토마토가 말한 것처럼 신선한 공포영화다. 여기까는 동의!
공포를 만들어내는 방식은 신선하다.
원래 공포 영화를 잘 안 좋아해서 트렌드까지는 잘 모르지만,
음향효과와 음악, 등장인물들의 연기톤, 미장센을 기존 공포 영화의 방식과는 좀 다르게 활용하여
그로테스크한 분위기를 잘 만들어내고 있다.
게다가, 인종차별이라는 미국 사회의 오래되고 묵직한 사회 이슈를 베이스로 두고
자칫 심각한 공포만을 강요할 수 있는 영화의 분위기에 위트와 유머를 토핑으로 담아
관객의 긴장감을 영리하게 조절하고 있다.
그러니, 신선하고 재미있고 웃기고 무섭다.
하지만, 피부에서 느끼는 공포가 아닌, 수긍할 수 있는 공포가 되기 위해서는
영화 안에서 의문이 남지 않게 확실히 풀어줘야 한다.
여기서부터는 스포일러 과다 포함.
신체적인 조건이 우월한 젊은 흑인을 납치해 최면을 걸어 그들의 장기 일부를 이식하여
자기 것으로 만들고 자신의 신체적인 핸디캡을 없애, 더 건강하고 더 오래 살겠다는 콘셉트는 대강 이해는 하지만,
납치한 사람의 뇌를 자기의 뇌에 심는다고 그게 과연 자기인지 납치된 젊은이가 되는건지는
과연 생각해 볼 일 아닐까.
또한, 마지막 반전이라 할 수 있는 두 명의 흑인 하인이 그렇게 이식을 받은 이 기괴한 가족의 할머니와 할아버지인데
느낌으로는 이해가 가지만, 현실적으로 아직 불가능한 일이기에 논리적으로 설명이 부족해 보인다.
그동안 다양한 흑인들을 납치했고, 그 마을 사람들이 필요한대로 흑인들을 요리를 해준 것인데
그러한 부분에 대한 좀 더 구체적이고 친절한 설명이 필요하지 않았을까.
여담이지만...
여자친구와의 마지막 사투에서 경찰차가 오고, 무의식 중에 손을 번쩍 든 주인공의 모습에서
인종차별과 남녀 역차별의 문제가 잘 드러나는 데, 현재의 엔딩이 전체적인 영화 톤에는 잘 맞지만,
(친구가 아닌) 경찰차가 오고, 주인공을 (백인 여자 친구를 죽이려고 하는 흑인 남자 친구로 오해하여) 그냥 쐈다면,
좀 더 충격적이지만, 인종차별의 문제는 더 잘 담아낼 수 있지 않았을까.
신선하지만, 과정에 대한 논리적 설명이 좀 부족한 아쉬움이 남는다.
여자친구 앨리슨 윌리암스의 꽃뱀 사이코패스 연기는 올해의 발견이다.
영화 초반부터 사이코 가족의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데, 그러한 과한 분위기를 앨리슨 윌리암스가 긴장을 다소 누그러뜨려 주다가
차키를 찾으면서 자신의 본 모습을 보여주는 장면은 [유주얼 서스펙트]의 절름발이도 울고 갈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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