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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측면이 좀 더 낫습니다만>에서 김애란 작가를 알았고, 도서관에 갔다가 제목이 마음에 든 책이 있길래 집어 왔다.
<바깥은 여름>
7편의 단편을 엮어서 만든 소설집 <바깥은 여름>
'바깥은 여름'이라는 책 제목을 보고 있으면 바깥은 여름인데,
'여기는 아직 손발 시린 겨울'이란 뒷 말을 숨기고 있는 것 같아서, 궁금했다.
게다가 지금은 삼복더위가 한 창이니깐. 계절감에 맞는 책 고르는 센스.
"안에선 하얀 눈이 흩날리는데, 구 바깥은 온통 여름일 누군가의 시차를 상상했다"
는 작가의 말처럼, (사실, 책 제목은 여기서 비롯된 것이겠지만)
<바깥은 여름>에 나오는 주인공들이 대부분 마음이 꽁꽁 얼 수 밖에 없는 겨울을 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의 시간은 바깥의 날씨와 상관없이 코가 시리고, 손발이 곱는 매서운 겨울을 지나가고 있는 것 같다.
어린이집 차량에 다섯 살 아이를 잃고 상처가 아물기를 기다리며, 하루 하루를 버티는 엄마, 교통사고로 아버지를 잃었지만, 보험금 한 푼 못 받고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일하는 할머니와 함께 사는 찬성이, 물에 빠진 학생을 구하려다가 함께 죽은 선생님의 부인, 십 대 아이들의 묻지마 폭행으로 할아버지가 죽은 현장에 연루된 다문화 가정의 아이, 같은 대학에서 일하는 동료 교수의 음주운전 사고를 대신 떠안았다가 오히려 그 교수한테 팽당한 강사 등
모두 우리 주변에서 있었던 일이고, 있었을 뻔한 그런 사고를 당하거나, 사연을 지닌 주인공들이 등장한다.
하지만, 그 사고, 사건의 크기가 주변에 있을 법한 일이지만, 당사자들에게는 큰 상처를 남기고 평생을 안고 살아가야 할 법한 큰 사고들이어서 이들이 언제 이 사고의 상처를 털어내고 여름을 맞이 할지는 모르겠다.
주위 사람들이나, 뉴스로 사건을 접한 사람들에게는 며칠 있으면 금새 잊히는 사건들이겠지만,
이들에게는 잊을 수 없는 상처들, 그리고 상실감.
김애란 작가는 이러한 상처를 지닌 주인공들의 마음을 담담하고 드라이하게 표현하고 있지만,
그래서 읽는 사람에게는 더 충격적이고 그들의 생각에, 그들의 마음에 더욱 몰두하게 된다. 그리고 길게 남는 여운.
<바깥은 여름>에서 여섯 번째로 수록된 '가리는 손'을 보면,
어떤 노인이 십대 무리의 아이들과의 실랑이 끝에 폭행을 당하는 모습을 본 아이가
그 상황을 멈추려고 노력하기는커녕 관심조차 두지 않고 게다가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하기 위해
태연하게 거짓말을 하는 모습을 봤을 때, 당혹해하는 엄마의 모습이 나온다.
내 배 아파서 낳았고, 나름 나의 가치관과 철학을 담아서 키웠다고 생각했는데
사춘기 무렵을 지나는 아이의 기대하지 않았던 행동을 볼 때,
느껴지는 낯선 느낌.
익숙한 사람에게서 낯선 표정을 봤을 때의 당혹감.
나도 여러 번 느꼈지만, 지나쳐버린 그런 찰나의 생각들과 감정들이 고스란히 잘 전달된다.
무더운 여름이 지나면, 선선한 가을이 오고, 선선한 가을이 깊어지면, 추운 겨울이 오고
매서운 추위가 지나면, 다시 꽃이 피는 봄이 오듯, 시간이 지나면,
<바깥은 여름>에 나오는 주인공들의 상처도 조금 옅어지길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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