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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의 첫날. 마지막 스키를 즐기기 위해 스키장을 갔다가 올해 중학교 2학년이 되는 아들이 스키를 타다 넘어졌다. 왼쪽 무릎이 아프다며, 잘 걷지 못하고 절름거리길래 느낌이 싸했다. 스키 타다 보면, 전방십자인대를 다치는 사람들을 많이 봐왔기에 바로 전방십자인대 파열을 의심했다. 그리고 의무실에 갔는데 간호사분이 많이 부었다고 집근처 병원에 가보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하셨다. 정말 왼쪽 무릎이 오른쪽에 비해 땡땡 부어 있었다. 어쩔 수 없이 스키장에 온 지 2시간 만에 온 가족이 다시 차를 타고 서울로 돌아왔다.

하지만, 토요일에 도착하니 늦은 오후 시간이어서 정형외과들은 모두 닫았고, 인대파열이면 MRI를 찍어야 보여서 부민병원 응급실을 갔는데, 아쉽게도 부민병원은 평일에나 MRI 촬영이 가능해서 엑스레이만 찍었는데, 의사분이 골절도 보이는데 평일에 MRI를 찍어 보라고 하시면서 보조기를 대주고 목발을 주셔서 일단 주말에는 목발을 짚고 버텼다. 

집에 와서 십자인대파열시, 수술을 대비해야 하기에 추천의사들을 리스트업 했다. 그런데 요즘 시끌시끌한 의료파업으로 대학병원 위주로 리스트업을 하면서도 수술을 받을 수 있을까 고민했다. 십자인대파열 수술은 급한 수술은 아니기에 일단 준비하는 차원에서 리스트업을 했다. 일단, 3차 진료기관은 1~2차 기관의 의뢰서가 있어야 가능하니까 월요일에 집 근처 1~2차 진료기관에서 사진을 찍고 의뢰서를 받을 계획으로 준비를 했다. 성장판 손상도 우려되어서 가능한 소아정형외과 의사를 알아보다가 집 근처 멀지 않은 곳에 2년 전까지 서울대 소아정형외과 의사로 근무하다 개원하신 유원*교수님을 발견하여 일단 그 병원부터 가보기로 하였다.

월요일 오전에 전화를 해 당일 오후 진료를 문의하니 유교수님은 오후 진료가 화요일 밖에 없었다. 그런데 예약을 하려면 4월말이나 가능하다고 해서 다른 병원을 알아봐야 하나 하고 있었는데, 다행히도 현장 접수는 가능하다고 해서 화요일에 방문하였다. 그런데... 2시에 거의 맞춰갔는데 앞에 10명이 넘는 대기 인원이 있을 정도로... 환자들이 넘쳐났다. 하지만, 가릴처지가 아닌지라 입 꾹 닫고 대기하고 있었다. 거의 1시간 반을 대기 후, 의사를 봤는데 역시 사진을 찍어보자고 하신다. 그러면서 넘어졌을 때 뚝! 소리가 났니? 여쭤보시길래, 아이는 그런 소리는 못 들었다고 했다. 그래서 혹시나, 별거 아닐 수도 있다는 근거 없는 기대감을 가졌다. 이때까지만 해도.

다행히 당일 엑스레이와 MRI 촬영이 가능하여 바로 촬영 후 다시 진료를 보러 대기하는데, 또 거의 한 시간을 기다렸다. 사진 찍은 후, 진료대기는 정말 입이 바짝바짝 마를 정도로 긴장이 되었다. 마음속으로는 이미 인대파열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두고 있었지만, 그래도, 혹시나 염좌 정도 일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바람이 있었다. 그러기에는 아이 무릎이 너무 땡땡 부었지만.

이윽고 우리 순서가 되었고 의사 선생님을 봤는데, 00이는 "전방십자인대 견열골절입니다" 하신다. 

갑자기 귓속에 너무 낯선 단어가 들려서 "십자인대파열이라고요?" 나도 모르게 물었고, 의사 선생님의 설명이 이어지는데 인대파열은 아니고 십자인대를 물고 그 아래 뼈가 떨어진 거였다. 쉽게 설명해서 아래 그림 참고!

출처 : radiopaedia.org

그래서 이 뼈를 고정해 주는 수술을 해야 하는데, 내일이냐 내일모레 시간이 되신다고 하셨다...

