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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금요일, 시험을 하루 앞둔 동생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오늘 오전에 같이 학원을 다닌 친구가 코로나19 확진자가 되어서 자기도 검사를 받으라는 보건소 안내문자를 받았다는 겁니다. 

네, 저희 동생은 중학교 체육선생님이 되고자 임용고시를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임용고시 공고에서 사전 안내를 했듯이 확진자는 응시 불가였고, 자가격리자는 응시는 가능하지만, 

연락을 받은 당일(금요일) 오후 6시까지 자가격리를 해야한다는 증빙서류를 교육청에 보내야한다는 조건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저희 동생이 보건소 검사를 받으러가면, 보통 당일에는 결과가 안 나오기 때문에 증빙서류 또한 받을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교육청에 문의 전화를 하니, 밤 12시까지 대책을 강구해서 알려주겠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러면 그때까지 검사도 하지 않고 12시까지 대기를 하고 있으면 되는 건가? 하는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수는 없어서 보건소에 가서 여쭤보니, 

보건소에서는 검사와 동시에 자가격리 대상이 되오니 시험은 응시할 수 없다는 원론적인 이야기를 하였고

(물론 그와 관련한 서류도 바로 지급은 어렵다는 말과 함께), 결국은 다시 교육청에 전화해서 재촉을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렇게 사전에 규정이 없을 때에는 역시 재촉 밖에는 답이 없는 것 같습니다. 

여러 번 전화를 거니, 어쨌든 확진자가 아니면 시험은 볼 수 있게 대책을 마련할 테니 

먼저 검사를 받고 오라는 답변을 받고 동생은 그제서야 보건소에 갔습니다. 


이제 검사를 받고 나니, 다시 확진에 대한 걱정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확진이라면, 애초에 시험 공고에 공지한 것처럼 시험은 볼 수 없으니 

1년을 준비한 노력이 모두 물거품이 되는 거라 긴장이 되었습니다. 

더군다나, 이미 확진을 받은 친구와 며칠간 점심을 함께 먹은지라 확진의 확률이 높아 보였죠. 

하지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오후 2시쯤 검사를 받고 계속 대기를 했습니다. 

시험 마지막 날. 마지막 점검을 하고, 최종 복습을 하면서 컨디션을 최상으로 끌어올려야 하는 시점에 

동생은 마음을 졸이며 대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새벽 2시가 넘어서야 보건소에서 문자를 보내주었습니다. 

'음성'이니 시험을 보러 가도 된다는 안내문자 였습니다. 

음성이니 시험을 볼 수 있다. 1년간, 또는 수년간의 노력의 결실을 맺을 수 있다. 

자면서도 이 문자를 확인했을 때, 기분이 좋았고, 저절로 꿀잠이 왔습니다. 

새벽 2시까지 잠도 설치며 대기했을 동생의 컨디션까지는 생각할 수 없는 단계이기에 

'그저 시험을 볼 수 있다' 는 것에 새삼 감사했습니다. 


그런데 제 동생은 확진이 아니어서, 운이 좋아서 응시기회를 얻었지만,

시험 전날, 시험 전전날 또는 시험 당일 확진 판정을 받아서 시험을 보지 못한 학생들의 마음은 어땠을까요?

1년 또는 이 시험을 위해 N년을 준비한 학생들에게 자신이 전혀 의도하지 않았던 코로나19에 걸렸으니, 

시험 기회 자체를 박탈당한 학생들은 적어도 다시 1년을 준비하거나, 아예 인생 계획이 바뀔 수도 있는데 기분이 어땠을까요?


동생이 처음 코로나19 검사를 하라고 문자를 받았을 때, 온 가족은 고민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검사를 받는 게 좋은가, 그냥 보건소 문자를 못 봤다고 해야하나? 시험 끝나고 받으면 안되나?' 

다양한 경우의 수를 한 가지도 빼지 않고 꼼꼼하게 점검하면서, 고민했습니다. 

'그냥 시험을 본 후, 검사를 받으러 갔다가, 확진이면, 그 후폭풍을 어떻게 감당할까?' 고민부터, 

오만가지의 생각이 머릿 속을 스쳤습니다. 

그런데, 시험 공고에 이미 '확진자 응시불가'라고 철벽을 쳐놨으니, 

제 동생 뿐만 아니라 많은 시험 준비생이 이런 고민을 하지 않았을까요? 


결국, 시험 후에, 1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다고 기사가 나왔습니다. 


이 1명의 확진자는 검사 문자를 언제 받았을까요? 

시험 전에 받았는데, 시험을 위해 미루다가 시험 끝나고 검사를 받았는데, 확진인걸까요? 

아니면, 시험 후에, 검사 문자를 받은 학생이었을까요? 


장차 아이들을 가르칠 선생님이 되는 시험이기에 양심을 저버리지 않기 위해 

바로 검사를 하여 양성을 받은 학생은 시험을 못 보고, 

잠시 시간을 벌어 시험 종료 후 검사를 받은 학생은 이미 시험을 봤으니, 선생님이 될 수 있고. 

한 사람의 미래가 이렇게 결정이 되는 게 그저 운이라고, 팔자라고 해야 할까요?



모든 공무원 시험 자격에 '코로나19 확진자는 응시 불가'라는 공통 방침이 있어서 똑같이 적용했다. 

고 할 수 있습니다.

좋습니다. 이런 형평성. 

하지만, 애초에 모든 공무원 시험 자격에 수능 시험처럼 '코로나19 확진자도 개별 장소에서 응시 가능' 이라고 해야 

진짜 형평성에 어긋나지 않는 것 아닐까요?

인천국제공항공사 비정규직 사태에서도 보셨겠지만, 

사람들의 페어플레이어에 대한 열망은 커졌습니다. 

적어도 기회의 공평함은 줘야 하는 게 페어플레이어한 것 아닐까요?


음압병실을 마련하는 게 현실적으로 힘들고, 비용이 많이 든다는 등 제가 모르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모든 이유들이 응시기회 박탈로 인해 수년간 시험을 준비한 학생들이 느꼈을 좌절감보다 컸을까요? 

가슴이 먹먹해지는 요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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