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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이 막힌다.

밀회를 보고 있으면.

 

김희애(오혜원 역)와 유아인(이선재 역)의 케미에 방송 전부터 심장이 두근 댈 정도로 기대되었는데, 회를 거듭할 수록 더욱 강하고 은밀하게 파고든다. 팽팽하게 조인 바이올린줄마냥 등장인물들 사이의 감정의 끈이 언제 끊어질까 조마조마하면서 바라보게 만든다. 선재의 혜원을 향한 투박한 감정들을 혜원은 은근슬쩍 즐긴다. 혜원은 일에서도, 사랑에서도 고수다. 억대연봉의 예술재단의 기획실장이지만, 사실은 비서실장에 가까운 혜원의 일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어깨에 힘이 들어가는 데, 선재와 혜원의 씬을 보고 있으면, 긴장이 이완되기는 커녕 더욱 힘이 들어간다. 이러한 긴장감은 몰입의 긴장감이기도 하지만, 피로도가 높은 긴장감이기도 하다. 이러한 긴장감은 박혁권(강준형 역)이나 김혜은(서영우 역)의 씬에서 비로소 한 템포 쉬게 된다.

 

밀회의 캐릭터들은 어느 캐릭터 하나 버릴 것 없이 유기적으로 하나의 드라마를 향해 긴밀하게 짜여져 있다. 특히, 김희애의 남편으로 등장하는 박혁권의 캐릭터와 캐스팅은 신의한수인 듯하다. 김희애의 남편이 너무 완벽한 인물이었거나, 그냥 단순히 찌질했으면, 진부해 보일 수 있었을 텐데, 직업은 교수에다 김희애의 학교 선배이기도 하지만, 실생활에서는 아이같은 남편의 캐릭터를 박혁권이 잘  소화해줘서 극의 묘미를 살려준다.

 

사십대의 유부녀와 갓 스무살된 남자애와의 밀회라는 소재가 은밀하고 심지어 퇴폐적으로 보일수도 있는 데, 김희애와 유아인의 섬세한 감정 표현과 차곡차곡 감정을 만들어나가게 에피소드를 만들어줘 그둘의 감정이 애절하고 순수해 보이기까지 한다. 오혜원에게 거침없이 들이대는 유아인의 감정은 철없어 보이지만, 진실되보이고 순수해 보인다. 클래식을 소재로 에피소드들을 고급스럽게 포장할 수 있었고, 조용하게 캐릭터를 쌓아가는 작가의 역할이 가장 큰 듯 하다.

 

 

 

선재와 혜원이 처음 만나 함께 피아노를 연주하면서 교감을 나누는 장면은 이 둘이 서로에게 끌리게 되는 가장 큰 동기를 제공해주기 때문에 드라마의 가장 중요한 씬이기도 하지만, 사실, 피아노를 원래 연주하지 못하는 연기자이기에 어느 정도의 어색함은 있기는 하다. 하지만, 씬을 길게  보여주면서, 호흡을 길게 가져감으로써 초반의 어색함이 사라지고, 캐릭터에 몰입하게 만든다. 둘의 모호한 감정을 이 때 확실히 끌어올려 선재가 혜원에게 기습 키스를 해도 급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클래식에 워낙 문외한이라 피아노를 함께 치면서 그러한 감정을 느낄 수있다는 것에 놀랐지만. 그럴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어릴 적 관둔 피아노를 다시 치고 싶게 만든다.

 

이 둘의 감정과 별도로 밀회를 보는 또 다른 재미는 고귀한 척 하는 상류층 사람들의 욕망 섞인 암투일 것이다.  예술재단의 이사장으로써  도도한 척 하지만, 자리를 지키려고, 자기 이득을 채우려고 의붓딸의 머리채를 변기에 쑤셔넣는 심혜진이나 회장의 딸이자 예술재단의 대표이지만, 실제로는 주위사람들에게 사랑을 갈구하는 김혜은이나 그리고 그 둘을 지켜보며 모든 걸 다 알지만 모르는 척하면서 또 다른 자기의 욕망을 채우는 회장 김용건을 보는 재미가 있다. 이들의 모습이 과연 시장골목에서 머리끄댕이 잡고 싸우는 아낙네들과 별반 다르지 않는 것 같다.

 

그들사이에서 인정받고 살아남기위해 회를 거듭할수록 히드라가 되어가는 혜원이 앞으로 선재를 만나면서, 자신이 그동안 쌓아올린 신뢰를 어떻게 무너뜨리게 놔둘지 궁금하다. 이사장과 대표의 앞잡이 역할을 하면서 심지어 회장의 여자관리까지 하는 혜원의 모습을 볼 때는 도대체 혜원이라는 캐릭터는 왜 그렇게까지 하면서 살아야 되나 싶기도 하다. 혜원의 삶이 과장되기는 했지만, 비현실적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밀회, 봄바람 든 아줌마들의 마음은 다 잡았다. 앞으로 혜원과 선재의 깊어지는 감정에 혜원의 행동이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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