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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와 이혼하여(또는 이혼을 고려 중인) 따로 살고 있는 석우는 엄마를 보고 싶어하는 딸 수안과 함께

부산행 KTX에 올라 탄다.

이들과 함께 부산행 KTX를 탄 정체불명의 소녀.

기차가 출발하자마자, 소녀는 발작을 일으키고, 이를 도우러 온 승무원을 단박에 물어 뜯는다.

소녀에게 물린 승무원은 급속도로 좀비로 변해버리는 데...

 

대전까지는 쉼 없이 달릴 예정인 부산행 KTX에서

서로 물고 뜯기고, 물리지 않으려고 하는 사투가 시작되는 데...

 

 

[부산행]은 좀비를 소재로 한 재난 영화이다.

영화에서는 알 수 없는 바이러스라고 하지만, 감염자들의 행동으로 관객이 느끼기에는

좀비들이 난무하는 영화로 보인다.

 

가만... 한국 상업 영화가 좀비를 다룬 적이 있었나?

헐리웃에서는 이제 B급을 넘어 메이저 장르 중 하나이긴 하지만

유독 한국 영화에서는 드물었던 것 같다.

 

한국에서는 꽤 신선한 좀비를 소재로 블록버스터 재난 영화의 탈을 쓰고

부조리한 인간 사회의 모습을 보여 준다.

 

인간의 이중성에 대해 신랄하게 발가벗겨 준다.

 

 

가만보면, 엄청 스케일 큰 재난 영화같지만,

감독은 KTX라는 한정된 공간에 인물들을 가둬두고

긴장감을 만들어 낸다.

 

KTX와 기차역이 주요 배경이고

다른 공간들은 스케치하는 수준으로 보여지기 때문에 

블록버스터급의 영화적 재미를 선사하지만

볼거리가 화려하지는 않다.

 

기차가 정차하기전까지는 아무도 내리지도 타지도 못하는 기차 안에서

바이러스에 걸리지 않기 위한 사람들의 몸부림은 처절하다.

 

바이러스에 걸린자 또는 걸릴 수 있는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사람들의 행동은 서로의 감정을 상하게 하는 걸 넘어서 폭력적이며 적대적이다.

 

딸 수안에게 이런 상황에서는 양보 할 필요가 없다고, 너 자신만 생각하라고 말하는

석우처럼 우리 사람들은 극도로 개인주의화된다.

또한, 몇몇은 이기주의자가 된다.

 

하지만, 몸서리 처지는 공포 앞에 '이기적이다?' 라고 말할 수 있을까?

 

그저 살려고 살려고 발버둥치는 것일 뿐.

 

 

극한의 공포로 다가오는 상황 속에서

사람들은 뼛 속까지 속마음을 드러내고

사람들은 서로의 이기적인 속마음에 상처받는다.

 

이 극한의 공간에서는 가장 이기적일 것 같고 가장 투정부릴 것 같은 아이가 가장 선한 존재가 된다.

그래도 이것이 감독이 우리 인간 사회에 보내는 희망적인 메시지라면 메시지랄까.

 

 

[부산행]은 재난 영화이지만, 주인공 석우의 성장 영화이기도 하다.

딸 수안도 이야기하지만, 항상 자기 밖에 모르는 아빠에서

주위 사람들과 함께 이 공포의 상황을 탈출하기 위해

보여주는 석우의 행동은 재난을 만나고 사람과의 관계를 배워가는 것 같다.

 

실적을 위해서는 물불안가리는 개미핥기 펀드 매니저인 석우는

재난 속에서 진짜 아버지가 되고 진짜 사람이 된다.

 

좀비들이 다 같이 쓰러지는 몹씬에서는 어쩔 수 없지만

좀비 특분이나 특효는 훌륭한 것 같다.

 

애니메이션으로 다져진 연상호 감독의 스토리를 풀어나가는 능력은 인정 할 만하다.

[부산행]의 프리퀄이라 불리는 [서울역]을 좀 봐야 할 것 같다.

 

이렇게 평화로웠던 KTX 안인데...

시커먼 핏빛으로 물들 줄이야.

 

마지막 장면에서는 눈물도 찔끔 나온다.

좀비 영화 보고 우는 건 나뿐인가.

 

배급사는 스포일러를 막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고 있지만

스포일러를 알고 본다고 해도

[부산행]의 재미는 여전히 살아 있다.

 

전국 곳곳에 연기가 피어 오르고 좀비들이 우글거리는 데

TV에서는 "안전하다"고, "폭동은 잘 진압되고 있으니 정부를 믿으라"는 안내가

기차 안 TV를 통해 보여지는 데 씁쓸한 기분이 드는 것은 한국인이라면 공감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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