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이 책의 저자인 한스 로슬링이 유행병인 콘조(마비를 일으키는 병)를 조사하러 한 콩고의 한 시골마을에 갔을 때 일어난 일이다. 마을 사람들의 혈액을 채취해서 콘조의 원인을 밝히려고 하는데, 갑자기 한무리의 마을 사람들이 한스에게 정글칼을 들고 다가왔다. 다급해진 통역사는 위험을 감지하고 도망치자고 했는데, 한스씨는 통역을 해달라고 했다. 그리고, 한스씨가 왜 이 마을에 왔는지, 조목조목 설명을 했다. 그래도 미심쩍어하는 마을 사람들 중에 갑자기 한 나이든 여성이 마을 사람들에게 이야기했다. "이 사람은 지금 우리의 혈액을 채취해서 리서치를 하려는 거야. 이게 이들의 연구 방식이고, 예전에 우리 마을에 홍역이 돌 때도 이렇게 해서 홍역이 없어졌잖아. 예전에 홍역을 없앤 것처럼 콘조를 없앨 수 있을지도 몰라.자 의사 양반, 내 피부터 뽑으쇼."
마을 사람들에게는 잘 알지도 못하는 유럽인이 와서 자기네 피를 훔친다고 생각했고, 마을 사람들에게는 약탈자처럼 보이는 유럽인이(일반화 본능) 자기네 피를 뽑을지도 모른다는 공포 본능, 그래서 자기네 피를 훔치는 사악한 의사를 처단해야 한다는 비난 본능, 상황을 잘 파악하지 않고 무조건 달려드는 다급함 본능 등 우리가 흔히 저지르는 오해들이 합쳐져 한스를 해치려 들었고, 그 순간 이러한 보통 인간들이 흔히 하는 오해들을 떨쳐내고 용기있게 날카로운 논리로 자신의 의견을 마을 사람들에게 전달한 이 여성처럼 지은이는 우리가 세상을 쉽게 오해하는 10가지 본능을 본능에 사로잡혀 본능에 파묻히지 말고, 데이터에 근거해 세상을 올바르게 보자는 것이다.
<팩트풀니스>는 13개의 퀴즈로 시작하는데, 예를 들면, 오늘날 세계 인구는 주로 어디에 거주하는지, 저소득 국가의 여성들의 교육 수준은 어떠한지 등등 주로 세계 현황에 대한 문제들이다. 나는 이 문제에 대해 거의 반타작을 했는데, 정답률을 보니, 문제에 따라 다르지만 30%을 넘긴 문제가 거의 없었다. 더 충격적인 건 이 문제를 푼 대상들이 UN, 정치인, 언론인 등 나름 세계 돌아가는 상황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인데도 그조차도 정답률이 낮다는 것이다.
그 만큼 4단계 국가에서 사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현재 우리의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세계가 과거에 비해 훨씬 나아졌고, 나아지고 있다는 것을 객관적인 데이터로 보여주고 있다. 과거보다 좋아졌다는 것에는 물론 공감을 하고 있었기에 이러한 설명은 어찌보면 내게는 당연한 듯 보였다. 저성장시대에 사는 우리에게는 과거보다 세상이 나아졌다는 부분에는 위안을 얻지 못하고, 커지고 있는 빈부격차에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기때문에 세상이 점점 안좋아지고 있다고 느끼는 것인데, 이 부분에 대해서도 저자는 우리의 생각을 바꿀만한 단서를 줬다. 브라질의 경우이기는 한데, 1989년부터 2015년까지 브라질 총소득에서 상위 10%가 차지하는 비율이 50%에서 41%까지 낮아졌다는 것이다. 빈부격차가 전 세계적으로 심해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한번 잘 따져봐야 겠다는 생각이 든 부분이다.
