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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원병원

24년 3월 5일(화요일)
3월 1일, 스키를 타다 넘어져 무릎이 아프다면서 절뚝거리는 모습을 보니 바로 인대파열을 예감하고 집 근처 병원 응급실을 갔더니, 주말이라 MRI 촬영이 어려워서 일단 엑스레이만 촬영을 했는데, 약간 골절도 보인다고 했다. 그러면서 무릎을 고정하는 보조기를 착용하게 하고 결국 목발을 짚은 상태로 병원을 나왔다. 월요일에 MRI를 촬영할 생각을 하면서 주말 내내 병원을 찾아보다가 집 근처이기도 하고 십자인대 관련 카페에 가입하여 찾아보니 소아정형외과 전문의로 믿을만한 병원인 것 같아서 서울 원병원으로 가기로 했다. 그런데 월요일 오후에는 외래 진료가 없어서 화요일 오후에 방문을 했다. 사람이 많아서 한 시간 이상대기하였는데 다행히도 바로 MRI 촬영이 가능하여 사진 촬영을 했다. 촬영 후, 결과를 보기 위해 한 시간 넘게 또다시 대기했다. 동네는 물론 멀리서까지 골절 어린이 환자들이 모두 모인 것 같았다.

드디어, 아이의 이름이 호명되었고 의사 앞에 앉았는데...인대파열을 예상하고 들어갔는데, 의외로 생소한(사실 그전까지는 들어본 적 없는) "견열골절입니다"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때부터 의사 선생님 이야기가 잘 안 들리기 시작했다. '인대파열보다 안 좋은 건가? 그럼 어떻게 하지? 그럼 인대는 괜찮은 건가?' 등등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잡생각이 이어졌다. 결국 이야기를 들어보니, 십자인대를 물고 뼈가 뜯어진건데 그래서 '골절'이라고 했다. 정확한 진단명은 '비골의 골절에 대한 언급이 없는 경골평면의 골절, 폐쇄성'이었다. 골절이 있으니 뼈를 맞춰야 하는데, 몸 안에 있으니 뼈를 고정해 주는 수술을 해야 한단다. 그런데... 갑자기 내일이나 낼모레 수술 일정이 비어있으니 그때 하자고 하셨다. 너무나 느닷없는 결정에 의사 선생님에게 여름방학에 하면 안 되냐고 물어보니 단칼에 안된다고 하셨다. 당시에는 견열골절에 대한 이해가 떨어져서 물어볼 수 있는 질문이었는데, 지금 보니 사실 웃기다. 여름방학이면 이미 뼈가 이상하게 다 붙어버렸을 수도? 응급수술은 아니지만 사건 발생후 일주일 전 또는 최대 10일 이전에 수술을 해야 한다고 해서 다른 병원에 의견을 물어볼 겨를도 없이 수술을 결정했다.

문제는 수술 시에 성장판을 건드리지는 않는데 이미 일어난 골절부위가 성장판에 가까워서 (0.7mm 정도거리) 추후에 성장장애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현재로서는 알 수 없고 6개월~1년 6개월 정도의 경과 관찰이 필요하다고 해서 일단은 눈앞에 있는 것들만 생각하기로 했다. 의사 진료 후 수술을 하겠다고 말씀드리니 간호사분이 수술 진행 절차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주셨다.

다음은 수술에 대한 안내사항 정리내용이다.
1. 수술방법 : 관절내시경 고정술, 0.5-1cm 2~3개 구멍을 내어 진행, 아이라서 전신마취
2. 입원기간 :  3박 4일~7일
3. 수술시간 : 1시간 예상
4. 수술 후 목발 짚는 기간 6주 예상

이 날은 MRI 보험 적용을 해주셔서 10만 원 초반대의 진료비를 내고 귀가했다. 다음날 오후 3시 입원을 예정하고!
집에 와서 그제야 미련을 못 버리고 견열골절에 대해 알아보는 데, 견열골절에 따라, 또는 의사에 따라 수술을 안 하고 보존적 치료를 하기도 하는데, 뼈가 잘 안 붙어서 나중에 수술을 하는 경우도 보였다. 그래서 그냥 미련 없이 수술을 하기로 다시 마음을 잡았다.


