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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빠져있는 작가 다카노 가즈아키의 [K.N의 비극]

 

2001년에 쓴 데뷔작 [13계단], 2011년 발간된 [제노사이드]까지 재미있게 읽고, 올해 다카노 가즈아키 책은 다 읽을 것을 목표로 삼은 후

 

집에서 먼 도서관까지 가서 빌린 [KN의 비극]

 

[KN의 비극]은 2003년쯤 일본에서 출간되었으니, [제노사이드]보다는 훨씬 먼저 쓴 소설이다.

 

앞서 내가 읽은 두 작품에 비해 밀도가 높거나, 스펙터하지는 않지만,

 

다카노 가즈아키의 소설은 어느 책이든 술술-읽히는 신묘한 힘이 있다.

 

페이지수에 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작가! 1000장도 100장처럼 느껴지는!

 

[KN의 비극]은 [13계단]이나 [제노사이드]만큼 두껍지도 않아서 가볍게 볼 수 있지만,

 

[KN의 비극]에서는 낙태가 테마여서 편한 소재는 아니다. 그리고 미스터리 소설이지만, 항상 교훈은 잊지 않는다.

 

그런 교훈이 독자에 따라서는 불편할 수도 있지만, 책의 장르를 떠나서 분명한 메시지는 필요하다고 생각하기에,

 

재미있게 책을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얻는 교훈이기에, 나에게는 울림이 있었다.

 

 

줄거리를 짧게 이야기하자면,

 

<쾌적하게 사는 법> 한 권으로 어느 날 갑자기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슈헤이와 그의 아내 가나미는 <쾌적...>의 인세를 기대해

 

무리를 해서 고급 맨션으로 이사를 한다.

 

호화로운 집, 베스트셀러 작가라는 타이틀에 취한 슈헤이는 그만 피임도구를 잊고 가나미와 사랑을 나누고

 

가나미 임신을 하게 된다. 그 사이 <쾌적...>도 반응이 신통치 않아지고, 임신을 한 가나미의 직장에서의 위치도 애매해서

 

결국 부부는 낙태를 하기로 결정하지만...

 

막상 수술을 하러 들어간 수술실에서 가나미는 귀신에 씌인 듯한 행동을 보이고, 발작을 해 수술을 못하게 된다.

 

가나미는 정말 사령이 빙의한 것일까, 아니면, 가나미가 스스로 만들어낸 방어 인격일까.

 

 

어찌보면, 한 여름 밤의 귀신 이야기로 보일 수 있지만, 귀신의 탈을 쓴 사람 이야기이다.

 

어찌보면, 끝이 보이는 서스펜스가 부족한 소설이긴 하지만, 하나 하나 밝혀지는 쏠쏠한 재미가 있는 소설이다.

 

 

드라마나 영화에서는 남녀간의 뜨거운 사랑이 달콤하게 보이지만, 그 끝의 책임은 보통 편집당한다.

 

그건 드라마나 영화를 통해서는 아무도 보고 싶어하지 않은 불편한 진실이기 때문에.

 

하지만, 그게 진짜 현실이고, 남녀간의 사랑을 하려면, 그에 대한 책임을 미리 철저하게 숙지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을 작가는 강조한다.

 

소설 마지막에 <쾌적 연애학> 집필 의뢰가 들어온 슈헤이의 명쾌한 대답.

 

"사랑을 하면 아기가 생긴다. 질외사정은 올바른 피임법이 아니다. 그걸 모르면 연애를 하지 마라."

 

자신은 이런 이야기 밖에 쓸 수 없다고...

 

어떻게보면, [KN의 비극]은 성교육도서로 분류하는 게 맞을 수도 있다.

 

이 책을 읽은 독자라면, 사랑의 책임에 대해 뼈속깊이 새겨 항상 피임도구를 챙기게 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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