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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신학기, 초등학교 새내기가 된 큰 아이가 아직은 혼자 가기가 무리인 것 같아

함께 등교를 해주기로 했어요.

 

9시 반 출근, 6시 반 퇴근으로 유연근무제까지 신청하며 준비한 엄마의 야심찬 등교 활동이지요~

 

함께 등교하면서, 도란도란 이야기도 나누고 아들과 더 친해져야지~ 했죠.

 

사실, 학교와 집의 거리가 어른이 걸어도 10분이 좀 넘는 먼 거리라 이사를 계획했었는데,

 

어쩌다보니 타이밍을 놓치고, 아이가 다니는 집 앞 태권도 학원에서 차량으로 등교 도우미를 해준다고 해서

 

마음 놓고 있었는데, 막상 2월 말에 태권도 학원에 전화를 하니, 문제가 많아서 등교 도우미는 못한다고 T.T

 

청천벽력 같은 이야기를 들어서 망연자실했다가 유연근무제로 마음 굳세게 먹고 눈치보며 회사에 이야기해서

 

신청을 했지요.

 

 

 

 본격적으로 학교를 간 월요일 첫 날은 일찍 일어나고 밥도 잘 먹고 해서 8시 반에 딱! 출발해서 잘 도착했는데

 

하루 지났다고 화요일부터 바로 초심을 잃고, 밥을 입에 물고 넘기지를 않아서 결국 8시 45분에 집에서 나왔죠...

 

9시 등교인데, 지각은 따논 당상, 엄마는 속에서 열불이 나는데, 아이는 심각함을 모르고, 해맑게 따라 나오네요~

 

밥 먹을 때부터 빨리 안 먹으면, '놓고 간다~, 지각하면 선생님한테 혼난다~' 등등 공포 발언을 했음에도

 

자기 페이스대로 먹더니, 결국은 엄마를 급 흥분하게 만드네요. 밥 다 먹고, 화장실에 치카하러 갈 때도

 

엄청 명령하는 말투로 '치카해, 얼굴 닦아.' 이렇게 말해도 그냥 시큰둥.

 

결국, 옷 입기 시작하는 모습을 보고 먼저 밖에 나가 있으니, 꾸역꾸역 옷을 입고 따라나오네요.

 

아파트 밖으로 나와 걷기 시작했을 때, 건널목 보일 때 마다

 

"어제 저기에 녹색 어머니 있었는데, 벌써 녹색 어머니도 다 들어가고 안 계시지!"

 

"나중에 너 혼자 이렇게 늦게 나오면 길은 어떻게 건널래? 혼자 건너 봐!"

 

"지금 가는 친구들 있니? 아무도 없지? 어제는 여럿이 같이 걸어 갔는데 지금은 누가 있니? 아무도 없지?" 등등

 

상처 입을 말들을 엄청 내뱉었는데도

 

아이는 엄마가 화났으니, 무서워서 그냥 시무룩한 표정만 짓고 있을 뿐...

 

다음날은 어제의 효과로 제시간에 잘 갔네요~

 

막상 제가 앞서서 걷고(아이 빨리 쫓아 오라고) 있으면,

 

뒤에서 룰루랄라~ 하면서 쫓아 오네요~ 토끼처럼 깡총깡총 뛰어오는 모습이 귀엽기는 하지만,

 

여기서 또 분위기 흐트러지면 안될까봐 계속 험악한 분위기 연출했는데...

 

막상 학교 교문 들어설 때까지 룰루랄라 쫓아오더니,

 

"다 왔다~ 언능 들어가" 하며, 등을 쓰다듬는데, 뒤도 안돌아보고, 인사도 안하고

 

아이가 쑝~ 교문으로 들어가 버리네요.

 

아이쿠야. 저도 늦게 나왔더니, 회사 가는 시간이 간당간당해서 그냥 왔는데,

 

하루 종일 기분도 안좋고 맘이 쓰이네요. 아이도 기분 많이 상했을 텐데, 낮 동안 잘 지냈나 궁금도 하고요.

 

좀 느긋하게 기다려줄 줄 알아야 하는데, 왜 그게 이렇게 힘든지 모르겠어요~

 

핸드폰 메인 화면에는 "공감 대화"라고 적혀있는데, 적어 놓은 게 무색해지네요...

 

저녁때 집에 갔더니, 첫 아이가 아침일은 기억도 못하는 것처럼

 

해맑게 인사를 하네요~

 

"안녕하세요!"(저희 아이는 상황에 맞는 말을 아직 할 줄 모름)

 

그래서, 아침에 지각 안했냐고 하니까

 

지각했다고, 친구 00이랑 꼴찌로 들어갔다고~

 

천연덕스럽게 웃으면서 말하는 데, 방법이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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