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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경제적으로 힘든 한 해였고, 2023년 더 힘든 한 해가 될 거라는 암울한 전망만 넘쳐나는 이 시기. 흉흉한 소문도 끊이지 않지만, 이럴 때일수록 정신을 바짝 차리고 트렌드에 귀를 열고 있어야 한다. 그래도 내년이 검은 토끼의 해라고 한다. 강하지는 않지만, 꾀가 많은 토끼처럼 23년의 고난 또한 잘 뛰어넘어 주기를 바라면서, 2023년 트렌드 코리아의 10대 키워드를 정리해 봤다.

 

#평균의 실종

이미 우리 생활에서 체감하고 있지만, 이른바 '보통 사람들', '평균 급여' 등 다수에 수렴하는 지표를 믿고 사업계획을 세우고, 개인적인 위안을 삼기에 힘든 시대가 되었다. 정규분포는 사라지고, 양극화, N극화, 단극화 현상을 보이고 있다. 22년 7월 부과된 강남구 재산세는 4,135억원이었고 가장 적게 부과된 강북구는 236억 원으로 17.5배의 격차를 보였다고 한다. 같은 서울에서도 이렇게 큰 격차를 보였다는 건 서울을 제외한 다른 지역과 비교한다면 그 격차는 훨씬 더할 것이다. 영화관도 <탑건>의 흥행에서 알 수 있듯이 대형 스크린으로 봐야 하는 '극장용 영화'와 OTT로 봐도 충분한 'OTT용 영화'로 양분되고 있다. 양극화와 더불어 N극화 현상도 보이는데, 한두 개의 획일화된 아파트 평면도도 다양화되고 있다. 22년 상반기 분양한 아파트의 평균 평면도는 5.63개였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단극화 경향도 보인다. 대표적으로 플랫폼의 점유율이 단극화의 경향을 보인다. 구글은 미국에서 90%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고 아마존도 38%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이제 '평균주의'의 시대는 지났으며 AI와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개개인성'의 시대를 맞이해야 한다. 개인별 맞춤형 접근이 필요한 시대이다.

- 장사하는 사람들 힘들겠다. 타깃팅을 어떻게 해야 하나?

 

#오피스 빅뱅

코로나19로 인해서 변화의 속도가 더 가팔라졌지만, 이직 및 퇴직이 일상이 되어 버렸다. 직장인 10명 중 3명은 첫 직장에서 1년을 채우지 못하고 퇴사하고 있고 '네카라쿠배당토' 한 바퀴 돌고 갈 곳 없으면 창업한다는 일종의 '직장 도장 깨기'로 직장의 의미도 변화하고 있다. 또한 재택근무의 경험 이후로, 높은 급여보다는 복지 및 근무환경을 중요시하고 있다. 재택을 하는 회사와 재택이 종료된 회사에 대한 충성도 차이는 큰 편이고 인재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 재택을 주요 복지로 제공하는 회사도 늘어나고 있다. 또한, 긱노동자의 수도 확연히 증가하고 있다. 예전처럼 9시-6시 근무하는 직장인들이 이제 '평균'이 아닌 시대가 된 것이다. 이런 분위기에서 조직의 HR 리더의 역할이 매우 중요해질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단순히 연봉을 많이 준다고 남아있을 인재가 아니다. HR 리더가 확실한 조직의 철학, 비전이 없다면, 인재는 언제든 유출될 것이다. 

- 주위에 나만 풀타임 근무자인 것 같은 건 내 착각이 아니었다.

 

#체리슈머

불황이다. 호황일 때도 호황인지 모르고 지나갔는데, 2022년은 확연히 불황, 23년 또한 암울한 전망만 이어지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OTT 구독도 <수리남> 등 빅타이틀이 들어올 때만 반짝 구독하고 해지하는 실속형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런 체리슈머들은 파프리카도 낱개로 살 정도로 조각내어 산다. 유료 와인 테이스팅 탭 '보틀 벙커'가 소비자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고 기업들도 다양한 샘플 키트를 판매하고 있다. '배달 공구'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반반 사는 반반 전략도 있다. 온라인 구독 상품을 해지와 구독을 자유롭게 하는 말랑 전략도 있다. 전통주 구독 서비스 '술 담화'는 '쉬어가기' 옵션이 있어서 이번 달 술 서비스를 받지 않으려면 '쉬어가기' 옵션을 사용할 수 있게 하였다. 한번 해지한 소비자를 다시 잡는 것보다 언젠가는 돌아온다는 믿음이 있는 편이 기업들에게도 이득일 것이다. 

