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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영 소설에서 김애란 작가를 알게 되었고 김애란 작가의 거의 유일한 장편소설이라 선택한 <두근두근 내 인생>. 이미 송혜교, 강동원이 주연한 동명의 영화가 나온지도 꽤 되었으니 한참도 더 지난 뒷북이라고 볼 수 있지만. 소설은 출간일과 상관없이 언제나 읽어도 좋은 클래식한 맛이 있으니 괜찮다.

김애란 작가의 소설 중 <바깥은 여름>을 읽어본 후, 두 번째로 읽어본 소설인데, 사실 제목을 보고도 영화를 떠올리지는 못했다. 읽다 보니, '아, 영화가 있었던 것 같은데.'라고 생각했고 읽다 보니, '아, 영화가 나중이었구나.'라고 생각이 스쳤다. 소재의 무거움에, 김애란 작가의 소재는 <바깥은 여름>도 가볍지 않았지만, 소재의 무거움과 어떻게 보면 소재의 진부함에 영화는 강동원과 송혜교가 나왔지만 결국 보게 되지 않았는데, 책 또한 읽다 보니 '아, 이 이야기구나'라는 생각에 초반에 몇 페이지를 읽고서는 사실 '계속 읽어야 될까?'라는 생각에 책을 한쪽 구석에 미뤄뒀다. 그건 '아픈 아이를 소재로 한 진부함'으로 인한 새로울 것 없는 식상함이 염려되었기 때문이다.

2011년에 소설이 처음 출간되고 10년도 더 지난 지금, 조로증에 걸린 아이의 너무도 뻔해보이는 이야기를 계속 읽어야 할까? 했는데. <두근두근 내 인생>은 나도 모르게 저녁을 먹고 책을 집어 들고 있었고, 어느새 보니 책을 앞에 두고 있었고, 그렇게 <두근두근 내 인생>의 활자에 빠져들어갔다. 주인공인 아름이의 시점에서 소설을 풀어가면서 남들보다 더 빨리 노화되어 애도, 어른도 될 수 없는 아름이기에, 이런 아름이의 시선으로 보는 '나이 듦'에 대한 이야기가 공감이 갔다. 어떻게 보면, 뻔한 결말, 그 속에서 벌어지는 사건들도 무거워서 이야기는 전반적으로 다운될 것 같지만, 힘든 현실 앞에서 담담하고 꿋꿋한 아름이라는 인물이 있어서 무거운 사건도 한층 그 무게가 가벼워지다 보니 읽는 사람도 계속 계속 책장을 넘기게 되는 것 같다. 

17살에 어떨결에 부모가 되고, 자기보다 더 나이 들어 보이는 아이를 키우게 되는 부모와 부모보다 더 나이가 들어 보이는 아이. 이 언밸런스해 보이는 조합으로 김애란 작가는 인간이 나이 들어가면서 생각하게 되는 것들을 자연스럽게 풀어냈다. 그리고 '부모'가 되어 살아가면서 드는 여러 가지 생각들을 책 속 곳곳에 잘 담아 두었다. 이 책의 가장 빛나는 조연 장 씨 아저씨까지 아름이와 나이로는 친구가 될 수 없는 캐릭터를 집어넣으면서 우리가 그동안 '나이'라는 굴레에 너무 억눌려 생각해보지 못했던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만든다.

읽다 보면, 한 장면, 한 장면 머릿속에 또렷하게 장면들이 떠올라 한 단어, 한 글자도 놓치지 않고 천천히 다시 읽고 싶게 만들고, 나도 모르게 따라 쓰고 싶어 지게 만드는 탐나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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