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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진실의 수위를 넘어 눈을 질끈 감게 만드는 사건이란 걸 알고 있었기에 더욱 외면하고 싶은 영화였다. <도가니>는. 그래서, 책도 읽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오늘 영화가 보고 싶었고, <도가니>는 어제 개봉한 영화여서 상영시간도 잘 맞는데다 왠지 모를 의무감에 사로잡혀 영화를 보게 되었다.

무섭다. 시작부터. 나갈까. 안절부절이다.
좌석에서 등을 떼고 어깨를 잔뜩 움츠리고, 충격을 넘어선 공포를 지켜본다. 괴롭다.
그래도 마지막 판결을 듣기 위해 공유와 아이들이 '정의 평등...' 등이 적힌 법원 입구를 지나갈 때, 나는 정말 법이 정의롭고 평등할 거라고 잠깐 희망했다. 순진한 나의 착각이었지만.

영화 <도가니>는 잔인하다. 대한민국 사회는 더 잔인하다.
이 영화는 돈을 벌기 위해 제작한 상업영화이지만, 그에 앞서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있고, 그 분명한 목적을 확실히 달성하였다. <마이파더>를 찍은 황동혁 감독은 이 사건을 외면하지 말라고, 이 영화를 끝까지 두 눈 뜨고 응시하라고 계속해서 관객들을 채찍질한다.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숨 고를 틈 없이 사건이 벌어지고, 이 사건이 빨리 해결되길 바라는 사람들의 마음을 두 시간 동안 쥐락펴락하며 관객들의 감정을 끌어올린다.

불편하지만, 피하지마라. 비겁하다.

영화를 보고 나면, 당장이라도 짐을 싸서 이민을 가고 싶어진다.
이런 사회에서 내 아이를 키우고 싶지 않다. 는 생각이 머릿 속을 떠나지 않지만,
<도가니>가 예매율 1위를 기록하고, SNS에서 계속해서 이슈가 되는 모습을 보고 민중의 힘이 있기에
이런 불의를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공지영의 <도가니>가 불을 지피고, 영화 <도가니>가 횃불이 되어 이 사건이 가능한 많은 사람들에게 공유된다면, 비겁한 정의도 다시 살아날 수 있으리라 믿는다.


To.우리를 도가니로 몰아넣은 당신들에게

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를 보셨는지?  <1Q84>의 아오마메가 과연 책 속에만 존재하는 캐릭터일거라고
생각하지 마세요. 언젠가 불쑥- 당신들의 아오마메가 당신들을 찾아갈 겁니다.
법적인 판단이 모두 끝난 지금, 당신들에게 사회적으로 사형선고를 주기에는 그것도 아깝거든요.
굿-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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