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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해 한해 나이를 먹어가는 것이 실감은 안나는데, 버거워지기 시작하고... 그래도 아직은 기성세대보다는 신세대에 가깝다고 생각하는 내게도 '세대 차이'를 느꼈던 순간이 몇 번 축적되면서, 요즘 젊은이들의 삶의 방식이 조금 궁금했었던 것 같다. 최근 회사에 인턴으로 온 친구들과 이야기하면서, 그들이 콘텐츠를 소비하는 방식과 내가 소비하는 방식이 참 다르다는 걸 깨달으면서, 다시 한번 '옛날 사람'임을 체감하고 이 책을 집어 들게 된 것 같다.

사실, '밀레니얼세대'는 많이 들어봤고, 나 또한 밀레니얼세대의 시작 즈음에 있는 사람인지라 나나 20대나 뭐 비슷하지 않나~ 하면서 지낸 것 같다. 그런데, 그만큼 우리 사회가, 기성세대들이 젊은 세대들의 삶에 관심이 부족했던 것 같다. 흔히 나이로 접근할 때 2-30대로 묶어서 이야기를 해서 20대와 30대를 분리할 생각을 섣불리 못 했던 것 같다. 그들과는 관심사도 비슷하고, 생각하는 방식도 비슷하리라, 무턱대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런데, 2019년의 20대와 30대의 차이는 30대와 40대의 차이보다  더 큰 것 같다. 그런 면에서 [90년생이온다]는 현재의 20대에 집중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것 같다.

크게 '90년 대생의 특징, 그들이 직원이 되었을 때, 그리고 그들이 소비자가 되었을 때' 세 챕터로 나누어진 책은 군더더기 없이 90년 대생들에 관해 명료하게 분석하고 있다. 저자의 의견을 뒷받침할만한 사례들이 풍부해 옛날 사람인 내게는 읽는 재미가 쏠쏠하고, 요즘 트렌드를 보는 재미까지 있다.

저자는 제일먼저 요즘 90년생들이 왜 너도나도 공무원이 되려하는지 그 부분에서 시작을 한다. 81년생인 나는 IMF를 겪고, 회사에 갓 입사했을 때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어서 IMF만큼 글로벌 금융위기가 뼈저리게 느껴지지 않고 지나갔지만, 90년생들에게는 어린 나이에 공교롭게도 10년 단위로 두 번의 경제 폭풍을 겪은 셈이 되었다. 그러다보니, 그 후에 정착된 상시 구조조정과 정규직의 비정규직화가 일상이 되면서, 그들은 젊은 나이부터 고용 안정성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고, 그 결과 지금 노량진에 젊은이들이 넘쳐나게 되었다는 것이다.

90년생을 요약하는 세 단어는 간단하고, 재미있는 걸 좋아하고, 정직을 추구한다는 점이다. '간단'한걸 좋아하는 친구들이기에 '책'은 선호하지 않고, 드라마나 영화도 한 편을 다 보기보다는 클립으로 본다. 때로는 2-3분짜리 클립보기도 아까워서 댓글부터 본다. 복잡한 걸 싫어하고, 재미있는 걸 좋아하는 건 요즘 통칭하는 젊은 세대들에게는 대부분 해당되겠지만,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정직'이었다. 그러고보니, 90년생들은 '학종'으로 대학을 간 세대들이고, 이들은 대필한 자소서, 부모의 인맥으로 채워진 경력사항들로 대학을 가는 '학종'에 분노한 세대들이기에 이들에게 정직은 생명이 되었다.

이런 젊은이들이 취업을 하게되면, 워라벨을 가장 중요시하게 된다. 고용 안정성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저녁시간을 자기가 원하는 대로 설계할 수 있는 그런 직장을 꿈꾼다. 또한, 우리에게 연차는 다 쓰면, 조금 눈치보이는 그런 존재라면, 그들에게 연차는 당연한 권리이다. 기성세대들에게는 이런 젊은이들이 열정도 없고, 꿈도 없다고 할 수 있지만, 그건 회사에 충성을 해서 제대로 된 보답이 왔던 옛날에나 해당되었던 말이지, 회사에 충성했지만, 돌아오는 건 사오정인 요즘 시대의 젊은이들에게 회사에 대한 충성을 강요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발상이라는 점이다. 또한, 그들은 '칼퇴'라는 말을 거부한다. 정시퇴근은 당연한 건데, '칼퇴'라는 말에는 이미 정시퇴근에 부정적인 이미지가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회사에서 자기 역할을 중요시하는 세대이기 때문에 보조적인 역할만 맡기기 보다는 업무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계기를 주는 게 필요하다는 것이다. 사실, 이건 어느 세대에서나 신입 직원들이 하는 고민이지만 말이다.

90년생들이 소비자가 되었을 때는 '호갱노노'이다. 그들은 적극적으로 호갱이 되기를 거부한다. 같은 제품을 나라별로 다른 가격에 판매하는 다이슨, 현대자동차에 분노하고, 대리점에 강매한 남양유업을 결국은 적자로 만들었다. 반면, 그들은 그들의 특징대로 간단하거나 재미있고 정직한 제품을 선택한다. GS25에서 만든 '김혜자 도시락'이 광고 카피 문구만큼 양도 푸짐하고 맛있어서 '혜자스럽다'라는 신조어까지 만든 그들이니. 좋고 재미있는 제품에는 적극적으로, 자발적으로 홍보한다.

언제나 기업들은 신제품이 나왔을 때, 젊은 세대를 먼저 공략하려고 하였고, 이 기조가 바뀌지 않았다면, 그래서 90년생들을 잡고 싶다면, 저자는 FGI 등의 전통적인 방식보다는 '관찰하라'라고 말한다. 그들에게 가장 자연스럽게 접근해서 평소의 모습을 관찰하라. 마치, 그들과 진짜 친구가 된 것처럼. 하면, 제일 좋겠지만, 역시 세대차로 고민이시라면, 이 책을 먼저 읽고 다가가라~ 그러면, 90년생들에게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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