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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리, 류준열, 김우빈, 소지섭, 염정아, 조우진, 김의성 그리고 최동훈 감독

이 넘치는 캐스팅력(力)에 <비상선언>과 함께 <외계+인>은 올여름 기대작 1순위였다. 특히 내게는 코로나19로 늦어지는 개봉이 아쉬워 틈날 때마다 언제 나오나 찾아보고는 하는 기대작이었다. 시공간을 넘나드는 스펙터클 SF 코믹 액션으로 한국영화에서 보기 힘든 비주얼로 무장을 했기에 새롭고 설레었다. 애초부터 2부작으로 기획되었고 대작 분위기 폴폴 풍기는 영화라는 인식을 심어주어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도, 영화를 많이 안보는 사람도 기대감만은 분명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2022년 현재, 인간의 몸에 가두어진 외계인 죄수를 관리하면서 살고 있는 가드(김우빈)와 썬더는 문도석(소지섭)의 몸에 가둬두었던 외계인 죄수가 탈옥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를 막으려고 하고... 한편, 630년 전 고려의 얼기치 도사 무륵(류준열)은 관에서 건 현상금을 따먹으며 사는 낙으로 살고 있는데, 가장 많은 현상금이 걸린 '신검'을 차지하기 위해 천둥을 쏘는 여자(김태리)와 자장(김의성) 등 여럿 무사들과 경쟁하기 시작한다.

고려 시대와 현재, 그리고 인간들이 사는 지구와 가드가 살았던 행성까지 시공간을 넘나들며 벌어지는 스토리와 그에 걸맞는 그래픽으로 무장한 영화는 2시간 킬링타임용으로는 무난할 수 있었다. 영화관을 나오면서, '재미있네!' 한마디 정도 나눈 후, '점심 뭐 먹지?'로 넘어갈 수도 있었다. 즉, 그 정도의 완성도는 갖추었다는 뜻이다. 다른 말로 하면, 여름용 블록버스터 영화로는 품질을 통과한 영화일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문제는 <외계+인>의 감독은 최동훈이다. <범죄의 재구성>, <타짜>, <전우치> 등 항상 그 영화들이 상영했던 동시대의 보통 영화들과는 다른, 기대 이상의 작품을 보여줬던 감독이기에 사전 눈높이는 그에 맞춰 높아졌다. 그리고 저 넘치는 캐스팅. 저 배우들이 있다면, 분명 더 한 재미를 토핑으로 얹어 기대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데 <외계+인>은 시공간을 넘나드는 설정의 영화들이 대부분 그렇듯 볼거리는 화려하나, 어수선한, 그 한계를 넘어서지는 못하는 분위기다. 외계인의 죄수를 인간의 몸에 가둔다는 나름 참신한 설정으로 시작하여 진심 부끄럽지 않은 비주얼을 선보이지만, 그 비주얼과 설정에 대한 흥미도 영화 중반이 넘어가면서, 더 진화하지 못하고 신검을 서로 차지하기 위해 핑퐁 싸움이 되어가면서 긴장감은 떨어지고 이야기는 작아지고 지치는 모양새다.  <도둑들>, <전우치>의 유머러스함이 <외계+인>에서도 여전히 살아 있지만, 그 농도는 조우진과 염정아 씬에서만 짙어지고 전체적으로는 옅어졌다. 천둥에 대한 무륵의 일편단심이 과거의 인연에서 비롯된 건 알겠지만, 그렇다고 천둥에 대한 일방적인 순애보는 긴장감을 떨어뜨리는 요소이다. 

<승리호>, <마녀> 등으로 한국 영화의 컴퓨터 그래픽 수준에 더는 놀라지 않게 되면서 '빠져드는 스토리'가 상대적으로 중요하게 되었는데, 가장 중요한 소재였던 '멀티버스'가 <어벤져스> 시리즈에 익숙한 관객들에게는 옆집 드나들듯이 익숙해져 버려서 별다른 감흥이 사라져 버렸다. 앞선 영화들이 이미 다 보여줘서 이제 식상해졌다는 말이다. 스토리가 기똥차지 않으면, 비주얼이라도 새로워야 하는데, 비주얼의 퀄리티는 좋지만, 참신하지는 않다. 게다가, 2부로 기획이 되어 1부에서 풀어내지 못한게 많이 남아있다. 2부를 안 보면 찜찜하지만, 2부를 보는 마음은 마치 미뤄 놓은 숙제를 하는 마음으로 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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