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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되면 으레 엄마와 언니들과 함께 올레길을 걸은 지도 3년이 되다 보니, 올해는 제주도와는 다른 풍경이 보고 싶어 졌고, 누군가 남해 이야기를 해서 찾아봤더니 남해도 뚜벅이들을 위해 "남파랑길"과 "남해바래길"이 있었다. 

"남파랑길"은 남해안을 따라 연결된 길로 부산부터 해남까지 총 1,470km의 걷는 길이고
"남해바래길"은 남해군에 특화된 걷는 길로 본선 16개 코스와 지선 4개 코스로 이루어져 총 240km 길이의 걷는 길이다. 
그중 11개 코스가 남파랑길 36~46코스와 일치한다. 그러다 보니 걷다 보면, "남파랑길, 남해바래길" 표식이 같이 되어 있다.

남해바래길 코스를 더 자세히 알고 싶으면 아래 링크를 클릭하면 된다.

https://www.namhae.go.kr/tour/00007/00021.web

 

남해바래길 | 남해문화관광

500년 전부터 '꽃밭(花田)'이란 별칭으로 불렸던 아름다운 보물섬 남해는 산과 바다, 다랭이논, 죽방렴, 그리고 순박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섬이다. 남해바래길은 남해가 가진 천혜의 자연환경과

www.namhae.go.kr

남해여행은 3박 4일을 갔지만, 완주한 코스가 유일하게 7코스 뿐이다. 서울에서 남해까지 오고 가는 데 시간이 꽤 걸리고 풀코스를 걸으려면 보통 하루를 온전히 투자해야 하기 때문에 아쉽지만, 7코스 하나 완주하였다. 

남해바래길 7코스는 화전별곡길인데, 총 17km, 6시간 30분 정도 걸리는 코스이다. 독일마을을 지나 바람흔적 미술관, 편백자연휴양림-편백숲임도를 지나 천하마을에 도착하는 코스인데, 다른 곳보다 편백숲임도가 정말 장관이다. 올레길에서는 볼 수 없는 확실히 다른 자연경관을 선물해 준다. 편백숲임도는 전국에서 아름다운 길로도 뽑혔다고 하는데 역시 이유가 있다.

스산한 겨울이다보니, 남해 쪽을 여행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아서 어딜 가나 한산하다. 그래서 흥은 좀 덜하긴 하지만, 마음은 더 편안한 여행이 되었다. 독일마을도 일부 가게들은 문을 닫을 정도로 한산했다. 바닷가를 끼고 있는 물건마을을 지나면 독일마을이 나오는데 독일마을은 언덕에 있어서 운동을 좀 해야 한다.

독일마을을 걸어가는 사람은 우리 밖에 없었다. 7코스를 걷기위해 일부러 독일마을에 숙소를 잡았는데, 숙소주인분이 놀랄 정도였다.

언덕에 위치해 있어서 저멀리 바다가 보이는 평화롭고 푸근한 느낌이 드는 마을이었다.

독일마을에는 약 40채의 집이 있다. 이렇게 집마다 이름을 붙여 놓아서 더 가족 같은 느낌이 든다.

언덕 꼭대기에 다다르면 파독전시관이 있다. 10월이 되면 독일마을에서 독일의 옥토버 페스티벌같이 맥주 축제를 한다는데 그때는 독일마을 일대에 주차할 공간이 부족할 정도로 많은 관광객들이 방문한다고 한다. 겨울에 방문한 내게는 상상하기 힘든 인파이지만.

남해바래길도, 남파랑길도 표식이 잘 되어 있다. 걷기전까지는 올레길만큼 표식이 잘 되어 있을지 걱정했는데, 기우였다. 또한 "남해바래길" 어플이 있는데, 이 어플을 설치한 후 걷기 시작 버튼을 누르고 걸으면, 만약 코스에서 30미터 이상 이탈하면 알람이 울릴 정도로 잘 되어 있어서 길 잃을 염려는 없다.

독일마을을 지나서 내려가면, 한동안 저수지와 하천을 따라 걷게 되는데, 요때는 내가 바닷가에 있는지 내륙에 있는지 헷갈릴 정도이다. 남해가 우리나라에서 5번째로 큰 섬이어서 그런지 확실히 다양한 자연경관을 보여준다.

아마 남해 바래길 대부분이 그럴 거라고 예상되지만, 7코스를 걷다보면 식당이 거의 없다. 카페도 2곳 정도 발견했을 정도로 먹거나 쉴 곳이 부족하다. 그래서 코스를 완주할 계획을 세웠다면, 배낭에 간식거리를 가지고 출발하는 것을 추천한다.

우리는 중간에 쉬기로 해서 코스에서 살짝 이탈하여 "물건너온 세모점빵" 카페에 들렀다. 막상 도착하니, 오픈시간이 지났는데도 "오픈 준비 중"으로 되어 있었다. 그래서 똑똑! 두드려서 강제로 우리가 오픈을 요청했다. 하하하. 만약 물 건너온 세모점빵을 방문할 계획이라면, 미리 확인 전화를 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물 건너온 세모점빵은 일 년 내내 산타를 만날 수 있는 행복한 카페이다. 산타옷을 입고 사진도 찍을 수 있고 카페가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어서 사진 찍기에 딱이다.

파운드케이크도 같이 주문했는데, 걷기 운동을 한 뒤라 역시 맛있었다. 아늑한 카페에서 좀 더 쉬고 싶었지만, 그러다 보면 계속 쳐져있을 것 같아서 마음을 다잡고 출발했다.

걷다 보니 바람흔적 미술관이 나왔다. 바람의 흔적이 느껴지는 아담한 미술관이다.

무인으로 운영되고 있는데, 서둘러 걸어야 할 것 같아서 겉에만 둘러보고 자연휴양림 쪽으로 걸었다.

자연휴양림을 살짝 들어가서 둘러본 후, 본격적으로 편백숲임도를 걷기 시작했다. 7코스의 하이라이트이자 최대 고비지점이다. 사실, 편백숲임도 전까지는 거의 평지이고, 그러다 보니 벌써 다 걸었나, 싶을 정도로 진도가 휙휙 나가는데, 편백숲임도부터는 언덕길을 계속해서 오르다 보니 속도가 떨어지고, 그러다 보니 더 길게 느껴졌다. 

하지만, 이렇게 빼곡히 울창하게 뻗은 편백숲을 이렇게나 많이 본 건 처음이라 경치에 감탄하며 걷게 된다. 확실히 중부지방이나 강원도 쪽과는 다른 남해만의 자연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크리넥스상자에 그려져있는 그림이 편백숲이었나 보다. 길을 따라 걷다가 코너를 돌면, 가끔씩 놀랄만한 풍경이 펼쳐지고는 한다. 

길을 따라 오르고 오르다보면 전망대가 나온다. 남해 바다가 한눈에 오롯이 들어온다. 정말 그림이 따로 없다. 전망대가 지나면 슬슬 내려가는 길이다. 천하마을에서는 카카오택시가 잘 안 잡혔다. 그래서 콜택시를 불렀는데, 기사님마다 부르는 택시비가 다다르니 두어 곳 전화해 보는 게 좋을 것 같다.

올레길에 비해 카페나 식당이 부족한 점은 있지만, 보여주는 자연 풍경이 워낙 달라서 걷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한번 걸어보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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