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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주의자>를 읽고 작가의 문체에 길들여지고, <소년이온다>로 좋아지게 되고.

알 수 없는 꿈을 꾸고 난 후, 채식주의자가 되기로 결심한 주인공 영혜는 시간이 갈수록 점점 말라가고. 처음에는 이를 염려했고, 나중에는 이상하게 여긴 남편이 결국 처가 식구들에게 이 사실을 알린다. 가족들의 도움으로 치유되길 바랐지만, 영혜의 상태는 점점 더 나빠질 뿐이다. 급기야 나무가 되어가고 있다고 믿는 영혜. 안 먹을 수록, 말라갈 수록, 평온해지는 영혜는 지금 치유되고 있는 것일까?

 

짧은 단편소설 3편을 묶은 <채식주의자>는 각 단편에 포커스된 주인공은 바뀌지만, 그 주인공들이 세 편의 단편에서 계속 등장하는 연작소설이다. 처음에는 영혜만 아픈 줄 알았는데, 괜찮아 보이는 모든 사람이 사실 괜찮은 건 아니 듯, 각자의 상처를 가진 사람들이 나온다. 삶에서 치이고, 상처받고 하는 아픔들을 각자 자신들의 방식으로 치유하려는 노력이 공감 간다고 할 수 없이 기괴해 보이지만, 일부분 이해할 수 있는 단면들이 있다.

 

<소년이온다>는 알고 본 건 아니었지만,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소재로 한 책이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영화에서 간접적으로 본 것이 전부인 내게 <소년이온다>는 생채기가 난 살을 후벼파고 후벼파서 뼈가 보이는 아픔을 느끼게 해주는 소설이다. 한강의 문체는 더없이 사실적이어서 소름끼치지만, 나도 모르게 더 크게 뜨고 문장을 반복해서 읽게된다. 얼마 전, "헬기 사격은 지시하지 않았다"라고 다시 한번 유족들을 오열하고 분노하게 했던 전두환의 말에 5.18의 이슈가 아직도 계속되는 구나. 정도로만 남의 일처럼 지켜봤던 내게 <소년이온다>를 읽고 난 후, 반성하게 된다. 한 페이지, 한 페이지 넘길수록 기가 빨리고, 감정이 격해지는 걸 억누르면서 소설을 읽었던 것 같다. 한국 현대사의 가장 중요한 사건을 담담하게 묘사하지만, 그 담담함이 가슴을 옥죄어온다.

 

<채식주의자>도, <소년이온다>도 한 명의 주인공이 이야기를 끌고 가지 않고, 여러 명의 인물이 등장하면서, 하나의 사건을 다양한 시선에서 보게 만든다. 다양한 시선이 서로 겹치고, 부딪치고, 엉켜서 하나의 목소리를 내게 되는데, 한 명의 인물이 이야기하는 것보다 다양한 인물이 한목소리를 내면서 메시지 전달력은 더 강해지는 것 같다.

 

두 권 모두 가볍지 않은 소재이지만,

그래서 읽으면서 스트레스를 받게 되지만,

소설인지라... 재미있게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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