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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말 토요일. 강원도 고성으로 놀러간 딱 그날! 둘째 아이가 밤에 열이 오르기 시작했다. 할 수 없이 편의점에서 브루펜을 사먹이니 다행히도 열이 떨어져서, 열이 떨어지면, 또 잘 놀아서... 약 기운 떨어지면, 다시 먹이고 먹이고 해서 일요일까지 버티고 집으로 복귀 했는데...

그 다음날 월요일 아침. 두둥. 어린이집을 가려고 하는데, 아이가 기운이 없는지 축- 쳐져 있다.

"엄마, 나 어린이집 안 가면 안 돼?"

워낙, 엄마 맘을 생각해주는 7살 꼬마 신사라 열이 38도가 넘었는데도 엄마 일 못하러 갈까봐 조심히 물어본다. 회사 가기 30분 전인데... 봐줄 사람은 없으니,다시 해열제를 부랴부랴 먹이고 30분이 지나니 다시 열이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랬더니, 아이도 다시 어린이집에 갈 수 있을 것 같단다.

아마, 엄마 난처할까 봐 없는 힘도 짜냈겠지만... 그걸 알면서도, 다급한 나는 그 길로 아이와 함께 집을 나섰다. 그러면서, 만약 아프면, 선생님께 말씀드리라고. 그러면 엄마가 냉큼 달려올거라고. 약간의 거짓말을 보태어 희망의 메시지를 날리고. 어린이집에 들어가는 아이의 뒷모습이 왜 이리 아련한지.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 날 낮은 열린어린이집이라 학부모 중 한 분이 점심 때 아이들 배식을 도우러 가셨다가 사진 몇 장을 찍어서 단톡에 올려주셨다. 그런데, 머리가 아픈지 이마에 손을 얹고 있는 아이 사진이 제일 먼저 눈에 띄었다.

그길로, 달려가고 싶지만, 회사의 사정이란. 아이도 엄청 아팠을 텐데, 선생님께 이야기 안하고 버틴 게 분명해 보였다. 결국, 맨날 바쁨 코스프레를 하고 있던 애아빠에게 SOS를 했다. 둘째 사진을 카톡으로 보낸 후,

"나는 절대 못 가는데... 당신이라도 빨리 퇴근할 수 있으면 가주길..."

역시, 백마디 말보다 한 장의 사진이 사람의 마음을 쉽게 움직인다고 했던가. 맨날 바쁜다던 애아빠가 결국은 세 시에 나와서 아이를 데리고 병원에 갔는데. 두둥.

"B형 독감입니다. 일주일간 어린이집은 쉬어야 합니다."

그냥 심한 감기 몸살일 줄 알았지, 설마 독감이랴~ 했더만. 독감.

게다가, 오늘은 월요일인데... 앞으로 4일을 어쩌누.

다행히 그래도  근로자의 날이 있는 주라서 화요일은 내가 연차, 수요일은 근로자의 날, 목요일은 남편 휴가, 금요일은 친정엄니가 와서 한 주를 막았다. 정말 막았다.

그런데, 수요일쯤 한 숨 돌리려고 하니, 신랑이 시름시름 앓기 시작했다. 계속 힘들다고 하고. 결국은 목요일에 병원을 갔는데, 두둥.

"B형 독감입니다."

아픈 사람 한 명 보살피기도 힘든데, 신랑마저 몸 저 누웠다.

이제 남은 사람은 나와 첫째 아이. 첫째 아이도 불안했지만, 잠도 나랑 같이 자고 학원도 가니, 독감환자들과 많이 붙어있지 않아서

괜찮지 않을까~ 하며 버텼다. 다행히 둘째 아이가 타미플루 복용을 끝낸 토요일에도 괜찮길래 한숨 돌리나 했다.

그리고, 5월.

가정의 달이라 아픈 환자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댁에 갔다.

그런데, 역시 자리를 뜨면, 티가 난다. 시댁에 간 다음날 아침, 일요일부터 큰 아이가 열이 나기 시작했다.

"옮았네. 옮았어. 기어코 옮았어."

속으로는 생각했지만, 입 밖으로는 내뱉을 수 없었다. 병원 가게되면, 월요일에 검사를 할 텐데, 독감이면 결국 또 한 주를

'막아야'하니 도저히 머릿 속에서 셈이 안나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열은 오르고, 월요일(다행히 대체 휴일이라 병원이 열었다! 그것조차 얼마나 반가운지)에 갔더니, 바로 확연한 두 줄.

"B형 독감입니다. 앞으로 한 주 통으로 학교에 보내시면 안됩니다. 아시죠?"

"열은 일요일부터 났는데... 일요일부터 목요일까지하면 안되나요...?"

"원칙이 타미플루 복용하는 기간 기준으로 5일을 쉬어야 합니다."

"왜...? 왜요?" 라고 묻고 싶었지만, 차마 물을 수는 없었다...

 

더군다나, 큰 아이는 지난 주에 단기 방학이라 쉬고, 다음 날부터 학교 복귀인데... 다시 일주일을 쉬게 될 상황이다.

결국 한주를 누군가가 집에 있어줘야 한다. 누가 있어야 할까?

지난주에 신랑과 내가 각각 하루씩 휴가를 냈는데, 또 휴가를 내야하나. 오만가지 생각들이 머릿 속을 스친다.

결국, 시아버님에게 SOS를 청했다. 원주에서 친히 올라와 주셨다. 오! 그래도 길은 있다!

2주간의 독감 뒷바라지에 나도 열은 오르지 않았지만, 목이 따끔거리고, 기침이 멈추질 않는다.

결국, 이비인후과에 가서 진료 받고. 다행히 독감은 아니었지만, 온 가족이 다 환자로 집에는 약봉투만 쌓여 갔다.

 

작년 가을에 아이들은 독감 예방 접종 무료라서 4가를 안 맞히고 3가를 맞춰서 그런가. 도대체 독감은 왜 이렇게 걸린다냐.

더 재미있는 건 우리 가족 중에서 나만 독감 주사를 안 맞았는데, 나만 안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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