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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에 익숙해지고, 짧고 자극적인 텍스트에 익숙해져 3분 이상 집중해서 읽어야 하는 글 앞에서는 긴 심호흡이 필요한 나를 보면서 [도둑맞은 집중력]이라는 앙증맞은 타이틀이 내눈에 휙 들어왔다. 이런 자극적인 타이틀을 봤나. 저자는 스마트폰과 SNS에 얽매이는 자신을 발견하고 스스로 인터넷과 SNS를 모두 끊고 프로빈스타운에서 몇 주 살기로 결심하게 되면서 생기는 일화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웬만한 금단 현상과는 비교도 못할 정도로 중독이 강한 인터넷 중독 금단현상을 겪으며 저자는 집중력과 관련하여 세계의 다양한 유명인사들과 인터뷰하며 어떻게 하면, 우리의 잃어버린 집중력을 되찾을 수 있을지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시스템적으로 고민하고 있다. 이 책은 제목을 보고 오해할 수 있는데, 자기계발서가 아니니 자기 계발서를 기대했다면 내려놓기를.

우리는 흔히 자신들이 멀티태스킹을 능숙하게 해내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하지만, 멀티태스킹은 허상에 불과하다. 멀티태스킹을 하는 순간 멀티작업들이 모두 느려지고 있단다. 저자는 인터넷이 발달하고 스마트폰이 생기면서 구글, 페이스북같은 테크기업들이 우리가 더 오랫동안 SNS에 머물기를 바라면서 그런 방식으로 알고리즘을 작동시키고 우리는 그들의 비둘기가 되면서 점점 우리의 시간을 잃어버리고 한 가지에 오래 몰입하는 집중력을 잃어가고 있다고 말한다. 이런 테크기업들이 '공짜'로 무언가를 내게 줄 때는 딱 하나다! 테크기업들이 나의 정보를 원할 때! 나는 공짜 서비스를 받는 대신 테크기업은 내 정보를 모아 모아 광고주들에게 팔고 있는 것이다. 저자는 우리가 이렇게 SNS에 과몰입할 때 숙면을 취하기 힘들게 되고 자연스럽게 집중력이 떨어진다고 말한다. 저자는 플랫폼기업들이 인간의 집중력을 흐뜨러뜨리지 않는 방법으로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게 알고리즘을 짤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테크기업들의 수익을 위해 더 오래 머물게 하기 위해 그렇게 하지 않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아이들 교육도 그렇고, 테크기업들 알고리즘도 그렇고 '매해 성장하지 않으면 안되는 자본주의 시스템의 문제'로 결국은 귀결되게 되지만, 그것까지는 너무 방대하여 슬쩍 분위기만 풍기고 끝난다.

스트레스는 우리의 집중력을 망가뜨리고, 주4일제 근무는 집중력을 상승시키는 건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음식이다. 우리가 먹고 있는 가공식품, 식품첨가물 범벅이 된 우리의 식단은 집중력을 떨어뜨리는 주요인이라고! 우리가 생각하는 가짜음식들, 소위 요즘말하는 패스트푸드부터 방부제가 다량 포함된 냉동음식들이 바로 우리의 건강과 집중력을 모두 망가뜨리는 주범이다. 또한, ADHD에 대한 설명이 흥미롭다. ADHD의 요인을 유전적 요인으로 보기보다는 가정환경, 교육환경 등 아이를 둘러싼 외부환경의 요인이 더 크다고 봤다. 결국 제대로 된 보살핌을 받고 잘 노는 아이들에게는 ADHD 발생이 현저하게 줄어든다. 또, 정말 놀라웠던 부분이 필로폰(메스암페타민) 중독자 치료에 덱스트로암페타민(ADHD 치료에 사용하는 각성제)이 꽤 효과적이라는 사실이다. 메스암페타민과 덱스트로암페타민이 작용하는 방법이 비슷하여 효과가 있다는 섬뜩한 사실. 일부 몰지각한 부모들이 멀쩡한 아이에게 ADHD 치료제를 먹인다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한번 생각해 봐야 할 대목이다. 

전 구글전략가 제임스 윌리엄스가 말한 집중력의 세가지 형태는 '스포트라이트, 스타라이트, 데이라이트'. 스포트라이트는 즉각적인 행동에 집중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내가 커피를 내릴 거야. 등. 스타라이트는 장기적인 목표 즉 시간이 드는 프로젝트에 집중하는 힘이다. 마지막으로 데이라이트는 햇빛이다. 애초에 장기적인 목표가 무엇인지 파악하게 해주는 집중력이다. 내가 책을 써야 하는 목표를 어떻게 아는가. 하는 그런 것. 이제 보니 나는 첫 번째 집중력에는 문제가 없는데 스타라이트와 데이라이트에 문제가 생긴 것 같다. 요런 건 회복하기가 더 힘들어 보이는데.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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