저자는 대부분의 국제기구들이 나라들을 분류할 때,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으로 많이 분류하는데, 이보다는 소득 수준에 따라 1~4단계로 나누는 것이 사람들의 생각을 왜곡하지 않고 현실을 더 잘 반영한다고 이야기한다. 1단계는 걸어서 사용할 물을 떠와야 하는 수준, 2단계는 자전거로 이동할 수 있는 수준, 3단계는 상하수도 시설이 있고, 오토바이로 이동하는 수준, 4단계는 자동차로 이동하는 수준이다. 현재 70억의 인구 중 60억이 2~4단계에 속하고, 10억만 1단계에 머물고 있는데, 앞으로 시간이 갈수록 1단계의 인구는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팩트풀니스>는 우리가 쉽게 오해하는 10가지 본능을 설명하며, 저자의 실제 경험이나 주위의 경험을 이야기하는데, 그 경험담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공중보건의로 세계를 돌아다니며, 각종 전염병 조사 등 우리에게는 생소해보이는 업무를 해서 그런지 에피소드가 한 편의 드라마같다. 어떻게보면, 책 속에서 소개한 본능은 우리도 '이름'을 안 붙여서 그렇지 어느 정도 머릿 속으로 인지한 부분일 수 있지만, 저자의 주옥같은 인생 경험담과 덧붙여지니 머릿 속에 콕콕 박힌다. 그의 인생은 울림이 깊은 다큐멘터리같아서 읽는 맛이 있다.
<팩트풀니스>는 개발도상국을 이제 막 탈출해 선진국의 대열에 들어가려는 한국보다는 본투비 4단계인 '서양인'들이 더 읽어야 할 책이긴 하다. 한국인은 양쪽에 끼여 있다보니, 본의 아니게 좋은 싫든 세계 현황을 어느 정도 알아버려서 13개의 문제 중에 정답률도 다른 나라에 비해 높은 편이니깐.
세상을 둘로 나눠서 생각하는 간극 본능, 세상이 점점 나빠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부정 본능, 그리고 모든 것들은 단지 증가하고 있다는 직선 본능, 실체없이 공포심을 자극하는 공포 본능, 과대 평가하거나 과소 평가하는 크기 본능, 모든 것들을 일반화시키는 일반화 본능, 세상만사 운명지어져 있다고 생각하는 운명 본능, 한 관점을 바꾸지않는 단일 관점 본능, 문제가 발생했을 때 비난의 대상을 찾는 비난 본능, 마지막으로 다급하게 몰아쳐 결론을 내게하는 다급함 본능까지. 이 본능들을 잘 기억해서 우리의 일상 속에서 우리가 이러한 우를 범할 때, 멈출 수 있게 평소에 연습해야 겠다.
평생을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애쓴 저자에게 경의를 표한다.
'BOOK수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구글 애드센스로 돈벌기] 내 블로그에 적용해보니... (0) | 2020.01.30 |
---|---|
[하버드 부모들은 어떻게 키웠을까] '하버드'란 단어에 속지 말자 (0) | 2020.01.08 |
[공부머리독서법] 정독과 반복의 힘, 아이와 시작한 독서타임 (0) | 2019.11.01 |
[시그널] 미국이 우아하게 전 세계로 (자신들의) 빚을 전가하는 법, 인플레이션 (0) | 2019.09.23 |
[FAKE] '부자아빠 가난한아빠'의 시의적절한 충고 (0) | 2019.08.28 |
- 핀다이렉트 #에르엘모바일
- 수학문학관 #수학체험센터
- 무릎골절붓기
- 서울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 iq검사
- 서하한복
- 아이닉i50 후기
- 가성비 청소기 스펙 비교
- 2025사업자현황신고
- 보이스피싱 사후 대처 #보이스피싱당한 후 할일
- 서울대학교 입학본부
- 스타얼라이언스 항공사 중 유류할증료 없는 항공사
- 용산전쟁기념과 f-86 세이버 시뮬레이터
- 서울원병원 mri
- 하이원리조트 팰리스호텔 투숙 후기
- 현장체험학습 노란버스
- 에르엘고객센터
- 당근마켓 계정 문제 #보이스피싱 당근마켓
- 보이스피싱당했을때대처법
- 당근마켓 고객센터 운영시간
- 토스페이먼츠 상담원 연결방법
- 보이스피싱후 사후대처법
- 전방십자인대 견열골절
- 내돈내산
- 스타얼라이언스 이용팁
- 보이스피싱범이 휴대폰 개통
- 알뜰폰 가입시 주의사항
- 하브루타
- 당근페이 피해신고
- 중고나라 사기수법
- 수표입금방법
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1 | 2 | 3 |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