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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의 어느 화요일. 1박 2일 휴가를 내고 오래간만에 아이들 없이 친구들과 함께한 여행. 그러다 보니, 흐르는 시간이 아까워 아침 7시 비행기를 예약했다. 아침 7시 비행기를 타려면, 대중교통으로는 거의 첫차를 타게 된다. 그래도 피곤한 줄 모른다. 아침 7시에 비행기를 타고 8시쯤 도착!

근처에서 아침을 먹으려고 하니, 제주도민 친구가 '도두해녀의집'을 추천했다. 원래는 근처 '순옥이네'를 가려고 했는데 마침 휴무여서 '도두해녀의 집'으로 갔다. 그런데, 아침 10시 오픈이어서 10시 30분쯤 도착하였는데 앞에 10팀이나 대기가 있었다. 시간이 남아서 근처 폴바셋에서 모닝커피도 한잔하고 왔는데, 바로 와서 대기를 탔어야 했다. 하하하. 제주도에 사람 없다는 건 다 거짓말!

전복죽 2개와 특물회 1개를 주문했는데, 아침으로 먹기에는 딱이었다. 먹고나니 든든해졌다. 더군다나, 우리가 간 날은 9월임에도 불구하고 8월의 날씨를 뽐내고 있었던 터라 아침부터 전복이 듬뿍이 들어간 시원한 물회가 딱!이었다.

아침을 먹고, 섭지코지 한 곳 둘러보고 숙소로 갈 예정이었는데, 친구가 요즘 핫하다는 베이글집 '런던베이글뮤지엄'을 들렀다 가보자고 했다. 베이글이 얼마나 맛있으면? 하고 가는 길에 있길래 들렀는데, wow! 여기 대기가... 내 앞에 몇 십 팀이 있었다. 게다가, 매장식사든, 포장이든 줄이 굉장히 천천히 줄었다. 

런던베이글뮤지엄 매장 안에는 사람들로 바글바글했다. 만약 계속 기다렸다면 무려! 1시간 30분쯤 기다려야 했다. 그래서 우리는 결국 애저녁에 포기하고 바로 섭지코지로 향했다. 

섭지코지를 간 이유는 사실 유민미술관을 가보려고 한 것이었다. 안도 타다오가 설계한 유민 미술관과 글라스하우스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피닉스리조트 안에 미술관이 있어서 리조트에 주차를 하고 뭘 타고 가야 하나 고민했는데, 그냥 걸어가기로 했다. 

수풀을 헤치고 십여분 걸어가니 유민 미술관이 나왔다. 그리고 저멀리 성산일출봉도 보였다.

유민미술관을 막상 들어가려고 보니, 입장료가 만원인데, 뭔가 만원을 내기에는 조금 아까운 기분이 들었다. 막상 미술관 안에는 볼거리가 많지 않다는 의견들이 귓가를 맴돌았다. 결국 밖에서만 보고, 글라스하우스로 가서 시원한 아메리카노나 한잔 하기로 했다.

미술관 안에는 유리공예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고 하는데, 막상 내가 보고 싶었던 건 미술관 그 자체를 건축물로서 보고 싶은 것이기에 가볍게 패스했다. 그리고 날이 더워서, 몹시 더워서, 션~한 아메리카노가 더 그리웠다.

유민 미술관에서 성산일출봉 쪽을 바라보며 조금만 걸으면 글라스하우스가 나온다.

글라스하우스 건물에는 레스토랑과 카페 등등이 있는데, 이 건물 또한 안도 타다오가 설계했다. 저 사진을 보면, 감이 딱 온다. 마음에 담을만한 아름다운 풍경을 더욱 도드라지게 보여주는 건축 스타일. 자연과 어우러지는 건축물의 특징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글라스하우스에서 보는 섭지코지는 그래서 더 아름답다. 섭지코지를 둘러보실 분들은 글라스하우스에서의 뷰를 놓치지 마시길.

시간대가 잘 맞았다면, 레스토랑에서의 저녁식사도 좋았을 것 같다. 맛보다는 눈으로 먹는 기분이겠지?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15분 정도 걸어야 글라스하우스에 도착하는데, 걷기 힘든 분들을 위해 골프카트를 타고 이동할 수 있다. 근데, 이용료가 무려 30분에 2만 원! 가격이 조금 사악하다. 

시원한 아메리카노도 한잔했으니, 본격적으로 섭지코지를 둘러보았다. 글라스하우스에서 섭지코지 주차장 끝까지 걸으면 거의 왕복 1시간 30분~2시간이 걸린다. 더군다나, 우리는 한창 더울 때 걸었더니, 돌아올 때는 거의 정신줄을 놓을 뻔했다. 

저 계단을 사람들은 보통 내려오던데, 우리는 글라스하우스에서 거꾸로 걷다보니 올라가게 되었다. 

현무암 가득한 제주의 기운이 물씬 느껴지는 길이다. 가을이나 봄에 걸었으면, 좀 더 천천히 음미하며 걸었겠지만, 뙤약볕에 걷다 보니, 헛둘헛둘 나도 모르게 빨라졌다.

원래는 섭지코지 둘러본 후, 서귀포로 넘어가는 와중에 한곳 더 둘러볼까 했는데, 무더위에 지치고 지쳐 그냥 숙소로 이동하게 되었다. 야심 차게 시작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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