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8. 30. 11:37ㆍBOOK수다
빨래는 세탁기가, 청소는 청소기가 하는데, 왜 이렇게 여자들은 집안일을 힘들다고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당신에게.
조난주 작가의 명쾌한 답변.
다시는 이런 말을 할 수 없게 만드는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답변.
의사는 모니터에 뜬 김지영 씨의 이전 치료 기록들을 훑어 본 후,
모유 수유를 해도 괜찮은 약들로 처방하겠다고 말하며 마우스를 몇 번 클릭했다.
예전에는 일일이 환자 서류 찾아서 손으로 기록하고 처방전 쓰고 그랬는데,
요즘 의사들은 뭐가 힘들다는 건지.
예전에는 종이 보고서 들고 상사 찾아다니면서 결재받고 그랬는데,
요즘 회사원들은 뭐가 힘들다는건지,
예전에는 손으로 모심고 낫으로 벼 베고 그랬는데
요즘 농부들은 뭐가 힘들다는 건지...
라고 누구도 쉽게 말하지 않는다.
어떤 분야든 기술은 발전하고 필요로 하는 물리적 노동력은 줄어들게 마련인데 유독 가사노동에 대해서는 그걸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
82년생 여자 이름으로 가장 많이 등록된 이름 '김지영'.
철수, 영희가 한 때 한국 사람 이름을 대표했듯이, 이제 김지영 씨가 30대의 애를 키우는 전업맘을 대표하게 되었다.
지난 주에 <SBS스페셜>로도 방송이 되었고, 올해 꽤 오랫동안 베스트셀러 목록에 이름을 올리고 있으니,
전업맘이 아닌, 김지영 씨는 오히려 이런 이미지가 각인되는 것이 조금 걱정일 수도 있겠다.
[82년생 김지영]은 전업맘 김지영 씨가 남성 중심적 사고방식에 젖어있는 대한민국 사회에서 아이를 키우면서 겪게되는 이야기이다.
육아 우울증으로 지영 씨의 주위 여자들이 지영씨의 몸에 빙의된 것처럼 갑자기 툭툭- 이야기를 하는데,
그 말들을 듣고 있노라면, 며칠 더부룩했던 속이 순식간에 내려가는 느낌이랄까.
어떻게 보면, 전혀 새롭지 않고, 예전에 읽었던 이야기 같기도 한 이 소설이 꾸준히 베스트셀러 상위에 랭크되어 있는 이유는
그만큼 현재 우리 여자들의 마음을 잘 보듬어 주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세상의 절반은 여자인데, 우리는 그동안 너무 모든 걸 남성 중심 위주로 바라보고 생각하게끔 교육받았다.
이제는 이러한 사고방식이 이상하다고,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도 않을 정도로...
뭐, 예전에 비해서는 다들 나아졌다고 이야기하지만, '맘충, XX녀' 등 여자를 대상으로, 여자를 부정적으로 인식하게 만드는 단어들을
사회 신조어처럼 만들고 있는 요즘의 현실은 우리 사회가 '혐 여성'으로 가는 게 아닌가 싶어
과연 예전보다 더 나아진 건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
전업맘인 친구의 8살날 딸이 (이제껏 성심성의를 다해 키워주었더니) "엄마는 직업이 뭐야?" 라고 묻길래, 할 말이 없었다더니.
한국 사회에서 직장맘이 아닌, 전업맘으로 애를 키우는 여자들에 대한 부정적인 사회적 시선이 '엄마되기'를 더 어렵게 만들고
출산율을 더 낮게 만든다는 것을 알까.
애를 키우는 엄마라면, 직장맘이든, 전업맘이든, 깔깔깔- 웃으면서, 위로해주는 책, 바로 [82년생 김지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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