- OTT 구독하고 해지하고... 생각보다 귀찮은데, 소비자들이 점점 더 스마트해지고 있다.

 

#인덱스 관계

사람과의 관계도 바뀌고 있다. 인친, 트친, 페친, 실친 등등 친구를 정의하는 방법도 다양화되고 있고 관계마다 인덱스를 추가하여 관리하는 시대가 되었다. 학교 때 만나서, 또는 직장에서 만나서 자연스럽게 친해지는 시대는 이제 지났다. 요즘은 새로운 일을 도모하는 가운데 인간관계를 확장하는 순서로 바뀐 것이다. 카카오톡의 오픈 채팅 사용자 수가 19년 대비 76% 증가한 것도 이런 목적 지향형 관계가 늘어나고 있다는 걸 방증하고 있다. 관계에 따라 친밀도를 분류하는데, 아주 친한 사이라면 서로 간에 위치도 공유하는 그런 관계, 친한 정도라면 개인 톡을 주고받고 두세 달에 한 번 정도 보는 사이, 약간 친하다면 SNS 태그, 블로그 이웃 관계 정도, 아는 사이라면 1년에 한두 번 정도 만나는 정도로 분류를 한다고 한다. 인간관계에서도 '자기 중심성'이 강조되면서 타인과의 관계 또한 그 배경에서 변화하고 있다. 

-나만 옛날 사람이었음. 여전히 만나는 사람이 옛날에 알던 사람들밖에 없음.

 

#뉴 디맨드 전략

불황의 시대.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고 있다. 소비자의 수요가 발생하는 배경에는 교체 수요와 신규 수요가 있다. 교체 수요는 지금 쓰는 상품보다 새 상품이 월등히 좋아져서 업그레이드하고자 할 때, 새로운 제품에 '환경 이슈'등 새로운 콘셉트가 덧입혀졌을 때, 가격에 대한 심리 장벽이 낮아졌을 때이다. 신규 수요는 전에 없던 상품으로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는 것이고, LG 스타일러의 슈케이스처럼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들었을 때, 또는 '브래들리 시계'처럼 특정 타깃을 위해 만든 제품이 다른 타깃으로까지 확장되는 경우이다. 뉴 디맨드 전략이 성공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건 '고객'의 마음을 아는 것이다. 모든 시작은 고객으로부터.

- 그런데, 하다 보면, 타깃을 까먹을 때가 있다.

 

#디깅 모멘텀

취미에 진심인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옛날의 오타쿠에서 좀 더 진화한 느낌의 디깅은 미디어 콘텐츠나 특정 제품, 경험, 인플루언서들에 몰입한다. 디깅의 유형도 하나의 콘셉트를 정하고 그 역할에 몰두하는 콘셉트형, 일명 '덕질'을 하는 관계형, 특정 아이템이나 캐릭터를 수집하는 수집형이 있다. 이러한 디깅러들은 어떠한 하나의 대상에 몰입하는 그 과정 자체를 행복으로 느낀다. 이들은 기업의 전략 방향을 주도하기도 할 정도로 의사소통에도 적극적이다. 

- 어느 하나에, 정말 내가 좋아하는 것에 몰입해보고 싶다. 이제 좋아하는 게 뭔지도 모르겠다.

 

#알파 세대

1995년~2009년생을 일컫는 Z세대의 다음 세대가 바로 알파 세대이다. 현재 초등학교 6학년 이하인 어린이들이다. 저출산 시대에 태어난 귀한 자식들로 8 포켓, 10 포켓을 들고 태어난 아이들이다 보니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건 '나야 나'란 인식이 강하다. 또한, 자본주의 논리에 밝은 밀레니얼 부모 밑에서 태어나서 경제교육을 중요시하고 사업가이면서 어린이이기도 한 '키드 프레너'들도 늘고 있다. 친구들과 멀리 있어도 줌으로 놀 수 있고, 날 때부터 스마트폰이 있던 아이들이라 디지털 기술에 부모보다 익숙하지만, 중독의 그늘에서 벗어나기 힘든 세대이기도 하다. 

