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반응형

 

 

 

"내 남편은요~

 

상위 1%의 빵빵한 연봉을 받고, 출장을 나갈 때마다 제 선물 만이 아니라, 친정 엄마 선물까지 꼬박 꼬박 사오는 내 남편! 정말 최고의 남편 아닌가요?"

 

아내 자랑하는 남편을 팔불출이라고 하는데, 이보다 더한 남편 자랑 배틀 프로그램이 나왔다. 한국에서 남편 자랑 함부로 해서는 왕따되기 쉬운 문화인데, 어디서 이런 자신감이 있는 사람들을 찾아냈는지 궁금할 정도다. 더 신기한 건 매회 세 명의 자랑스러운 남편들이 나오고, 이들 중 최고의 남편을 뽑는데, 점수를 주는 사람은 다름 아닌 돌싱녀 99인이라는 점이다. 남편이라고 하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돌싱녀 99인이 심사를 하니, 얼마나 혹독할까? 혹은, 얼마나 흥미진진할까? 돌싱녀 몇 명도 아닌 백명에서 불과 한 명 빠진 99명! 99명이나 되는 돌싱녀들이 공개적인 방송에서 왜 남의 남편 자랑을 들어주고 있을까? 제작진들이 99인의 돌싱녀를 섭외하기가 힘들었다더니 정말 그럴만하다. 99인의 돌싱녀가 남의 남편들에게 점수를 매긴다? 선뜻 들어도 왠지 편한 프로그램은 아닐 것 같다는 냄새를 폴폴~ 풍긴다.

 

[99인]은 먼저 아내가 나와서 열심히 남편 자랑을 하면, 99인의 돌싱녀들이 중간중간 냉혹한 심사를 한다. 그리고, 마지막에 남편이 짜잔-하고 얼굴을 드러내면,남편을 마지막으로 심문(?)하여 최종점수를 준다.

 

대한민국의 유부녀 또는 돌싱녀들 중 남의 남편 자랑을 맘 편히 듣고 있는 사람이 몇 이나 될까? 유쾌하게 또는 맘 편히 들을 수 없는 이야기를 프로그램으로 만든다? 그렇다면, 그건 분명 논란이 점화되기를 원했을 것이다. 제작진의 의도는 어느 정도 성공한 듯 하다. 첫 회에 나온 부부들은 일반 시청자들의 얼굴이 불그레해질 이야기들까지 거침없이 해주기 때문이다.

 

[99인]에서 신동엽은 역시 자신의 최대 장기이기도 한 성과 관련된 토크를 거부감없이 출연한 커플들 사이에서 끄집어낸다. 신동엽을 MC로 세운 이유도 이런 점인듯 보인다.  [99인]에 출연하는 아내들 혹은 돌싱녀들은 성과 관련된 이야기를 정말 거리낌없이 내뱉는다. 나만 얼굴이 빨개진 걸 수도 있지만, 적어도 내가 느끼기에는 19금을 오락가락하는 수위였다. 예를 들어, 아내의 남편 자랑에 99인의 돌싱녀 중 한 분이 "몇 번을 했다는 게 아니고, 몇 번을 느껴봤다는 거 아니에요?" 등. 이러한 멘트가 일반인 출연자에게서 나왔다는 점이 정말 신선했다. [마녀사냥]으로 시작된 성토크가 트렌디의 [오늘밤어때?], TV조선의 [여우야] 등으로 번져가더니 이제 [99인]도 그 대열에 합류하는 듯하다. 하지만, [마녀사냥]에서 남자들의 성토크는 키득거리며 웃으면서 들을 수 있었다면, [99인]의 성토크는 일반인 여성에게서 들어서 그런지 더욱 현실적으로 다가오고, 더욱 농밀해 보인다는 것이다.

 

 

 

 

[99인]의 일반인 출연진들의 진솔하고 가감없는 리액션에 비해 '오블리'로 불리우는 5명의 연예인 패널들은 오히려 프로그램에서 역할이 약하다는 느낌이 든다. 적절한 타이밍에 치고 들어가는 백지영의 질문은 날카롭고, 첫 예능 출연으로 보이는 문지애의 솔직하고 때로는 민감한 이야기도 부드럽게 풀어가는 방식은 프로그램의 품격을 높이는 듯 보이지만, 신은경이나 다른 패널들은 뚜렷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듯 하다.

 

시청자들의 배알이 꼴리게 만드는 프로그램인 [99인]이 앞으로 얼마나 시청자들의 공감을 사며, 시청자들의 배알이 꼴리게 만들지에 프로그램의 답이 있는 것 같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