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2. 10. 12:05ㆍ일상의 소소함
정월초부터 이사하면서, 청소 욕심부리다가 봉변을 당했네요.
(중간 중간 눈 찡긋거리게되는 사진 있을 수 있으니 주의!!)
이사 온 집이 구축 아파트다 보니 나무로 된 마룻바닥이 중간중간 파여있기는 했거든요. 그런데, 이사 때 옮겼던 가구 배치가 마음에 안 들어서 책장을 다른 쪽으로 옮겼는데 책장 아래 쌓였던 먼지를 물티슈로 닦아보겠다고 벅벅 문지르다가 마룻바닥 잔가지 6cm 정도가 손바닥을 파고들었어요. 정말 순식간에 훅 들어가서 악-소리가 절로 나오면서, 피가 보이면서 무언가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 것 같아요.
정말 악-소리가 나더라고요. 처음에는 손바닥에 일부 나뭇조각만 보여서 이게 들어가서 아픈가보다 했어요. 그래서 조금 긁어냈는데, 그래도 손이 계속 아픈 거예요. 그래서 봤더니 손안에 잔가지가... 이건 길이 6cm에 폭이 0.3~0.5cm 정도 되어서 가시라고 말하기에는 너무 대형가시라서 잔가지라고 해야 할 것 같아요.
암튼 엄청 놀라서 집근처 이대목동병원 응급실에 갔어요. 코로나로 응급실도 본인만 들어갈 수 있고 들어가기까지도 참 힘들더라고요. 나는 아파 죽겠는데, 항상 의료진들은 여유가 넘치죠. 하하. 그런데, 정형외과 의사가 내려와서 보더니 손에 박힌 게 나뭇가지이다 보니 엑스레이나 CT를 찍어도 잘 안 보인다고 하더라고요. 그래도 일단 찍어서 보자고 해서 찍었는데, 엑스레이로는 안 보이고, CT로는 어둡게 그림자처럼 보인다고 하더라고요. 다행히도 엄지 손가락 쪽으로 박힌 나뭇가지 끝이 살짝 보여서 그쪽을 찢어서 빼보기로 했어요. 혹시나 중간에 부러지거나 못 뺄 수도 있다는 무서운 말과 함께.
마취를 하고 피부를 긁는 묘한 느낌만 났는데 다행히도 나뭇가지를 제거했더라고요. 그런데, 제거하다가 중간에 부러졌기는 한데, 거의 다 제거한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네 바늘을 꿰맸어요. 그런데 제거 후에 사진은 별도로 안찍겠다고 하더라고요. 어차피 찍어도 안 보인다고 해서요. 한번 꿰매면 14일 정도 후에 실밥을 푼다고 하길래 2주 동안 샤워할 때 한 손으로 고생해가며 2주를 버텼어요.
다행히 실밥은 동네 정형외과에서 풀어도 되어서 드레싱 겸 동네 정형외과를 다니다가 실밥을 풀었어요.
그런데, 그다음 날, 노트북을 하다가 무심코 흉터가 생긴 손바닥을 보고 있는데, 손에서 이물감이 느껴지는 거예요. 뭔가 살짝 튀어나와있고요. 그리고 제가 손 모양을 바꿀 때마다 살짝 움직이는 것도 같고요. 속으로 "아닐거야, 아닐 거야, 남은 잔가지는 아닐 거야."라고 그냥 되뇌고 말았어요. 그런데, 계속 신경이 쓰이더라고요. 잘못 꾹 누르면 아프고요. 그래서 며칠 참아보면서, 지켜봤는데, 그 며칠 동안 계속 손만만지고 있더라고요. 제가. 아무래도 찜찜해서 동네 정형외과를 먼저 갔어요. 상황 설명을 드리니, 역시 먼저 엑스레이를 찍자도 했어요. 속으로는 '안보일 텐데' 했지만, 찍어보았어요. 역시, 의사쌤도 안 보인다고 하더라고요. 큰 가지면 보이기도 하는데 이건 작아서 안 보이는 것 같다고요. 그러더니, 초음파를 찍어보자고 하셨어요. 그래서 제가 "초음파로는 보일까요?" 했죠. 그랬더니, 초음파로는 피부조직, 근육 뭐 이런 것들이 다 보여서 보일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반신반의하는 마음에 초음파를 했어요. 속으로는 '보였는데 아무것도 아니네요. 뭉친 근육이에요' 이런 답변을 기대하면서요.
그런데, 역시나, 나쁜 예감은 틀리지않아요.
"네 남은 잔가지가 있네요. 2cm 정도 되네요"
"What! 2cm? 그때 부러진 게 무려 2cm?" (내 속마음)
그러면서 초음파 사진을 보여주시는데, 웬걸 초음파 사진에 선명하게 잔가기가 보이는 게 아니겠어요? 아니, 이렇게 잘 보이는 걸 왜 이대목동병원에서는 초음파 할 생각이 없었을까요? 초음파 장비가 없는 것도 아닐 텐데... 의사쌤도 이건 크기가 어느 정도 되어서 절개해서 빼내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하셔서 결국 또다시 마취를 하고, 절개를 하고, 가지를 빼내고 4 바늘을 또 꿰맸어요. 도합 8 바늘!
이번에 자시 빼낼때는 좀 시간이 많이 걸렸어요. 요 가지를 바로 빼낸 게 아니라 시간이 2주 정도 지난 후 빼내는 거로 피부조직이랑 다 유착이 되어서... 어흑, 그다음은 상상에 맡기겠어요.
암튼 정초부터 이사에, 잔가지 사건에 올해가 들삼재인데 조심해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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