- 앞서 이야기한 평균의 실종처럼 아이마다 격차도 커지고 있다. 키드 프레너처럼 돈을 버는 아이가 있지만,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처럼 돈이 수억 깨지는 아이도 있다.

 

#선제적 대응기술

인공지능과 빅데이터의 발달로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서비스의 수준이 달라지고 있다. '배민'에서 제품을 주문하면, 몇 분 내로 도착한다는 알림을 주는 수준의 고객의 사전적 대응을 위해 정보를 제공하는 단계부터 집에 들어오면, 자동으로 불이 켜지고, 공기정화기가 작동하는 등 사용자의 맥락에 따라 기능이 자동적으로 맞춤 조정되는 단계, 실내의 이산화탄소가 비정상적으로 높음을 자동으로 감지하고 창문을 열어 환기시키는 수준의 사용자의 필요를 예측해 해당 기능을 수행하는 단계까지 나아가고 있다. '수원의 세 모녀 사건'등 전시, 수도, 가스 등의 사용 추이나 통신비, 의료비 연체 현황 등의 정보를 일원화시키는 행정망이 있었다면, 이런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에게 먼저 다가가기가 수월해질 것이다.

- 사용자의 필요를 예측한다는 건 엄청난 기술이지만, 때로는 무섭다. 내 머릿속에는 <마이너리티 리포트>만 생각난다.

 

#공간력

사람을 모으고, 머물게 하는 힘인 '공간력'은 크게 세 가지 패턴을 보인다. 더 크고, 더 가깝게 위치해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인력, 가상과 현실을 연계하는 연계력, 메타버스에 적용되는 확장력이 그것이다. 요즘 매장들이 대형화되고 있거나, 다수의 소형매장을 오픈하는 전략이 바로 인력이다. 아마존의 피팅룸은 옷을 가지고 들어가지 않아도 피팅룸 안에서 검색하여 클릭하면 피팅할 옷을 가져다주는 연계력을 가지고 있다. 현대백화점의 'VR판교 랜드'는 스마트폰을 통해 매장을 360도로 둘러볼 수 있고 보다가 제품을 클릭하면 바로 구매도 가능한 메타버스를 통해 공간력을 강화하고 있다.

-메타버스를 잘만 활용한다면, 그 파급력은 아이폰이 처음 시장에 나왔을 때 이상으로 클 것은 확실하다. 다만, 어떻게 활용하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네버랜드 신드롬

나이보다 어리게 사는 게 미덕이 되고 있다. 너도 나도 젊게 살고 싶어 한다. 네버랜드 신드롬에도 3가지의 유형이 있는데, 그 옛날 시절로 돌아가고 싶은 리턴형, 나이 듦을 거부하는 STAY형, 아이처럼 즐겁게 노는 PLAY형이 있다. 평균 수명이 늘어나고 사회적 나이의 개념이 흐려지면서 나이에 상관없이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면서 사는 게 중요해지면서 네버랜드 신드롬이 강해진 것 같다. 때로는 '전 국민의 철부 지화'현상으로 부작용도 초래할 수 있지만, 네버랜드 신드롬은 분명 23년을 사는 어른들의 주요 키워드일 것이다. '청춘'의 개념이 2차 세계대전 이후로 형성이 되었고 '중년'역시 20세기 후반에 탄생한 개념이라고 한다. 전형적으로 생각했던 중년의 모습이 겨우 한두 세대가 겪었을 뿐이다. 결국 우리는 매일매일 조금씩 성숙해지면 되는 나이 들어가는 어린아이들일뿐이다. 

- 이런 것도 유행처럼 어느 순간에 '더 나이 들어 보이게~ 더 성숙하게~' 이렇게 바뀔 수도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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