24년 3월 6일(수요일)
입원 당일. 오후 3시에 입원해서 다양한 검사를 받았다. 환자복을 입혀 놓으니 금방이라도 아픈 사람 같았다. 도플러 초음파, 심장초음파, ct, x-ray, 피검사, 소변검사, 폐기능검사 등등 많은 검사를 받고 입원실로 이동했다. 입원 웰컴키트(?)를 받고 그제야 아이는 입원실에서 편안하게 누울 수 있었다. 나는 퇴근 후, 저녁 8시에 도착했더니 의사 선생님이 오후 6시에 회진을 돌았는데 보호자가 없어서 수술 동의서를 못 받아서 내일 받을 예정이고 수술은 오후 4시에 잡혔다고 이야기해 주셨다.
환자 침대 옆에 라꾸라꾸 의자 겸 침대가 보호자 침대였다. 병실 안에 화장실이 있지만, 환자용으로 보여서 8층 여자화장실을 이용했다. 병실은 4인실이었는데 간호 간병 통합병실이라 보호자가 필요 없지만 만 15세 이하 환자는 한 명의 보호자 상주가능하여 아이도 원하고 해서 내가 있기로 했다. 원칙적으로 보호자도 외출 외박 불가하지만, 살짝살짝 요령 있게.
밤 10시쯤 되어 아이랑 자려고 누웠는데 4인실이다 보니, 전등이 언제 꺼질지 궁금했다. 결국 간호사분에게 여쭤보니 병실 안 사람들끼리 마음 맞는 시간에 소등하면 되지만, 안 꺼져있으면 간호사 선생님들이 밤 11시에 소등을 해주신다고 한다. 소등을 여쭤보기는 조금 부끄러워서 기다리다 결국 11시에 자동 소등되었다. 



24년 3월 7일(목요일)

새벽 5시면 간호사분들이 혈압, 체온 등 기본체크를 하러 병실 불을 켠다. 그래서 자동 기상이지만, 오전 7시에 아침식사 시간이라 다시 불을 끄고 잤다. 오전 8시 30분쯤 의사 회진시간에 수술 설명을 듣고 동의서에 사인도 했다. 성장판 관련 다시 문의를 드렸는데 성장판까지 직접 골절인 경우 20~30프로의 성장장애가 발생한다고 한다. 그런데 아이는 성장판까지 가지는 않았으니 성장장애 가능성은 그보다 낮지만 알고 대비하는 차원에서 이야기해 주셨다고 하여 살짝 마음이 놓였다. 금번 수술로 성장판을 건드리지 않는다고 하여 더 안심이 되었다. 수술 동의서에 사인을 하고 나니 이제 좀 더 실감이 났다.
아이가 전신마취에 대해 궁금해했는데, 링거 형태로 정맥으로 약을 넣은 후 산소마스크 같은 거 끼면 끝이라는 소리에 마음을 놓았다.

원래 오후 4시 수술 예정이었는데 오전 수술이 예상보다 빨리 완료되어 오전 10시 30분에 수술준비 모드에 들어갔다. 계획이 바뀐 게 좋은지, 나쁜지 모르겠지만, 일단 쇠뿔도 당김에 빼라고 계속 대기모드인 것보다는 차라리 낫다고 생각했다. 누워서 10층 수술실로 올라가는 모습을 보니 맘이 짠했지만, 눈앞에서 사라지니, 또 언제 그랬냐는... 보호자는  9층 입원실에서 대기하면 되었다. 아이가 엄마를 찾지 않으면 대기하다가 입원실에서 만나면 된다고 했다. 찾을 일이 없으니 그냥 9층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10시 40분쯤 수술실 들어갔는데 12시 20분쯤 병실로 돌아왔다. 마취 깨는 시간을 생각하니, 생각보다 빨리 병실에 돌아와서 놀랐다. 수술 후, 2시간 동안은 폐 합병증 예방을 위해 코로 숨을 들이마시고 입으로 내뱉으라고 해서 2시간 동안 열심히 했다. 아이가 마취가 덜 풀려 졸릴 수 있는데, 그때 자면 안 되고 계속 숨 연습을 해야 한다고 해서 걱정했는데, 아이는 하나도 졸려하지 않았다. 오히려 2시간 후에 좀 쉴 겸 자라고 해도 자지 않고 핸드폰질만... 


