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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박상영 작가의 연작소설 <믿음에 대하여>가 출간되면서, 예전에 읽었던 <대도시의 사랑법>이 생각났다. 그렇게 박상영 작가의 책들을 찾아보게 되었고 작년에 출간된 <1차원이 되고 싶어>를 이제야 읽었다. 스낵컬쳐같았던 <대도시의 사랑법>과 달리 400페이지에 가까운 두께의 책에 먼저 놀랐다. '마치 <대도시의 사랑법>으로 이제 워밍업을 끝냈으니, 이제 본격적인 이야기를 한번 해볼까?' 하는 느낌이랄까.

유명한 심리 상담사가 된 '나'는 어느 날 '1004'라고 적힌 누군가로부터 DM을 받는다. '내'가 어릴 적 보냈던 D시의 수성못에서 시체가 발견되었고 그곳의 진실을 기억하고 있다는 짧은 메시지였다. 성장기의 끝무렵에 겪었던 그 사건으로부터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30대가 된 지금의 삶에도 과거의 삶 안에서 살고 있는 '나'는 몸이 바짝바짝 타들어가는 것만 같았다. '나'에게 사춘기와 성장기의 끝무렵에 도대체 어떤 일이 있었을까? 

<1차원이 되고싶어>는 감정이 가장 섬세해지고 예민해지는 그 시절, 사춘기 시절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일찍이 자신의 성정체성을 알아버린 '나'는 타인들에게 자신의 진짜 모습을 감추고 '평범함'으로 세팅값을 설정한 후 학교를 다니고 있다. 그런데 이런 '나'의 본능을 숨길 수 없게 자꾸만 마음이 가는 친구 '윤도'를 만나게 되고 어느새 '나'는 '윤도 바라기'가 되지만 그 마음을 감히 '말'로 표현할 수 없다는 걸 안다. 한편, '나'의 어릴 적 소꿉친구 '태리'는 동갑임에도 '나'를 형이라 부르는 동생 같은 친구이다. 자신의 정체성을 철저하게 숨기고 사는 '나'와 달리 '태리'의 정체성은 '나'만 몰랐고 '태리'주위에서는 오픈된 비밀 같은 것이었다. 어떻게 보면 '나'의 숨기고 싶은 모습만을 모아서 파생된 자아 같은 '태리', 주위의 시선에 예민하고 감정이 차오르는 사춘기 시절, 퀴어임을 잘 숨기고 학교 생활을 버텨내야 하는 '나'와 때로는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감정을 표출하고 싶은 '나'가 섞이고 섞여 그 시절 빚어낸 사건들의 이야기가 <1차원이 되고 싶어>이다. 

<1차원이 되고싶어>는  "서로가 서로에게 몸을 기댄 채 그저 옆에 있어주는 것만으로 위안이 되는 관계를, 그 시절 내 삶에는 주어지지 않았던 구원의 존재를 가상의 세계 속에서나마 찾아내고 싶었다"는 작가의 말처럼 혹독한 십 대 시절을 통과해야 하는 '나'의 위로가 되는 사랑이야기이자 그 시절의 과오를 성인이 된 지금이라도 바로 잡고 싶어 하는 '나'의 성장 소설이다. 

가볍고 유쾌한 <대도시의 사랑법>으로 처음 박상영 작가를 알게되었다가 만난 <1차원이 되고 싶어>는 놀라웠다. <대도시의 사랑법>에만 매몰되어 좁게 봤던 작가의 스펙트럼이 무한히 확장되는 모습이다. 아마도 원래 가지고 있던 능력을 평범한 나에게는 이제야 비로소 보이게 된 것이겠지만. 성큼성큼 나아가는 모습이 눈부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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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도시의 사랑법] 연작 소설이니 또 이어주면 좋겠다

도서관에서 우연히 책을 보다가 발견한 [대도시의 사랑법] 2019년에 나온 책이니 신작은 아니지만, 앞으로도 믿고 읽을 수 있는 작가를 만난 것 같아 기록해 놓으려고 한다. [대도시의 사랑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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