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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는 여전히 낯선 말 '극야'

'극야'라는 말을 꺼내면 '백야' 아니에요? 되묻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은 한반도의 사람들에게 극야는 언제나 미스터리였다. 하루 종일 밤이 계속되어 해를 볼 수 없는 곳. 도대체 어떤 느낌일까? 마냥 우울하기만 할까?

마치 신의 저주를 받아 어둠이 계속되는 것 같은 느낌일까? 그런 극야가 40일 지속되는 노르웨이 라플란드 지역이 이 소설의 배경이다. 가만히 있어도 무슨 일이 일어날 것만 같은 이 지역을 배경으로 프랑스 태생 노르웨이에서 활동하는 작가가 쓴 책이라니. 그것도 도서관에서 읽을거리를 찾던 내게는 그야말로 눈에 확 띄는 책이었다.


600페이지에 달하는 페이지 수가 살짝 부담스럽기는 하지만, 적어도 라플란드에 대해 더 다가갈 수 있다는 생각에 냉큼 집어 들었다. 사실 가슴 뛰게 한 첫인상에 비해 페이지가 휙휙 넘어가는 그런 스릴러는 아니다. 사실 스릴러는 손에 땀을 쥐는 긴장감이 있어야 하는데, 추운 나라에서 온 책이어서 그런지 냉철하고 건조한 느낌이다.

 

라플란드에 사는 소수 민족인 사미인들은 내게는 뉴질랜드의 마우이족만큼 생소했고 소수민족의 테마는 스릴러라는 장르에 긴장감을 주기에는 너무 낯선 테마랄까. 그만큼 잘 모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라플란드에서는 중요한 사회적 관심사였기 때문에 이를 바탕으로 지어낸 스릴러는 지역적 특수성을 그대로 반영하여 라플란드의 배경을 잘 살린 영특한 스릴러가 되었다. 그래서 이 책은 흥미 있는 스릴러이자, 작가만의 뚜렷한 메시지를 담은 소설이 된 것 같다. 등장인물도 꽤 많은 편이라 계속 리마인드해 가면서 읽어야 하지만 차근차근 풀어가는 스토리로 어렵지는 않다.


이민을 간다면, 제일 첫 번째로 손꼽히는 북유럽의 나라들도 사실 17세기부터 극지방에 사는 소수민족 사미인들을 학대해왔고 그들의 피로 지역자원을 개발하고 나라의 경제 기반을 다지는데 활용하여 오늘의 북유럽을 이룰 수 있었던 역사를 알게 되니, 결국 북유럽의 국가들도 우리가 그동안 몰랐을 뿐이지, 선진국들이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역사적 결함을 가진 나라라는 무서운 인류사의 오점을 보는 듯하다. 

 

극지방에 사는 사람들도 40일간의 극야 끝에 해를 볼 수 있는 날에는 하나의 의식처럼 마치 우리가 새해 해돋이를 보러 가는 것처럼 해를 잘 볼 수 있는 장소를 찾아가고 라플란드를 관장하는 스칸디나비아반도의 세 나라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가 공조하여 수사하는 모습이 흥미 있게 다가온다. 나에게는 스키를 재미가 아닌 삶의 이동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이 어색하지만 그들에게는 자연스러운 것처럼 문화의 차이를 맛보는 재미만으로도 이 책의 목적은 이룬 듯하다. 겨울철이면 푸른빛의 북극광이 자연스럽게 보이고 어떻게 생각해보면 신이 40일간의 해를 감춰버린 대신 오로라를 선물로 준게 아닐까. 빌딩 숲에 갇혀사는 한국의 내게는 다른 재미를 선사한 라플란드의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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