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스포有) 박서준의 비주얼, 안성기의 유머, 우도환의 눈빛

오컬트영화지만, 액션드라마라 불러다오~

귀신 잡는 격투기 챔피언이라니... 이야기만 들어도 뭔가 선뜻 떠오르지않는 낯선 조합처럼 [사자]를 오컬트 영화로 기대하고 봤다면, 다들 실망하고 나올건데, 문제는 오컬트 팬이 아닌 사람들도 실망을 하고 나올 것 같단 말이다.

격투기 챔피언 용후는 어느날 손에 피가 나는 알수없는 증세에 시달리고, 병원에 가도 별다른 치료를 받지 못하자, 용하다는 점집에 가게 된다. 서쪽으로 가면 귀인을 만나듯, 남쪽인지, 서쪽인지로 가면 도와 줄 사람이 있을거라고 해서 간 곳이 성당. 한참 구마 행위를 하던 중 부마자에게 거의 죽을 지경인 안신부를  용후가 피가 나는 손으로 부마자를 퇴치한다. 구마 사제인 안신부는 용후의 손이 믿음이 강한 용후에게 하느님이 내려준 재능(?)이라고 하고, 어렸을 적 죽어가는 아버지를 살려달라는 기도를 들어주지 않아 신을 저버렸던 용후는 자신의 재능을 거부한다. 하지만, 때로는 아버지처럼 느껴지는 안신부의 고생을 외면할 수 없었던 용후는 절대 악. 검은 주교를 찾아내어 없애려는 안신부를 돕게 되는데...

스토리는 꽤나 단선적이다. 캐릭터를 소개하는 방법도 전통적이다. 먼저, 용후에게 몰입할 에피소드를 보여주고, 안신부와의 관계가 돈독해진 후, 절대 악 검은 주교의 실체가 등장하는데, 용후의 캐릭터는 관객이 이입할 수  있게 공들여 묘사하는 반면, 검은 주교에 대한 설명은 생략되어 있다. 그저 절대 악의 힘을 가지고 힘없는 사람들에게 귀신을 씌워서 세상을 혼란스럽게하는 나이트클럽 사장님처럼 보일 뿐. 절대 악의 힘의 근원은 어디서 오는 거고, 어떻게 생겼는지... 검은 주교의 캐릭터에 대한 궁금증은 커져 가는데, 보여주지 않는다. 그러면서, 두 건의 구마 행위로 절대 악의 소굴을 알게되고, 격투기 챔피언 용후는 용후의 방식으로 절대 악을 응징한다. 선한 자와 악한 자의 대결. 우리가 봐왔던 흔한 액션영화의 결말. 다만, 악한 자에게 비주얼의 포장이 있을 뿐. 하지만, 그 비주얼이 과연 오컬트 영화에 어울렸는지는 미지수지만.

오컬트 영화였다면, 조금 더 서늘한 공포를, 액션 영화였다면, 조금 더 시원하고 과감한 액션을 보여줬어야 했거늘. 영화는 항상 아쉬운 영화들이 그렇 듯, 오컬트와 액션, 그리고 드라마 사이 어딘가에 멈춰있고, 어줍은 유머만 늘어놓는다. 안성기가 연기한 안신부와 용후의 부(父)로맨스가 오히려 기억에 남는다. 하지만, [사자]의 관객들이 부로맨스를 보러 극장에 가지는 않았을 것이다.

마지막 부분에 절대 악이 죽을 때, 더 나쁜 절대악이 절대 악을 흡수한 느낌인데, 이건 시즌2를 암시한 걸까? 특별출연한 최우식이 [사제]로 돌아온다는 건 혹시 시즌2의 제목이 [사제]라는 걸까? [청년경찰] 감독답게 관객에게 보내는 농담일까? 알 수 없지만, 뭔가 급마무리를 한 후, 혹시나 모를 미끼를 몇 개 투척한 후, 끝을 내는 느낌이다.

박서준과 우도환. 이 빛나는 청춘의 대결을 이렇게 허무하게 찍어버리다니. 기대했던 관객으로서는 그저 아쉬울 뿐이다. 허점투성이 영화이지만, 박서준, 안성기, 우도환의 연기는 열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