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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코리아 2024 책표지

벌써 12월. 해마다 시간 가는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음을 새삼 실감하면서 [트렌드코리아] 리뷰도 21년도에 시작했으니 올해로 벌써 4번째라는 것에 한번 더 놀랐다. 우리 모두 체감하고 있겠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이후에 이어진 고금리로 모두들 몸을 웅크리고 있는 와중에 24년도 별로 밝은 새해가 기다리고 있지 않다는 것쯤은 모두들 느끼고 있을 것이다. 그래도 어김없이 새해는 오고 우리는 또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낼 것이다.

[트렌드코리아 2024]의 24년 10대 키워드의 시작은 분초사회이다. 이제 돈의 가성비를 넘어선 시간의 가성비를 따지는 시대가 되었다. 반반반차가 생기고, 최저가를 검색하려고 2-3시간을 허비하는 대신 빠른 시간에 쇼핑을 끝낸다. 봐야할 콘텐츠도 넘쳐나고 소유경제에서 경험경제로 이동하면서 우리가 누려야 하고 체험해 봐야 하고 즐겨봐야 할 것들이 늘어나면서 사람들은 시간을 금처럼 여기기 시작했다. 그래서 우리는 멀티 태스킹이 일상화되었고, 분단위로 스케줄을 작성한다. 미괄식은 사라지고 뭐든지 두괄식으로 끝내기를 선호한다. 우리는 16편의 드라마를 볼 시간이 없어서 요약본을 보는 사람들이니까.

23년의 가장 큰 이슈는 역시 챗GPT의 등장이었을 것이다. 그러다보니 인공지능과 관련한 키워드를 무시할 수 없었고 자연스럽게 호모프롬프트가 두번째 키워드가 되었다. 우리가 그냥 챗GPT에 말을 걸면, 크게 체감이 가지 않을 수 있지만 인공지능이 다양한 서비스와 연동되어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이미 이용하고 있을 날이 곧 올 것 같다. 언제가 인간보다 뛰어난 인공지능도 나오겠지만, 결국은 할루시네이션을 보이는 인공지능을 제대로 이용하고 인공지능이 제공한 정보를 올바른 방향으로 판단할 수 있는 비판적 사고가 가장 돋보이는 날이 올 것이다.

세 번째 키워드는 육각형 인간. 육각형 꼭짓점에 집안, 외모, 자산, 학력, 직업, 성격 등을 넣어 육각형이 꽉 차는 인간을 말한다. 그야말로 태생부터 완벽한 사람을 말하는데, 현재 우리 사회를 잘 반영해 주는 키워드이지만 가장 씁쓸한 키워드이기도 하다. 이제 우리 사회의 계층의 사다리는 끊어진 지 오래고, 노력으로 바꿀 수 있는 건 한계가 있다는 게 너무나도 명백하게 보이는 키워드이다. SNS에 익숙해진 등급 문화의 진화형 같은 모습이다. 그래서 요즘 드라마들은 자수성가형 캐릭터보다는 멘사회원 재벌남 이런 캐릭터들을 선호하는 것 같다.

