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7SKYFALL] 가을, 감성이 묻어나는 액션영화

2012. 10. 28. 17:26영화나부랭이

반응형

 

How Safe You Are

 

둘째 아이를 임신한 30대 초반의 워킹맘으로서, 어쩔 수 없이 직장보다는 가정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하고 개인적으로 직장에서의 위치가 축소되는 것을 염려하게 되면서 자신의 존재감을 고민하게 되는 이 시기.

<007스카이폴>은 내게 따뜻한 위로를 건네는 액션영화이다. 이번 <007스카이폴>은 이전의 전형적인 <007시리즈>와는 달리 실패도 하고, 좌절도 하는 인간 제임스본드가 보이게 만드는 감성액션영화로 탄생했다. 이 모든게 <로드투퍼디션> 등을 만들어온 샘맨더스 덕분으로 보인다.

 

<007스카이폴>은 화끈 통쾌 액션 블럭버스터이기도 하지만, 내게는 나를 포함한 나이듦을 느끼는 노땅(?)들을 위로해주는 힐링무비에 더 가까웠다. 이번 <007스카이폴>의 본드는 그동안 본드의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아이언맨이 무색할정도로 강철로봇처럼 보이던 본드가 이제는 자신의 존재에 대해 고민하는 약한 모습도 보여주는 하나의 인간으로 보인다. 이번 시리즈의 악역을 M에게 상처받은 자신의 옛동료로 설정하면서, 절대악이 아닌 이해할 수 있는 동기를 가진 악이 등장하면서, 더욱 본드의 존재감에 대한 고민에 무게감을 실어준다. 본드걸마저도 젊고 섹시한 여성이 아닌 성숙미가 느껴지는 언니들을 등장시켜 주제를 더욱 강조한다. 영화 후반부에 M16의 존재의 의의에 대해 의문을 던지는 청문회자리에서 주디덴치가 우리가 얼마나 안전하지 않은 삶을 살고 있는지, 우리의 적이 이제는 보이는 적이 아닌 보이지 않는 적이라는 이야기를 할 때, 첩보영화의 시대상을 느낄 수 있었다. 이제 정말 <007시리즈>도 변화의 시점에 놓여있는 것 같다.

 

올해로 007시리즈 탄생 50주년을 맞아서 그런지 현장에서 일하기에는 이제 버거워보이는 제임스본드가 "나 아직 죽지 않았어!" 하는 모습을 보면, 나도 모르게 본드에게 동화되어 힘이 솟았다. 이번 <007스카이폴>은 40-50대 남성들에게 위안이 되는 판타지영화가 아닐까 한다.

 

항상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오프닝송에서의 화려한 영상은 아델의 감기는 목소리톤과 함께 극장안에서 나를 더욱 깊숙히 빠져들게 하기에 충분했다. 현란한 기술의 액션영화에 익숙한 관객들을 위해 <007스카이폴>은 평범한 액션에 강렬한 영상미를 가미했다. 상하이 고층빌딩에서 제임스본드가 스나이퍼와 싸울 때, 배경으로 보여지는 미디어아트는 액션과 어우러져 기억에 남을만한 액션씬을 만들었다.

 

이번 시리즈도 역시 <007시리즈>이기에 용납할 수 있는 구조적 허술함은 그대로 갖고 있지만, 제임스본드에 대한 인간미를 가미하여 감성적인 액션영화가 탄생된 것 같다. 제임스본드 탄생 50주년을 맞아 냉전영화의 상징으로 시작했던 <007시리즈>가 잠시 숨고르기를 한 후, 다음에는 어떤 이야기를 들고 올지 궁금해진다. 이번 <007스카이폴>은 영리한 제작진의 <007시리즈>의 쉼표같은 영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