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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야 쓰게되는, 영화를 본 지 일주일이 지났는데도 계속 머릿 속을 맴도는 <고지전>
꽤나 마음에 들었나보다.

<고지전>은 전쟁영화다.
나는 전쟁영화를 좋아하지 않는다.
좋아하지 않는다기 보다는 그냥 관심이 가지 않는다.
아마 대부분의 여자들이 그럴 것이다.
하지만, <고지전>은 장훈 감독의 영화라서 관심이 갔고, 이제훈이라는 배우가 나와서 궁금했다.
그래서, 휴가를 내고 아줌마가 영화를 보기로 결심한 것 같다.

미스터리로 시작한 영화는 역시나 전쟁영화로 끝을 맺었는데
때로는 <웰컴투동막골>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비현실적인 것 같다가
왠지 정말 그랬을 것 같다는 생각으로 끝을 맺었다.

(스포일러) 마지막에 '이 휴전협상은 22시부터 효력을 발휘한다'는 어처구니 없는 문구 하나가
살려는 사람들의 의지를 뿌리채 뽑아버리는데, 이것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왠지
너무나 사실처럼 느껴진다. 휴전협상을 하고 문서를 만든 사람은 최전방을 사수하지 않는 사람이고
이들은 왠지 공무원 마인드(?)로 별 생각없이 문서를 만들었을 것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그리고, 22시는 그저 살기위해 싸웠던 사람들을 궁지로 내몰고 만다.

누구를 위한 전쟁인가.
잘은 모르지만, 역사적으로 전쟁에 명분을 부여하기 위해 높으신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여로모로
애쓰신 것 같은데, <고지전>을 보면, 이런 생각이 든다. 왜 싸우는가. 누구를 위한 전쟁인가.
1953년을 살았던 사람들에게 이제는 원하면, 국적도 바꿀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고 한다면
이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전.쟁이라는 이름 하에 얼마나 말도 안되는, 얼토당토않는 당위성을
개인에게 부과하였는지 생각만해도 살떨리고 잔인하다. <고지전>은 하나의 주제를 위해 긴장감있고
밀도있게 이야기를 끌고 간다.

<고지전>의 최대 수혜자는 이제훈이다.
어린 나이에 뜻하지 않게 대위가 되고 몰핀으로 하루를 버티는 불안정한 어린 대장의 모습을
이제훈은 흔들리지 않게 잘 표현한 것 같다. 아직 군대도 안갔다온 것 같은데, 이 친구는 아마도
자신이 군대 갔다왔다고 착각할 수도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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