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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직입적이고 심플한 책 제목이 훅- 와닿았다. 누군가 쿡- 찌르면 터질 것처럼, 폭포수처럼 쏟아져 나올 요즘 내 업무 스트레스 방언을 막아줄 구원투수 같았다. 삼성이 10년간 신입사원에게 추천한 단 한 권의 책이라길래 도대체! 무슨 내용이길래 궁금했는데, 사실 조금만 생각해 보면, 삼성이! 10년 동안! 추천했다면 짐작했어야 한다. 두 주먹 불끈 쥐며 치얼업! 하라는 이야기지!

[왜 일하는가]는 교세라 창업자인 이나모리 가즈오가 이제 구순이 되어 자신의 인생 경험에서 묻어 나오는  '일'에 대한 '의미'를 이야기를 하고 있다. 4-50대의 나름 직장생활에서 성공했다는 그런 사람들이 쓴 책이라면 '성공한 척하기는!' 하고 그냥 넘겨버렸을 내용을 구순이 된, 인생이 포트폴리오인 대선배가 이야기하면 자연스럽게 설득력이 생긴다. 물론, 이제는 직장에 충성하는 시대도 아니고 투잡, 쓰리잡이 이상하지 않는 시대에 이나모리 가즈오의 충고는 일부분 시대착오적일 수 있지만, 무슨 일을 하건 '왜 일하는지'에 대한 '왜'에 대한 생각으로 접근한다면, 시대초월하여 의미가 있을 것이다. 더군다나, 이 할아버지 정말 무에서 유를 만드셨기에 읽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고개가 숙여지게 된다. 그래서 EBITDA만 챙기는 윗사람 덕분에 메인 사업이 산으로 가는지, 들로 가는지 쳐다볼 겨를도 없는 환경 속에서 일하면서, 도대체 어떻게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창조적으로, 완벽하게 일할 수 있을지 고민이 되지만. 그런 고민을 시작으로 실마리를 찾아나가야겠지? 라고 생각할 뿐.

아래는 책 읽으면서 몸에 새겼으면 하는 문장들.

"인류에게 근대 문명을 안겨준 서양 사회에서는 '일이란 곧 고역'이라는 인식이 팽배했다.... '일은 최대한 짦은 시간 안에 끝내고 보수는 최대한 많이 받는 게 좋다'는 노동관이 생겨났다... 서양과 달리 동양에는 이 같은 노동관이 없었다. 일은 분명 고생도 수반하지만, 그 고생 이상으로 기쁨과 긍지, 그리고 삶의 보람을 가져다주는 존엄한 행위라고 여겼다"(48p)
그동안 '일'을 너무 돈벌이 수단으로만 접근했던 것 같다. 사실 내가 이 일을 선택한 것도 일을 즐겁게 하기 위해 시작했는데 이제는 생계활동으로만 바라보고 있었는데, 시각을 전환하는 계기가 되었다.

"한여름 에어컨 앞에만 있는 사람은 상쾌함을 느끼지 못한다. 하지만 무더위 속에서 땀 흘려 일한 사람은 잠시 몸을 기대 쉴 수 있는 나무 그늘에도 시원함을 느낀다. 그렇게 나는 앞으로도 계속 내게 닥쳐오는 고생을 피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69p)
보통 회사를 상장 한 후, 일확천금을 번 후, 조기은퇴하여 삶을 즐기는 요즘 분위기 속에서 이나모리 가즈오는 달랐다. 더 높은 목표를 설정하여 더 앞으로 나아가는 것. 그것도 순수하게 자신의 본업으로. 진정으로 우리에게 일의 의미에 대해 몸소 알려주는 사람이다. 

"소소한 일에도 기쁨을 느끼고 감동할 줄 아는 것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멋진 일이지. 단조롭고 반복적인 우리의 연구를 지치지 않고 계속해나가려면, 좋은 결과가 나왔을 때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기뻐할 줄 알아야 해"(93p)
100억 매출은 올려야! 이렇게 뭔가 큰 성과에만 눈이 멀어 소소한 성과는 감정의 요동도 미치지 않는 요즘 참 재미없게 일을 했던 것 같다. 소소한 결과에도 즐거워하고 또 그 기운으로 더 높은 성과를 내는, 그런 마음을 잊고 산 것 같다.

"일머리가 좋은 면도날 같은 사람과 일에 대한 감각은 부족하지만 성실한 사람"(157p)
이나모리 가즈오는 단연 후자를 택했다. 면도날 같은 사람은 안목이 있어서 자기가 하는 일이 지루하거나 회사에 가망이 없다고 판단되면 빠르게 회사를 그만두었다는... 그런데 요즘 시대는 한 직장에서 묵묵히 일하는 사람을 오히려 능력 없다고 보는 시선도 있어서, 오히려 면도날 같은 사람을 몇 년 잘 활용하는 것도 경영자 입장에서는 좋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오늘 하루 최선을 다해 노력하자. 오늘 하루 열심히 일하면 내일이 보일 것이다. 이번 달 열심히 하면 다음 달이 보일 것이다. 올 한 해를 충실히 보내면 내년이 보일 것이다"(168p)
이처럼 순간을 충실히 살면 자연스럽게 장기 계획이 만들어진다. 어차피 바뀔 장기 계획을 세우느니, 순간에 충실히자.

"자신이 처한 환경을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반발과 원망하는 마음만 키워갈 것인지, 아니면 어려운 요구라도 자신을 성장시킬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해 적극적으로 받아들일지는 오직 마음가짐에 달려 있다. 어떤 길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도착점은 크게 달라진다. 일도 그렇지만, 인생도 마찬가지다."(190p)
아마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머리로는 공감하지만, 감정적으로 울컥하게 만드는 지점이 아닐까 한다. 타사의 사례를 들이밀며, '이것 밖에 못하냐'는 윗사람의 말에 '(지원이 많은) 타사와 우리를 비교할 수 있나요!'라고 외치고 싶지만, 말은 못 꺼내고 우리 환경만 탓하며, 키보드 워리어가 되고 있으니깐. 참, 없는 환경에서 환경만 탓할 수는 없지만, 환경 탓을 안 할 수도 없다.

"어려운 일을 만날 때마다 현실에 타협하고 쉬운 길을 택한다면, 비록 그 순간은 편할지 몰라도 꿈과 목표는 점점 멀어진다."
나한테 하는 말이다. 동료와, 거래처와 조율해야 할 때 서로 팽팽한 기싸움에 지쳐 계속 타협하게 되는데, 끝나고 보면 내 수중에 남은 카드는 한 장도 없고 애초에 목표는 이미 뭐였는지도 모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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