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6. 9. 10:41ㆍ육아톡톡
평화로운 지난 금요일 점심, 문자 한 통을 받았습니다.
학교에서 온 문자였죠.
학교 학부모 중 한 분이 확진자가 되어서 그 학부모의 아이도 현재 검사 중이기 때문에
긴급돌봄을 하고 있는 아이들을 당장 하교 조치 해야한다는 문자였죠.
당장 방법이 없었기에 초등학교 4학년 아이와 1학년 아이는 부랴부랴 점심을 먹고 하교했습니다.
집에 와서 아이들이 제게 전화를 했더군요.
"엄마 코로나 걸렸어? 선생님이 갑자가 나랑 00이 가라고 해서 우리 가족 중에 누가 코로나 걸린 줄 알았어.
다른 애들도 집에 간 거야? 우리는 B랑 같이 나왔어. 다른 애들은 교실에 있고."
학교에서 하교 조치한다는 단체 문자를 발송하고, 학부모들이 돌아가며 전화를 했던 터라
선생님이 미처 아이들에게 자세한 설명을 못 해주시고, 하교 조치가 되는 바람에 아이들이 궁금했나 봅니다.
평소에 코로나 걸리면, 코 쑤셔야 해~ 를 누누이 말해줬고, 코 쑤시는 검사에 약간의 공포증까지 가져버린 아이는
엄청 걱정을 하며 집으로 걸어온 것 같았어요.
당연히, 그날은 아이가 다니는 모든 학원들이 긴급 휴원에 들어갔고, 저는 회사에 살짝 말씀드리고,
평소보다 일찍 퇴근을 했습니다.
안그러면, 쉴 새 없이 울리는 전화벨을 멈출 수가 없었어요...
양성이 나온 학부모 자녀의 감염 결과에 따라 다음 주에 학교를 열지, 어떨지 결정될 것 같아서 대기를 하고 있었는데,
다행히도 저녁 무렵에 알림이 왔더라고요. 다행히 해당 아이는 음성이지만,
안전을 위해 다음 주는 긴급돌봄을 포함한 모든 등교는 1주간 쉬고, 온라인 수업으로 대체한다는 안내였습니다.
두둥! 허걱! 그럼 다음 한 주를 어쩌나. 하는 데 역시나, 학원들도 일부는 휴원하고, 일부는 연다는 문자가 이어서 오네요.
그동안 대부분의 학생들이 온라인 수업을 하고 있지만, 긴급 돌봄을 하는 아이들은 학교에서 온라인 수업을 하는지라
보내는 엄마의 입장에서는 계속 학교를 가는 것과 다르지 않기에 마음 놓고 있었는데,
갑자기 일주일이나 학교는 물론 학원도 못 가게되니 맡길 곳 없는 워킹맘으로서는 막막하더라고요.
주말 내내 아무리 머리를 짜내고 짜내도 멀리 떨어져 있는 할머니 집에 보내면 혼자 온라인수업을 못 할 것 같아서
결국 2일은 제가 반차, 하루는 신랑이 반차, 나머지 2일은 점심때 제가 잠깐 나와서 애들 밥 차려주고 들어가기로 계획을 세웠죠.
아침에 아이들 잘 보고 실천하라고 벽에 붙여놓고 나왔습니다.
월요일 아침에 나가면서, 그날의 시간표를 짜서 요로코롬 하거라~ 했는데,
역시나, 제가 출근하면서 문을 쾅- 닫는 순간 스사삭- 패드를 집어 들었더군요.
그래도 거짓말은 안하는 아이들이라 제가 출근하면서 집에 전화를 했더니, 아이패드 보고 있다며, 순순히 자백을...
결국, 밥 빨리 먹고 이학습터 공부 하라고 다독이며 전화를 끊었죠.
그 후로, 1시간 단위로 계속 전화를 해서 유튜브 세계에만 빠지지는 않았는지, TV세계에만 빠지지는 않았는지
유선 감시를 하게 되네요. 그런데, 정말 전화 할 때마다 "뭐 하고 있었어?" 하고 물으면, 대답은 무조건 TV 또는 유튜브였어요.
하이구야~
점심 때 집에 갔더니, 그제서야 부랴부랴 이학습터를 마무리하고 있더군요.
그래서, 제대로 해놨나 확인을 해봤더니, 아쉬운 점이 좀 있더라고요.
그래도 칭찬해 주고, 밥 먹이고, 오후에는 문제집 할 거리들을 좀 던져주고 다시 회사로 왔죠.
정말 문제집을 풀까?
했지만, 믿는 방법 외에는 없으니까요.
집이랑 회사가 멀지 않아 이런 스케줄이라도 가능하지만, 집과 회사가 먼 워킹맘들은 이마저도 힘들 것 같아요.
이렇게 앞으로 4일을 더 버텨야 하는 데, 아이들은 이제 하루 지났는데, 벌써 심심하다고 야단이네요.
엄마 손 가장 필요할 때 같이 못 있어주는 게 늘 맘이 쓰이는 데, 코로나로 엄마의 마음은 더욱 더 찢어지네요.
참고로 이 글은 확진자가 된 학부모를 탓하는 글도, 주위에 확진자가 나오니 문을 닫는 학원을 탓하는 글이 아닙니다.
오직 순수하게 코로나19로 인해 누군가는 더 애쓰며 살아야 되는 상황을 담담하게 공유하고
저에게는 훗날 하나의 추억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기록하는 것입니다.
간혹 오해를 하시는 분들이 있어 추가로 적었습니다.
'육아톡톡'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우리] '공부머리독서법'에서 '한우리'로 (수강 후기, 비용) (0) | 2020.07.23 |
---|---|
[캐피타운영어학원] 초 1학년 등록! 저학년 학생들에게 더 좋을 것 같아요. (4) | 2020.07.02 |
[강낭콩 키우기②] 싹이 트니 하루가 다르게 쑥쑥 자라요~ (화분심기tip) (0) | 2020.05.29 |
[초코우유] '우유'지만, 원유 함량이 글쎄;; 그나마 서울우유는 75% (0) | 2020.05.28 |
[강낭콩 키우기] 싹 틔우기의 시작은 씨불리기! 씨 불리는 법(자세하게) (1) | 2020.05.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