수술 후 피주머니를 차고 나왔는데 피주머니가 있으니 화장실 다녀오고 할 때 불편했다. 결국 이 피주머니는 수술후 2일이 지나고 나서 빼게 되었다. 통증을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별로 없었다. 무통주사를 맞아서 그랬을 수도 있지만 걱정할 정도의 통증은 아니었다. 저녁식사를 하고 있으니 의사 선생님이 회진 돌면서 수술에 대해 설명해 주셨다. 수술은 잘 되었고 구멍 두 개 뚫고 나사 2개 정도 박아서 고정을 했다고 한다. 그런데 뼈 떨어진 틈에 반월판 연골이 그 사이에 껴있어서 빼놓았다고 한다. 빼놓기만 했지만 스스로 좋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수술한 발이 많이 부었는데 시간이 지나면 좋아질 거라고 하셨는데 수술한 지 2주가 지났는데도 아직 부기가 안 빠졌다... 

수술한 당일이라 그런지 아이나 나나 많이 피곤하여 8시 30분에 누웠다. 다행히도 같이 병실을 사용하는 누군가가 일찍 불을 꺼줘서 편히 잠들 수 있었다.



24년 3월 8일 (금요일)
어젯밤에 일찍 잤더니 오전 5시에 저절로 눈이 떠졌다. 5시에 바이탈 체크 등 간호사 선생님 한 바퀴 돌고 또다시 숙면. 오전 7시에 기상. 아침식사 후 8시 30분 되니 의사 회진이 있었다. 통증 확인 후 (통증이 거의 없어서) 월요일 퇴원이 가능할 거라고 이야기해 주셨다. (토요일은 안될까요? 하하하) 수술 경과보기 위해 x-ray 촬영을 했다. 휠체어 타고 7층 가는데 휠체어 태우는 것도 일이고 내리는 것도 일이다. 피주머니와 수액까지 달려있는 게 많다 보니 아이도 짜증 내고 그 덕에 나도 분노게이지가 올라간다. 간호사 선생님 와서 열재는데 미열이 있다고... 얼음팩을 겨드랑이에 끼고 있는데 그것도 귀찮다고 짜증이다.
12시 점심밥 나오는 시간. 밥을 먹으려고 펼쳤는데 갑자기 화장실에 간단다. 다시 반찬 뚜껑을 닫고 휠체어에 앉힌 후 화장실 가는 데 휠체어 멈추는 각이 안나온다. 결국 병실 도우미 선생님을 불러서 화장실 가는데 성공하였다. 다시 밥을 먹는데 돈가스나 카레는 안 먹겠다고, 왜 이리 가리는 게 많은 건지, 결국 밥이랑 국만 먹었다. 화장실 가는데 피주머니 부분이 아프다고 또 짜증. 요 피주머니가 정말 귀찮은 놈이긴 한다. 아이 점심 먹고 나서 드디어 나도 집에 잠심 다녀온다고 하고 나왔다. 확실히 집에 다녀오니 서로 좀 나아졌지만 그것도 잠시. 저녁 먹기 전 화장실 다녀오면서 불편함에 또 짜증이다. 요래 저래 이동할 때마다 기분이 좋지 않다. 결국 저녁식사도 뾰로통하게 밥을 먹는다. 결국 밥도 먹는 둥 마는 둥 하는 걸 명령조로 말하니 억지로 밥을 겨우 먹었다. 그 후 계속해서 아이패드 탐험하는데 정말 속이 터진다. 결국 밤 9시에 양치질하고 빨리 잘 준비를 한다. 그런데 오늘은 오후에 수술한 다른 아이와 한 병실을 쓰다 보니 일찍 소등은 어렵겠다 싶었는데 누군가가 살짝 불을 꺼줬다. 그런데 역시 밤 10시, 밤 11시 계속해서 불이 꺼졌다, 켜졌다 했다. 비몽사몽 누워있는데 밤 11시쯤 간호사 선생님이 무통주사가 다 들어갔다고 수액을 빼주셨다. 몸에 연결된 선하나 가 빠지니 그래도 시원했다. 