"네? 내일 당장 수술을 하자고요? 여름방학에 하면 안 될까요?"

당시에는 견열골절에 대해 너무 낯설었다고 해두자. 의사 선생님은 그건 안된다며, 사고 발생 후, 10일 이내에는 수술하는 걸 원칙으로 한다고 하셨다. 생각해 보면, 뼈가 부러졌고, 이 뼈는 벌써 스스로 아무렇게나 붙고 있을 텐데 빨리 고정을 안 해주면 이상하게 붙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그럼 빨리 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뭐 선택의 여지없이 수술을 해야겠다고 생각하면서도 진짜 이렇게 빨리 수술을 해도 될까? 순간적으로 고민을 했지만, 그냥 GO! 했고, 수술 후 지금도 잘 결정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화요일에 병원 방문, 수요일에 입원, 목요일에 수술을 하는 익스프레스코스를 타버렸다.

서울원병원 4인실은 침대가 요렇게 되어 있었다. 침대에 각자 개인 TV도 붙어 있고 이어폰도 주셔서 지루하지는 않다. 작은 개인 냉장고와 짐을 수납할 수 있는 공간들도 있다. 

수술 후, 하루종일 TV 또는 패드 또는 핸드폰을 끼고 살았다. 아이는 인간극장을 보면서 천국이라고 했다. 함께 붙어 라꾸라꾸에 의지해 5박 6일을 같이 있었던 엄마는 지옥이었다.. 고는 말 못 했다.

이렇게 수납할 공간도 넉넉한 편이다. 

입원을 할 때 웰컴(?) 키트로 이렇게 샤워용품과 병실에서 사용하면 좋을 슬리퍼 등을 주신다.

서울원병원 정형외과 환자들은 보통 간호간병 통합서비스가 되는 병동에 머물게 되어 보호자가 별도로 없어도 된다. 그런데 아이의 경우, 보호자가 있는 걸 선호하니 만 15세 미만의 아이들은 보호자 상주가 가능하다. 그래서 저 사진처럼 의자가 되었다가 잘 때는 의자를 펼 수 있는 라꾸라꾸 침대가 있다. 그리고 저 라꾸라꾸침대를 편 후, 커튼도 칠 수 있어서 편하다. 병실마다 움직이는 동선을 짧게 하기 위해 세면대와 화장실이 있다.

5개 층으로 이루어진 병원인데, 6층은 외래 환자 진료 보는 곳, 7층은 MRI 등 사진촬영하는 곳, 8~9층은 입원실, 10층이 수술실이다. 8층은 일반 입원실인데, 보통 내과 관련 진료보는 환자들이 머물고 움직이기가 조금 불편한 정형외과 환자들은 9층 간호간병 통합 병실에 머문다고 한다.

9층에는 전자레인지, 싱크대, 정수기도 있어서 이용가능하다.

샴푸실과 샤워실도 있다. 물론, 우리 아이는 씻는 걸 워낙 선...호하지 않는다기 보다는 수술을 하여 꿰맸기에 사용할 일이 별로 없었다고... 입원하고 3,6,9일 이렇게 3일마다 머리를 감겨주신다. 일요일에 아이 머리도 감겨주셔서 그나마 떡진 머리를 면할 수 있었다.

식단도 이렇게 붙어 있다. 보호자가 상주하는 경우 보호자 식사도 같이 신청할 수 있다. 

입원기간 동안 한 열 끼는 먹은 것 같은데, 식사 나오면 밥 챙겨주기 바빠서 사진을 깜빡깜빡하다 겨우 퇴원하는 날 먹다가 한 컷 찍었다. 식사는 맛있다!!

요렇게 인력이 배치되어 있다고 한다. 아이는 수요일에 입원해 월요일에 퇴원했는데, 이제 외래만 남았구나! 했는데, 2주 후에 재활입원을 해야 한다고 한다... 또르륵... 다른 부위도 마찬가지겠지만, 무릎의 경우 재활을 잘 안 하면 무릎이 잘 안 펴지거나 굽혀질 수 있다니... 그냥 입원을 하기로 했다. 재활입원을 하면 오전/오후로 약 40분씩 도수치료를 받는다고 한다. 

견열골절 수술기는 다음번 포스팅에 더 자세히 이야기하는 걸로 하고 이만 마무리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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