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맛집프로그램에 제대로 칼 댄 <트루맛쇼>

방송은 모두 드라마다.
 
다큐멘터리이든, 교양이든, 예능이든, 방송은 짜고치는 고스톱일 뿐이다.

<트루맛쇼>를 보면서 몇 년전 <패밀리가떴다>의 대본 사건이 떠올랐고, 결론적으로 우리나라의 방송 제작 현실의 씁쓸함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했다.

<트루맛쇼>는 대한민국의 맛집프로그램이 제작되는 과정을 낱낱이 보여주면서, 우리가 생각하는 맛집프로그램이 순수한 의도로 맛집을 찾아가서 진정한 식당 손님들의 반응을 보여주는 그런. 맛집프로그램이 아님을 알려준다. 대한민국의 식당들이 사랑하는 MSG처럼, 우리의 맛집프로그램도 "인공" 조미료를 팍팍- 가미하여 제작되고 있었다. 모든 맛집프로그램이 거짓은 아니지만, 많은 프로그램들이 병들어 있었다.

촬영을 위해 "맛"이라는 식당을 차려 직접 맛집프로그램에 소개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이 발칙한 다큐는 우리가 상상하는 이상으로 '완전히 상한' 대한민국의 맛집 프로그램을 보여주고 있다. 맛집프로그램의 작가가 촬영하는 맛집 식당에 메뉴, 이벤트는 물론, 식당 디자인도 제안한다. 이 정도의 수준이면, 맛집프로그램의 작가들은 작가를 그만두고, 식당 컨설팅 또는 직접 식당을 오픈해도 꽤 쏠쏠한 식당주인이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몇 년전 그렇게 인기였었던 캐비어삼겹살이 맛집프로그램 브로커에의해 제작된 메뉴였다니! 우리가 먹고 있는 것들 자체를 의심하게 만든다.

<트루맛쇼>가 더욱 무섭게 다가온 것은 이러한 방송을 거리낌없이 만들고 있는 제작진들이다. 한 명의 제작진도 아닌 수십명의 제작진이 거짓 방송을 찍어내고 있다는 현실이 정말 영화의 마지막 한 마디처럼 빅브라더가 누구기에 제작진들의 양심을 모조리 쓰레기통으로 버리게 만들었는지. 무서웠다. 또한, 걱정이 되는 것이 이런 식으로 제작하는 관행이 비단 맛집프로그램에서만은 아닐 거란 생각에서다. 우리가 보는 교양정보 프로그램의 건강 상태를 집중점검하는 프로그램을 지상파에서 한 번 멋지게 제작해주면 좋겠다. 형식적으로 제작하는 옴부즈맨 프로그램이 아닌 방송사 스스로 자성하는 옴부즈맨 프로그램을 보고 싶다.

마지막으로 드는 개인적인 궁금증!
도대체 김재환 감독은 영화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MBC, KBS, SBS 프로그램의 영상을 어떻게 구했을까. 방송 영상 뿐아니라, 제작과정의 영상도 무수히 사용되었는데, 도대체 이러한 주옥같은 영상을 어디서 구했는지! 설마, 이 영상을 방송사에 공식적으로 요청하고 받은 것은 아닐테고, 그럼 무단으로 사용했다는 이야긴데, 괜찮은 건지 그것이 궁금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