24년 3월 9일(토요일)
오늘은 다행히도 아침 6시에 기상했다.  간호사 선생님 한 바퀴 돌고 혈압, 체온 잰 후 다시 소등한 후, 7시에 기상했다. 아침식사 시간인데 역시 배 안고프다고 누룽지만 먹으려는 걸 겨우 구슬려서 절반정도 먹었다. 오늘은 토요일이라서 담당 선생님이 휴진이어서 회진이 없다고 한다. 주말 내내 없을 거라고. 그래도 피주머니 상태보고 의사 선생님과 연락하여 피주머니는 빼기로 하였다. 그동안 들었던 소리 중 가장 반가운 소리였다. 오전 10시 좀 넘어서 피주머니 빼주러 의사 선생님이 오셨다. 그때 드레싱도 같이 해주어서 수술부위를 처음 봤다. 감겨있던 붕대를 자르고 피주머니를 뺀 후 드레싱하고 다시 붕대로 감아주셨다. 신기한 게 피주머니가 바늘로 연결되어 있었는데 피주머니를 빼고 뺀 부분을 집거나 하지 않고 그냥 놔두었다. 그리고 CT 촬영하러 다녀왔다. 피주머니가 없으니 휠체어를 탈 때도 편했다. 점심을 먹고 잠시 졸았는데 애아빠가 와서 드디어 병원을 나왔다.


24년 3월 10일 (일요일)
오후 4시에 병원에 도착했는데 아이가 오전 10시부터 톡을 보내서 재촉했다. 청소하고 빨래하고 집안일을 하느라 4시나 되어 도착했는데 일요일 오후의 정형외과 병동은 퇴원을 기다리는 환자밖에 없는지라 조용하고 무료한 분위기다. 5시에 저녁식사가 나왔는데 오리고기는 안 먹겠다는 걸 또 협박해서 먹였다. 화장실 갈 때 목발을 사용했는데 휠체어보다 편하게 여겨서 앞으로 목발을 사용하자고 했더니, 간호사선생님이 아직은 피가 쏠리면 안 좋으니 휠체어를 이용하는 게 좋다고 하셨다. 오후 8시쯤 간호사 선생님이 내일 피검사 결과 보고 퇴원할 거라고 하셨다. 그럼 오전 11시쯤 될 거라고 하신다. 발을 보고 아직 많이 부었다며 걱정하는데 정말 왜 이렇게 부기가 안 빠지는지 모르겠다. 피부색도 검붉은데 괜찮은지 의심이 갈 정도다. 퇴원할 때는 깁스 안 하고 보조기 착용하고 갈 예정이라고 한다. 뭔가 한 단계 한 단계씩 좋아지는 느낌이다.

실밥은 보통 수술 후 2주 후에 푼다고 한다. 그때까지는 샤워할 때 물이 닿으면 안 될 것 같아서 인터넷을 좀 찾아보니 랩을 감아서 하면 된다고 한다. 진짜 샤워할 때 랩 감은 후 하니, 물이 거의 들어가지 않았다. 발이나 손이면 씌우개를 사용하면 좋은데 무릎이라 애매했는데, 랩이 딱이다. 오늘도 역시 밤 10시에 쿨 잠을 취했다. 내일 퇴원이니 더더욱 마음이 가볍다.



24년 3월 11일 (월요일)
역시 오전 5시에 피 뽑아가고 7시가 넘었는데 조용했다. 7시 반쯤 되니 아침식사를 줬는데 역시나 아침밥을 먹다가 또 화장실에 가신단다. 식사 후, 앉아있는데 간호사 선생님이 붓기 보고 심장보다 높이 올려주고 까딱까딱 연습 많이 하라고 하셨다. 그리고 목발 짚고 걸으면 다시 부었다가 쉬면 부기가 다시 빠졌다가를 반복할 거라고 말씀 주셨다.
의사 선생님이 회진을 도는데, 한 3주 후 3박 4일 재활입원을 해야 한다고 하셨다. 두둥. 이제 외래만 남았다고 생각했는데, 또 입원이라니... 그리고 3박 4일 입원 후에는 기구를 빌려서 집에서 재활운동을 해주면 된다고 한다. 역시, 쉽지 않다. 학교를 가도 될지 여쭤보니 보통 3주 정도는 집에서 쉬고 그 후 일상생활을 한다고 하신다. 음, 그럼 우리 아이는 중2를 두 번 다녀야 하는데... 어쩔 수 없이 보조기를 절대 풀지 말고 조금씩 학교를 가보기로 했다. 소독법도 알려주시고 보조기를 착용하고 목발 짚고 병원을 나왔다. 

곧 돌아오는 주에 재입원이지만, 그래도 시간이 약 이랬다고 어느 정도 이생활도 적응이 되어 패턴이 생기니 할만한 생활이 되었다. 아이는 아직도 발이 많이 부어있고 답답해하기는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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