오전에 봤더 가격이 오후에 바뀌는 시대이다. 이른바, 버라이어티 가격전략. 이제 가격은 고정가가 아니다. 1999년에 코카콜라 자판기에 온도센서가 달려있어서 온도에 따라 가격을 다르게 받았다는데, 역쉬 코카콜라다. 이제 소비자들의 지불용의에 따라 파는 시간, 판매채널, 고객특성, 옵션에 따라 가격 레인지가 넓어지는 시대가 되었다. 아마존에서 파는 물건의 가격이 하루에 몇 백번이 바뀐다니, 사람마다 다 다른 가격에 사고 있는 셈이다. 항공권 가격만 그런 줄 알았더니 이제 고객데이터를 바탕으로 고객마다 납득하는 범위를 찾아서 가격을 매기는 시대가 되었다. 그래서 소비자는 더 영악해져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다섯 번째 키워드는 도파밍. 디깅모멘텀 등 재미를 추구하는 키워드들이 더욱 발달하여 정말 순수하게 재미를 추구하는 시대가 되었다. 사람들은 우연한 상황에서, 상식 밖으로 엉뚱한 상황을 만났을 때, 무모하거나 기괴한 상황을 봤을 때 재미를 느끼는데 그래서 사람들은 재미있기 위해 일부러 상황을 만들기 시작했다. 오로지 직관적이고 강렬한 재미를 추구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렇게 도파민 분출에만 관심을 갖다 보면 번아웃이 올 수 있다. 결국은 평화로운 안정감을 줄 수 있는 세로토닌 분비에도 신경을 써서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남자들이 달라졌다. 요즘 남편 없던 아빠이다. 30대~40대초 사이의 남편이라고 콕! 한정 짓는 부분이 재미있는데 결혼 배우자부터 신중하게 골라 집안일,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아빠다. 그러다 보니, 늘어나는 책임감에 결혼율이 줄어드는 게 흠이라는. 그럼 남자들이 결혼을 오히려 꺼리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일곤 번째 키워드는 스핀오프 프로젝트이다. 브랜드도 그렇고 미디어도 그렇고 기술, 사람들의 경력할 것없이 번외 편이 잘 팔리는 시대가 되었다. 프라다가 젊은 층 타깃의 미우미우를 만든 것도 그렇고, NASA가 우주에서 먹는 식량 기술을 활용해 냉동식품을 만들거나 회사 안에 CIC를 만드는 것들이 모두 스핀오프 프로젝트에 해당한다. 스핀오프 프로젝트는 본업과 정말 배치되는 업무가 아니라는 점에서 세컨드잡과는 다르다.

여덟 번째 키워드는 디토소비이다. "동의한다"라는 뜻이 디토는 물건이 넘쳐나서 뭘 사야 할지 모르는 과잉의 시대에 자신이 좋아하는 셀럽을 추종하여 소비하거나 좋아하는 콘텐츠에서 언급한 곳으로 여행을 가거나 자기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쇼핑몰에서 추천한 제품을 사는 등 사람, 콘텐츠, 커머스를 추종하여 쇼핑하는 경향을 말한다.

오도이촌을 넘어 이제 리퀴드폴리탄이다. 우리가 그동안 해당 도시의 인구수를 계산할 때는 보통 해당도시에 등록된 인구를 기반으로 한다. 정주도시에 기반하여 도시를 이동하면서 사는 사람들이 많지 않았는데 이제는 일은 서울에서 하고 저녁에는 가끔 부모님 댁에서 잠을 자고 주말에는 양양에서 서핑하는 시대가 되다 보니 도시가 액체처럼 흐르는 시대가 되었다는 뜻이다. KTX, GTX 등 다양한 '고속' 이동수단으로 이동시간이 짧아지고 지역마다 특색 있는 시그너처스토어가 생기거나 지역기업가나 도시기획자들에 의해 택티컬 어바니즘을 진행하면서 한 곳에만 머무는 삶의 방식이 바뀌고 있다.

마지막 키워드는 돌봄경제이다. 여기서 "돌봄"은 단순히 노인이나 아이를 돌보는 의미에서 확대하여 배려가 필요한 분들, 정서적으로 도움이 필요한 분들, 관계적으로 도움이 필요한 분들을 모두 포함한다. CU편의점에서 미아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다양한 돌봄이 사업이 되고 서비스가 되는 시대이다. 

이렇게 열개의 키워드를 보고 있으니, 결국은 인공지능의 발달로 (인공지능에게 뒤처지지 않기 위해) 우리는 분초를 나눠 쓰면서 더 바빠질 것 같고 인공지능의 코칭을 받아 수시로 바뀌는 물건가격에 매번 더 비싸게 사면서 내가 좋아하는 셀럽이 추천하는 물건을 사제 끼고 내 경력을 활용하여 슈퍼 사이드잡을 할 수는 없을지 부단히 고민하며 도파민을 끌어올릴 콘텐츠를 찾아 기웃거리는 한 해를 보낼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용은 인공지능이 그려주는데, 나는 그럴싸하게 눈을 그려 다른 용들보다 더 생생하게 살아있어 보이는 그럴 듯한 용을 만들기 위해 부단히 또 노력해야 하는 화룡점정의 시대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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