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9. 23. 05:45ㆍBOOK수다
19세기 소설가 마크 트웨인은 이런 말을 남겼다.
“나는 기회가 사라지기 전까지는 기회를 거의 알아보지 못했다”
인생의 기회든, 투자의 기회든 그 순간은 이게 득이 될지, 독이 될지 판단을 하기가 참으로 힘들다.
지금이 집을 사야 할 타이밍일까? 지금 이 주식을 사야 할까? 팔아야 할까?
이런 고민들을 수도 없이 하지만, 사실 결과적으로 보면, 좋은 결론을 낸 적이 별로 없다.
<시그널>은 요즘 경제전문가, 애널리스트들이 사랑하는 ‘(수학으로 점철된) 알고리즘’을 맹신하지 말고, 우리 일상에서 보내는 신호에 좀 더 귀 기울이라고 조언한다. 그리고, 그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이는 신호들을 우리가 당면한 현재, 경제의 상황과 연결해 판단하는 방법을 소개한다. 맨날 짖는 옆집 개가 어느 날부터 짖지 않았다는 신호를 살펴보니, 집 공사를 위해 부른 인부들 때문에 개가 짖었던 것인데, 공사 의뢰를 받은 건축회사가 부도가 나서 인부들이 더는 집에 오지 않아서 개가 짖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니다. 집 주인은 할 수 없이 다른 건축회사에 일을 의뢰했고, 그 건축회사는 공사대금을 선불로 요청했지만, 별다른 방법이 없는 주인은 선불로 주기까지 했는데… 그 건축회사도 부도가 나서 공사는 이루어 지지 않았다. 이건 2007년 금융위기 직전에 일어 났던 케이스이다. 선불로 요청했던 건축회사는 그 만큼 재무상태가 악화되어 있었다는 뜻일 테고, 이는 곧 일어날 금융위기의 전조 현상인 것이다.
이렇게 우리 옆집에서 일어난 일, 내 친구가 겪은 일들을 그저 운이 없어서 일어난 일로 치부하고 넘어갈 수 있지만, 그런 일들이 연속적으로 일어나면, 또는 우리가 뉴스에서 접하는 소식들로 우리는 신호의 힌트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시그널>은 이런 일상의 시그널을 읽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은 아니다. <시그널>은 시그널을 알아보는 훈련을 하는 책은 아니고, ‘일상의 신호를 읽을 수 있다’고 운을 떼지만, 결국 2019년 전 세계의 부채가 2008년 금융위기 때의 부채를 넘어섰고,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국가의 중앙은행들은 경쟁적으로 양적 완화를 하고 있으며, 선진국들이나 신흥국가들 할 것 없이 서로 자원 분쟁, 영토 분쟁으로 혈안이 되는 상황을 보니, 2019년. 이제는 진지하게 고민해야 하는 시점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우리는 최근 100년간 성장으로 점철된 풍요로운 사회 속에서 살았지만, 이제 돌변한 현실을 직시해서, 우리는 고르디우스의 매듭처럼 꼬이고 꼬인 현재 경제 상황을 자르든, 풀든 해서 나아질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는 뜻이다.
가장 좋은, ‘사회계약’을 맺은 모든 구성원들에게 득이 되는 탈출구는 19세기 후반의 상황처럼 당시도 정체된 경제 상황에서 산업혁명으로 위기를 타개했듯이 ‘에지워크’를 통한 ‘혁신’이 우리의 위기를 기회로 바꾸어줄 가장 좋은 방법이다. 그리고 저자는 이미 그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3D프린터, 공유 경제, 경험소비 등 혁신으로 부를 수 있는 좋은 사례들을 이야기 해준다.
<시그널>의 핵심은 연방준비제도로 앞세운 미국의 통화정책이 얼마나 자국 우선적이고, 달러가 기축통화임에도 불구하고 자국 위주로 정책을 결정하는 지 세세하게 설명해주는 데 있다.
우리는 그 동안 “미국이니까, 설마…”, “기축통화인데… 설마…” 했었는데, 떠도는 그 소문이 사실이었다. 미국의 입장은 ‘미국 내 통화정책은 내가! 각 나라의 통화정책은 각 나라 중앙은행이!’ 였다. 달러를 팡팡- 찍어내고, 그 돈들이 신흥시장으로 흡수되어 인도의 콩 값을 몇 개월 만에 70% 올리고, 중국이나 홍콩의 집 값이 몇 배가 올라도 그건 너네 사정이란다. 또한, 미국이 감당할 수 없는 부채로 힘들 때(바로 지금!), 어떻게 인플레이션을 통해 자신들의 부채를 신흥시장이나 그 나라의 국민들에게 떠넘기는지 알려준다.
미국이 각 나라에 채권을 팔았고, 그 채권을 회수하기가 힘든 시점에서 선택할 수 있는 가장 우아한 방법은 바로 인플레이션이다. 아르헨티나 같은 신흥국가들은 채무불이행을 선택하거나, 헤어컷등 뼈를 깎는 고통을 수반한 방법들을 선택하는데, 미국은 아니다. 신흥국가들에게 슬그머니 자신의 빚을 전가하는 방법, 바로 인플레이션이다.
우리가 요즘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는 양적 완화를 통한 인플레이션.
그러면서, 항상 정책입안자들은 말한다. 인플레이션은 없다고. 우리도 항상 소비자 물가 조사하면, 전월 대비 거의 비슷하거나, 심지어 떨어졌다고 하지 않는가? 도대체 배 한 개에 오천원을 하는 데도 추석 상차림 물가는 매년 떨어진단다. 도대체 어떻게? 또한, 우리는 그 동안 가장 착각했던 사실. 시장을 결정하는 건 적어도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시장가격이라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정책입안자들의 결정이라는 것이다. 두둥!
저자는 대공황-제2차 세계대전 후, 일어난 세계 경제의 눈부신 성장에는 엄청난 채무가 뒷받침하고 있었고, 이로써 우리들은 근 100년간 즐거운 삶을 영위할 수 있었지만, 이러한 빚 파티는 결국 엄청난 후세대들에게 고통을 안겨줄 것이기에 이제 100년간 돌고 돌았던 ‘완벽한 원’을 아프더라도 개비할 순간이 왔다는 것이다.
가장 충격적인 말은 FRB도 양적 완화로 어떤 상황이 펼쳐질지 충분히 모른다는 것이다. 그들도 이렇게 장기간 양적 완화는 역사상 처음으로 해보는 일이고, 양적 완화로 인한 파급효과를 정확히 알지 못하고, 그저 행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항상 금융위기가 일어나고 나면, “우리도 예상을 못했다”고 한다. 기상청이 날씨 예측을 하루 틀려도, 엄청나게 욕을 먹는데, 경제학자, 중앙은행 이런 양반들은 서민들에게 재기할 수 없는 상흔을 남겨주는 금융위기를 만들고서도 욕을 먹지 않는다. 참 괜찮은 직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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