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대문형무소역사관] 한국 근현대사를 가슴으로 배울 수 있는 공간

 

 

장마철에 바깥 세상은 아이들에게 나갈 수 없는 감옥이 되지요.

 

비가 찔끔찔끔 내리는 장마 아닌 장마철에 아이와 어디를 갈까 하다가

(서대문 자연사 박물관은 예전에 한 번 가서) 근처에 있는 서대문 형무소 역사관에 가기로 했어요.

 

 

 

서대문 형무소 역사관은 일제 강점기 시대 때는 경성감옥, 해방 후에는 서울교도소, 서울구치소였다가

1998년에 서대문 형무소로 민간에 개방이 되었어요.

 

경성감옥 시절에는 독립운동가들이, 광복 후에는 군부독재정권에 항거하였던 민주화운동 인사들이 수감되면서

독립과 민주의 현장이 되어버린 곳이지요.

 

저는 가기 전에 '서대문 형무소'라고만 생각해서 그냥 감옥 건물 하나 덩그러니 있을 줄 알았는데,

이렇게 건물도 여러 개고, 뙤약볕이지만, 산책을 할 수 있는 코스가 있는 줄을 몰랐어요.

어른들에게는 사실, 산책까지는 아니지만, 아이들에게는 산책이라고 할 수 있을 듯 해요.

 

전체를 다 둘러보면, 얼추 1시간 반정도는 걸리는 것 같아요.

 

 어른 3,000원, 7세 미만은 무료.

주차는 가능하지만, 유료임.

 

자, 입장해 볼까요?

 

 

서대문 형무소 역사관의 메인 전시관이에요.

역사관에 대한 전반적인 설명과 함께 실제 사형장도 볼 수 있고, 아래층으로 가면, 취조실도 볼 수 있어요.

 

 

 건물들 사이에 대형 태극기가 걸려 있어요.

일제치하 시절에 지은 건물들과 멀리 보이는 아파트가 시간의 흐름을 압축해서 보여주는 듯 해요.

과거와 현재가 혼재된 느낌...

 

 

 아이들에게 카메라 좀 쳐다 보라고 그렇게 외쳤건만

습도가 높은 날 밖을 걷다보니, 아이들은 우거지상.

 

 

메인 전시관 2층에 가면, 사면의 벽을 독립 운동가들의 수형기록표 5천장으로 빼곡히 채운 방이 있어요.

 

천마디의 설명이 필요없이

이 방에 들어서는 순간 우리의 아픈 역사가 머릿 속에서 가슴 속으로 훅-하고 치고 들어와요.

 

이렇게 한 장, 한 장씩 찍은 수형 기록표가 남아 있을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을 뿐더러

대한민국의 독립을 위해 애쓰신 분들이 이렇게 많은 줄도 몰랐어요.

 

역사를 글로만 배워서는 안된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 순간.

 

 

 

 수형기록표가 있는 방을 지나면, 나오는 곳이 바로 이 곳.

 

"사형장 가는 길" 이라는 표지판.

 

한여름이지만, 오싹해요.

 

 

 독립투사들이 사형당한 공간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어요.

 

 

 아래층으로 내려가면 있는 취조실, 감옥들.

일제치하 시절, 일본경찰들이 얼마나 잔인하게 독립투사들을 고문했는지 육성증언도 들을 수 있어요.

눈물이 절로 나고 몸을 부르르 떨게 만들지만요.

 

듣는 것 또한 고통스럽지만, 들어야 해요.

잊지말아야 하기에.

 

 

우리 독립운동가들과 민주화인사들을 수감하였던 감옥

 

 

 

 

 감옥 안 쇠창살을 통해 본 바깥 풍경.

누군가는  언젠가 나갈 수 있음을 갈망했으리라.

 

 

슬픈 감옥의 역사와는 대비되게 너무 예쁘게 핀 연꽃들

 

 

 

 이렇게 보면, 역사 깊은 대학교 같기도 해요.

 

 이곳은 수감자들이 운동을 하던 곳이에요.

운동을 할 때도 수감자들끼리 대화를 못하게 하기 위해 이렇게 촘촘히 벽을 세워

외롭게 한 명씩 걸어다니도록 했다고 해요.

 

 

 

 수많은 여성독립운동가들이 수감되어 있던 여옥사.

유관순 언니도 있었던 곳.

 

베르사유 궁전의 거울의 방을 떠올리게 하는 곳...

아이가 한정희 선생을 콕 찍어 사진을 찍어달라고 해서...

 

한국 근현대사를 가슴으로 느낄 수 있는 공간, 바로 서대문 형무소 역사관인 듯 해요.

 

올해가 광복 70주년이던데, 광복절에 아이들과 함께 방문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영화 <암살>과 함께 패키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